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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Mar 10. 2018

여행 중 잡상: 자동차 정책에 대한 변화가 필요한 때

올해 초 며칠간 나는 일본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요즘 일본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아 나가사키를 중심으로 죠슈번이나 사쓰마번의 유적들을 찾아보고 싶었지만, 애아빠의 현실은 정작 요괴워치샵이나 포켓몬스터샵을 근근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도시공학적 차이가 있었으니, 불법주차가 전혀 없는 일본의 깨끗한 거리였다. 후쿠오카를 기준으로 보자면, 시내 총생산 기준 일본 4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같이 4-6차선 도로는 찾아보기 거의 어려웠다. 대부분 왕복 2차선 도로인데, 조금 더 신기한 것은, 불법 주정차가 거의 없어 교통체증도 별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일본인들의 국민성이 한국인보다 우수해서 그럴까? 나는 딱히 일본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지만, 어떠한 국가를 국민성이라는 그 애매모호한 주관적 판단으로 재단하는 것은 좀 싫어하는 편이다. 조금 들여다 봤다. 자동차 정책적 차원에서 한국과 일본의 가장 큰 점은 주차장등록제이다. 자동차를 구입할 때 본인 소유 혹은 임대계약한 주차장이 없으면 자동차를 구입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말이다.

(출처: 서울시 연구데이터 서비스)


이러한 제도로 인해 도쿄의 경우 서울에 비해 낮은 자동차 대수를 보이며, 이 추세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상기 표는 서울시 연구데이터 서비스에서 가져온 것인데, 도쿄의 경우 서울과 인구가 비슷한 1천만명에 육박하는 수준이고 인구밀도도 비슷한데, 가구당 자동차 대수는 이제 거의 절반에 다다른다.

도시에 자동차가 무분별하게 많아지면 발생하는 단점은 첫번째로 불법주정차에 따른 사회적 갈등 발생, 화재 시 대응 어려움 등이 있으며, 두번째로는 대기오염 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스모그라 하면 백여년 전 석탄연소에 따른 런던 스모그가 떠오를지 모르겠지만, 오십여년 전 LA에서 발생한 스모그의 원인은 자동차 대기오염이었다. 그때문에 캘리포니아주는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기준치를 높이기 시작했고, 현재도 자동차는 디트로이트 주에서 만들지만 기준은 캘리포니아를 따라가는 시스템이 갖춰지게 되었다.

미세먼지의 이유는 물론 역학적으로 정확히 찾아봐야겠지만, 서울의 고등어집보다, 충청도의 화력발전보다, 서울의 자동차 매연이 더 큰 요인일 것은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이번에 제천 화재사건에서도 보았듯이 불법주차는 이제 우리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데, 이를 해결하기 가장 쉬운 방법도 이 주차장 등록제이다.

의도는 좋다. 점차 이 자동차 정책에 있어서는 일본과 같이 주차장 등록제를 실시시켜야 하지 싶다. 하지만 문제는 국가가 그러한 환경을 만들어 놓고 정책을 시행하는 것과, 그렇지 않고 시행을 하는 것이다. 먼저 무작정 주차장 등록제를 시행한다면, 가장 먼저 피해를 받는 계층은 저소득 계층이고 청년 계층일 것이다. 자가 주택이 없는 어느 청년이 자가트럭을 구입하여 택배업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러한 정책의 시행은 이러한 청년들에게 매월 20-30만원의 허들을 더 주어지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운수업을 하는 트럭 운전사, 자영업을 하는 많은 분들께도 해당하는 것이다.

안 그래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아울러 이미 우리의 도시는 마이카 기반으로 사회가 형성되어 있다. 예컨대 한국의 경우는 대다수 가정에서 자가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같이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되어 있다. 요즘 흥하는 중소도시 아울렛도 이러한 마이카 사회가 아니라면 발생하기 어려울 것이다.

단적으로 일본만 하더라도 대형마트보다는 편의점 및 소형 슈퍼마켓 위주로 상권이 형성되어 있고, 덴마크와 같이 자동차세가 180%에 육박하여 자동차 소유 자체가 사치인 나라도 IRMA와 같은 중소마트가 도보거리 내에 위치하여 상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자동차 소유가 쉽지 않기에 이러한 상권과 문화가 형성된 것이지, 이게 꼭 그 뭐시기 국민성하고는 그다지 상관 없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언급한 자동차 정책을 변화가 되기 위해서는 차츰차츰 국민의 공감대를 일으켜야지 않나 싶다. 분명 불법주차는 심각한 사회문제이며, 대기오염도 줄여나가야 하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거리에 늘 오토바이나 자동차가 즐비한 뉴델리나 하노이, 베이징과 같은 도시와 거리가 한산한 코펜하겐, 후쿠오카, 제주도와 같은 곳의 공기질이 다른 이유는 굳이 언급할 필요없을 것이다.

다만 사람들을 그러한 대중교통의 세계로 유도하려면 GTX나 경전철과 같은 시스템을 확실히 만들어야 하며, 공공기관이나 근린공원, 공교육 기관 땅을 파서라도 합리적 금액의 공영 주차장 여건을 만들어 주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전반적인 사회의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길 바란다. 급격한 변화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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