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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Nov 02. 2017

하이퍼 루프라 하는 것에 대한 어느 토목기술자의 견해

실제 지하철 공사를 경험했던 한 사람으로서, 하이퍼루프에 대해 다소 부정적 의견이 있지만, 엘런 머스크의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현재 시공되고 있는 대부분의 인프라 기술을 반백년 전 미국이나 유럽에서 개발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러한 흐름이 꼭 나쁘다라고만 볼 수는 없는 것이, 건설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건설의 시공적인 측면은 물론 유지보수 라이프사이클 관점까지 보자면, 신기술이라 하더라도 상용화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20-30년의 검증기간이 필요하다. 그러한 보수적인 접근을 하지 않으면 미국 워싱턴주의 타코마 대교와 같이 건설하고 나서 종잇장같이 붕괴되는 교량이 출현하기 마련이다.


여하튼 엘런 머스크는 다소 쇼맨십이 있기는 하지만, 좀 오랫동안 고민을 하다 보니 하이퍼루프의 핵심이 토목기술임을 인식하고 Boring company, 즉, 땅을 뚫는 작업을 혁신적으로 할 방법을 찾고 있고, 이미 테스트 보링 작업까지 마쳤다. 토목기술자 관점에서 보면 하이퍼루프의 핵심은 토목이다. 얼마 전 개통된 수서평택 고속철도 총사업비 산정 결과만 보더라도, 터널만 47km에 이르는 총연장 60km의 이 사업의 공사비는 3조 원에 달했는데, 여기서 토목에 해당하는 노반공사와 건축에 해당하는 정거장 공사만 2.3조 원이었다. 나머지 공사는 궤도, 신호, 통신, 전력. 초기 차량구입비는 1천억 원 초반에 불과하고, 추가 구입비를 고려해도 1조 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2009년 수도권 고속철도 건설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보고서, 한국 개발연구원 자료 참조, 실제 투입비는 다소 상이하겠지만 큰 틀에서 상기 비율은 비슷할 것임)  


결국 하이퍼 루프라 하는 신기술의 상용화 성패는 그 기계항공기술에 달려있기도 하지만, 토목기술의 진화 없이는 달성하기 다소 어렵다 생각한다. 그 하이퍼루프가 요구하는 기울기와 정확도를 맞출 수 있는 터널 보링 기술을 얼마만큼의 비용으로 맞출 것인가, 한국과 같은 화강암 기반에서 얼마만큼의 생산성으로 저러한 기계가 갈 수 있는 터널을 뚫을 수 있을 것인가. 한걸음 더 나아가, 현재 GTX도 예산 때문에 한 개 라인 시작할까 말까 하는데, 과연 저러한 기술이 비용편익분석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현실 가능한 기술이라도 예비타당성 검토를 뛰어넘지 못하는 수준의 사업성이라면, 선뜻 그것에 투자할 민간업체는 물론 지자체도 없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터널의 사업비는 기본적으로 조단 위를 넘어선다.


이러한 문제점에 봉착한 엘런 머스크는 터널 보링 회사를 세웠다. 전기차의 고질적인 논쟁거리인 전기 리소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네바다주에 태양광 발전소 단지를 짓기 시작한 것처럼. 철저한 사업가 기질이 다분하다. 얼마 전 언론을 통해 국내 어느 대학의 교수께서 하이퍼루프가 2024년부터 상용화될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헌데 한국의 그 교수는 과연 그 비용편익분석의 수준으로 하이퍼루프를 다각적으로 접근하며 2024년 이후 상용화 기술을 내놓는다고 말하고 있는 것일까. 상용화라 하면, 어떤 물건이 널리 보급돠어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말한다. 지금부터 하이퍼루프 터널을 판다고 결정해도 2024년 전에 절대로 완공하지 못한다. 부디 기술의 상용화는 비용편익분석과 절대적 공사기간이라는 두 가지 관문을 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했으면 한다. 이것은 과학이 아니라 공학적인 판단의 영역이다. 공학에 있어서 경제성과 시간은 중요한 고려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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