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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Aug 24. 2017

29.9% 줄어든 2018년 SOC 예산안에 대한 단상

오늘 아래 기사에 따르면 2018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올해보다 29.9%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 국회에 제출한 자료도 아니고, 국회에서 논의를 해야 하니 이는 확정된 금액은 아니다. 하지만 필자가 건설업계에 근무하는 만큼, 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http://news.donga.com/3/all/20170822/85921762/1


아래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SOC 예산은 연도가 계속되며 꾸준히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산 자체도 줄어들지만, 총지출 대비 SOC 재정투자 비중은 더더욱 현격히 줄어들고 있으며, 언급된 예산안이 확정된다면 2018년에는 5%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SOC예산 자체가 감소하는 것이 시대적 요구라면 뭐 딱히 할 말은 없겠지만, 신임 국토부 장관께서 지난 한달 가량 이 인프라에 대해 말씀하신 것을 생각해보면, 이번 급격한 SOC 예산 축소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국토부 장관은 SOC사업의 공공성 강화를 강조해 오며, 공공기관의 가치는 수익성보다 공공성이라는 점을 언급해 왔다.




국가가 인프라를 건설한다면 두가지 방식이 있는데, 앞서 언급한 SOC예산을 이용해 직접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과, 도로공사 및 철도시설공단과 같은 공기업의 자본 및 부채를 이용해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이다. 전자는 국민의 세금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예산을 통해 집행하는 것이고, 후자는 고속도로 통행료 및 코레일로부터 받은 사용료 등을 통해 축적된 매출과 영업이익을 통해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까 전자는 예산이 필요하고, 후자는 일정 수준이 넘어가면 공기업의 부채를 끌어다가 건설해야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국토부장관께서 얼마 전 언급하신 GTX나 서울세종 고속도로와 같이 단발성 프로젝트에 대해 공기업 부채를 이용해 건설하는 것이 당장 큰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러한 방식으로 과연 언제까지 SOC를 건설하고 유지보수할 수 있을런지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코레일의 경우 최연혜 사장 이후 영업이익 흑자로 돌아서긴 했지만 부채비율은 여전히 높아, 05년 70.3%였던 부채비율은 13년 372%에 이르렀다. 도로공사의 경우는 현재 부채비율이 100%가 넘지 않는 상황이지만, 금융성부채가 많아 이자상환부담이 큰 편이라고 한다. 아울러 철도시공을 담당하는 철도시설공단의 경우도 17년 기준 부채비율은 110% 수준이며, 만약 현재 예상되는 십조원이 넘는 GTX공사금액을 그대로 신규부채로 충당한다면 부채비율이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전부 다 철도시설공단이 건설하는 건 불가능하고, 일부 민자의 투입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2014년 2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실시한 예비타당성조사 결과에 따르면, GTX B노선(송도∼청량리)은 사업편익비용(B/C)이 0.33 밖에 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사업편익비용이 1을 넘지 못하면,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여 추진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만약 공공성이란 이유로 철도공단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다면, 자칫 전혀 회수불가능한 부채로 남아 철도시설공단의 재무 건전성은 악화될 수 있다. 이렇게 예타결과가 좋지 않은 프로젝트를 민자로 추진한다면 아무 건설사도 선뜻 나서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내 말은, 단발성으로는 도로공사나 철도시설공단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이지만, 이게 중장기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물론 민간투자사업의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와 같은 장치는 국가 자체로 미지의 부채를 진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러한 장치는 지난 2006년, 역사 속에서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민간 건설사들은 의정부 경전철과 같은 사례를 경험하고, 더이상 무리한 민자인프라건설은 추진하지 않는다. 예컨대 위례신사선 경전철 사업을 준비하던 삼성물산은 2016년 서울시에 사업불참을 통보한 사례가 있다. 사업 타당성이 결여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추가 인프라건설은 계속해서 공기업 부채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공기업 부채비율이 높아지면 그 이자금액 상환부담으로 공기업의 비효율은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해당 공기업에 대한 출연, 출자, 국고보조, 융자 형태의 정부지원이 불가피하게 된다. 민자사업으로 인프라를 건설한다면 예타결과에 따라 진행할 것이 있고, 진행하지 않을 것이 있을 것이다. 잘 되는 BOT 프로젝트라면 사용자 부담원칙에 따라 재정은 전혀 투입되지 않고 인프라를 건설할 수 있다. 게다가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20년, 30년 후에는 국가자산으로 귀납되기도 한다. 나는 단점을 잘 보완한다면 이러한 방향으로 인프라가 건설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쉽지는 않은 일이다. 자본금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82%까지 준다고 해도 트럼프 정부에서는 딱히 민간건설사가 인프라투자를 하려고 하진 않는다.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이 불확실한 미래에 조단위 금액을 투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최선은 민간부채도 아닌, 공기업 부채도 아닌 SOC예산을 통한 인프라 건설이라 생각하는데, 2018년 예산안에서 볼 수 있듯이 그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구조물은 내용연수가 존재하여 안전에 대한 리스크는 갈수록 더해가고, 교통혼잡비용은 아래 그래프와 같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추가적인 인프라가 지속적으로 건설되지 않으면 교통체증으로 인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의 발생 및 시간의 지연이 필연적이다.

출처 : 한국교통연구원「전국 교통혼잡비용 산출과 추이 분석」




나도 어떠한 정답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바는 아니지만, 이렇게 공기업 부채를 늘려가는 방식으로 SOC사업의 공공성 강화를 강조하는 것은 조금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민간투자의 확충만을 통해서 인프라를 늘려나가는 것도 정답은 아닐 것이다. 재정, 공기업, 민간투자, 이 세가지 축을 중심으로 이제는 조금 더 지속가능한 이 사회의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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