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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Aug 28. 2017

우리 사회 속의 나라는 존재에 대하여

서로의 환경을 이해해 나가기 위한 노력

주말 아침 일어나 세탁기와 청소기를 돌리고, 분리수거와 설거지를 차례로 한다. 애정 하는 3M 청소포로 바닥을 닦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면 내 마음도 산뜻해진다. 여하튼 나는 주말 아침을 보통 이런 식으로 보내는데, 이와 함께 늘 같이 듣는 것이 있었으니 MBC 라디오 여성시대이다.


양희은 씨와 서경석 씨의 맛깔난 대담도 대담이지만, 전국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삶의 목소리가 소개되는 것은 그중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속해 있는 환경에 갇혀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을 재단하기 쉽다. 하지만 조금만 그 결을 달리 해보면, 그 세상을 보는 시각은 각자 환경에 따라 무수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렇게 전혀 다른 환경에 계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것은 꽤나 유익한 일이다. 물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지만, 여기 계신 분들은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거나 연배가 있으신 분들도 어느 정도 학력 수준이 높은 분들이 대부분이다. 적어도 맞춤법을 잘 틀려가며 글을 쓰시는 분은 많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 여성시대에는 경남 어느 시골에 사시는 오십 대 아주머니가 이야기를 전해오셨다. 오십 대인데 여전히 시골에선 새댁이라 불리신단다. 이 아주머니는 지방대를 졸업한 아들이, 서울에 가서 돈을 벌겠다고 상경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특별히 기술이 있는 것도, 학력이 뛰어난 것도 아닌 이 아드님은 외모도 그다지 매력적인 편이 아니라고 하더라. 게다가 사투리까지 사용하니 카페 점원 등의 서비스업은 이력서를 넣어도 딱히 반응이 없었다고.


그래서 시작한 일이 편의점 아르바이트였는데, 이것도 고시원비 및 생활비 벌기엔 빠듯하여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예전부터 가만 보니 편의점 택배 하는 분들이 돈을 잘 버는 것 같아, 이때 운전면허를 취득했다고. 여기서부터 조금 안타까운데, 운전면허를 취득하자마자 이 분은 편의점 택배업를 하기로 마음먹고 덜컥 트럭을 구매했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청년이 트럭을 샀으니, 이는 대출이렸다. 한 달에 60만 원씩 트럭 구매 할부금이 나간다고 하더라. 초짜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는 청년에게 택배업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내 이 청년은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시골로 내려왔다고 한다. 한 달에 60만 원씩 꼬박꼬박 나가는 트럭을 타고 말이다.


얼마 전 인근 중소도시에 가서 회사 면접을 봤다고 하던데, 부디 잘 되시길 기원한다. 아마도 이러한 청년은 지방에 거주하는 평균적인 젊은이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방송 및 인터넷을 통해 서울의 화려한 삶을 사는 셀러브리티를 보며 그러한 삶을 동경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인서울대학에 갈만한 성적은 얻지 못했고, 부모님은 서울에 원룸을 구해줄 만한 여력은 되지 않는다. 그래도 지방대학을 졸업했다고 하니 특별히 가난하거나 그런 집은 아닐 것이다. 그저 우리 시대 평범한, 그런 가정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가끔, 내가 사는 삶이 팍팍하다 하여, 힘들고 어렵다는 이야기를 토로한다. 하지만 자신이 이 사회에서 객관적 지표로 어느 정도 구간에 위치하고 있는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맞벌이 부부 생활을 하고 있다. 일 년간 육아휴직을 하고 복직한 아내는 얼마 전 월급명세서를 보고 소득세가 왜 이리 많냐고, 연금 및 건강보험료도 너무 많다고, 이 돈 다 어디로 가느냐고 한탄을 했다.


나는 아내님에게 감히 말씀드렸다. 우리는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소득 10 분위 구간 중 p90 경곗값 위에 있는 사람들이라 그 소득세나 건강보험료가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혜택이 오기는 어렵다고. 그게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혜택이 많이 오면, 그게 더 이상한 국가 형태일 수 있다고. 맞벌이 부부로 일을 하며 아이 둘 키우긴 빠듯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비교적 살만한 축에 속한단 말이다.


물론 직업이 안정적인 사람도, 재산이 어느 정도 많은 사람도,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소득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요인 혹은 근무강도가 높아서 그럴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간혹 보면 판사도 과로사를 하는 경우도 있고,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들도 스스로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 꼭 소득이나 자산이 는다 하여 행복한 인생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비교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분들이 느끼는 삶의 무게와 그렇지 않은 분들이 느끼는 사람의 무게, 혹은 진입장벽은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내는 각종 세금과 공적보험은 조금은 더 취약계층에게 디딤돌을 만들어 주는 곳에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형식적 평등은 사회의 부가가치 창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각한다. 하지만 그 출발선 상에 대한 공정성은, 조금 더 잘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아울러 나는 그러한 공정한 사회는 어떤 위대한 지도자의 뛰어난 역량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 각자의 상황을 이해하고, 경제적으로 조금 더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사회적 보장에 더 기여를 하는 방식, 그러면서도 지나치지 않아 사회의 인센티브는 해치지 않는. 참으로 어려운 시대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배경화면 출처: https://www.pexels.com/photo/woman-on-rock-platform-viewing-city-196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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