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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Nov 02. 2017

고구려 영토에 집착하는 그대에게

야근을 하다 집에 가려고 지하철을 타면 가장 힘든 점이 취객들과 같이 가야 한다는 점이다. 뭐 나도 취해서 지하철을 탄 적도 많아 딱히 누가 누구를 탓하겠냐만은, 여하튼 나는 멀쩡히 야근하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지하철을 탔는데, 술냄새 풀풀 풍기는 분들 사이에 있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다.


오늘은 옆에 앉은 두 분이 술에 취해 그 한국 역사에 대해 큰소리로 대화를 하시는데, 고구려가 삼국통일을 했어야 했다고, 우리나라는 고구려 이후 침략밖에 당하지 않았다고 안타까움의 열변을 토하시더라. 고구려가 통일했더라면 아마 러시아 부럽지 않은 큰 영토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고.


아니 이놈의 그 영토에 대한 욕심은 왜 그렇게 국민들 정서 속에 디폴트로 잡혀 있는지, 작금의 한반도에 거주하며 그 땅덩어리 넓은 러시아가 진심으로 부러운지 의문이다. GDP는 차치하고서라도, 인권과 언론, 정치의 자유 관점에서라도 말이다.  


중국이 아무리 잘살게 되었다 하더라도 아직 인당 GDP 1만 불을 넘기지 못했고, 인도나 브라질, 아르헨티나나 몽골, 카자흐스탄, 혹은 북아프리카의 나라들도 땅 떵이는 넓지만 딱히 부러울만한 국가의 분류는 아니다. 땅 떵이 넓은 나라 중에 굳이 부러울만한 나라는 미국 호주 캐나다 수준일 터인데, 왜 그리 영토에 대한 집착을 하는지, 도통 나는 알 수가 없다.


북유럽 4국을 비롯하여 영프독, 일본과 같이 적당 적당한 규모의 국토를 가지고도 얼마든지 국민들 등 따습게 할 수 있고, 홍콩이나 두바이, 싱가포르나 모나코와 같이 도시국가들도 그 영토는 좁지만 잘들 살아가고 계시다. 부디 그 영토에 대한 욕심,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작금의 시점에선 조금 내려놓을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택지 개발되지 않은 땅은 쓸모없는 땅일 뿐이며, 구획 정리되지 않은 도시는 슬럼가일 뿐이다. 도로나 철도가 깔리지 않은 땅은 동물과 식물만을 위한 땅이며,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일 뿐이다. 거 지도만 보고 땅 넓은 거 부러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한국과 같이 도로망과 철도망이 깔리고, 주택을 지을 수 있을 만큼 상하수도망과 전선망이 깔린 '영토'는 그 무의미한 투루한스크와 같은 '영토'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치가 높은 것이다.


현대사회에 있어 대국보다 중요한 것은 삼시 세끼 밥 잘먹고 개인 각자의 색깔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사회가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회는 꼭 광대한 영토에서 나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배경화면 출처: https://www.pexels.com/photo/sky-clouds-cloudy-earth-46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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