일을 배우며, 그것도 해외 일을 배우며 그나마 체화된 것 중에 다행이라 여기는 것은 데이터라면 스스로 각종 국제기구나 각국의 정부기관, 혹은 구글링을 통해 Reference를 찾아보는 것과 구술로 들은 바는 꼭 문서로 확인한 후 판단하는 습관이다.
물론 업무를 통해서, 혹은 외국에 자주 나다니지 않아도 알아서 그러한 습관을 체화한 사람도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엔 업무를 통해 습관화된 케이스다. 외국의 발주자와 외국의 하도급사 사이에 끼어서, 어떻게든 계약적으로 손해보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바를 얻을까 아등바등 거리며 눈에 불을 켜고 찾은 게 수천 페이지의 계약서고 수만 페이지의 스펙, 그리고 인터넷의 신뢰도 높은 페이지의 자료들이었다.
아무리 빈틈없어 보이던 내 논리도, 빅토리를 외치며 휘파람을 불 것 같던 내 계산도, 다른 시각에선 처참히 무너지고, 그것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과정에서 나는 출처를 찾았고, 각종 정보들을 끼워 맞춰가며 논리를 만들었다. 그래서 지금은 일상생활에서도 다소 까칠한 사람이 되어, 누군가가 어디서 주워들은 말로 나에게 설득을 할라치면 조금 과민하게 싫어한다.
미국사는 친구가 그러던데요.
한국사는 친구도 정부 일 년 세수가 얼마인지, 예산은 얼마인지, 그 예산의 절반은 어디로 쓰이는지 모른다. 한국사는 친구도 자신의 소득세가 얼마인지, 소득세는 구간에 따라 어떻게 계산되는지, 증여세 및 상속세는 어떻게 부과되는지 모른다. 한국사는 친구도 한국의 휘발유 가격 중 얼마가 세금이고, 그 세금 구조는 언제부터 변경되었는지 모른다. 하다못해 그 한국사는 친구도 삼성전자의 매출 중 휴대폰이 많은지 반도체가 많은지 가전제품이 많은지 모르며, 현기차의 미국 공장이 몇 개나 있는지 모른다.
미국사는 친구가 그런다고 하여 그게 미국의 현실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때론 우물 안 개구리보다 우물 밖의 개구리가 그 우물 안 개구리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자기가 눈으로 문서화된 Reference를 확인하기 전까진 백 프로 믿지 말아야 한다. 그게 외국 살던 누 구건 간에, 해당 기관에서 근무를 했던, 학식이 상당히 높건 다 상관없다. 적어도 현대사회와 같이 다변화된 시대에 모든 사안에 대해 박식한 사람은 존재할 수 있어도, 완벽히 아는 사람은 없다고 본다. 적어도 구술로 전해지는 정보에 대해선 한 번쯤 필터링을 해보고, 특히나 투자와 같이 돈과 관련된 정보는 대략 90%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자. 내가 발품 팔고 계산기 두드리기 전까지는 그건 내 정보가 아니다.
군대에서 정보라 함은 영어로 Intelligence 라 한다. 여기서 Information 은 단지 첩보에 불과하다. 미국 대통령 직속 정보기관인 CIA의 풀네임은 Central Intelligence Agency이다. Information과 Intelligence를 구별하자. 다른 말로 하자면, 어디서 들은 대충 그럴싸한 말에 현혹되지 말자. 본인이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진 그건 Information에 불과할 뿐이다. 중요한 건 가치 있는 나만의 Intelligence를 축적하는 것이라, 그렇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