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화해무드로 진입함에 따라 TSR(Trans Siberian Railway)이나 TCR(Trans Chinese Railway)과 같은 이슈가 자주 등장한다. 개인적으로는 철도운송이 해상운송에 비해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물류의 ㅁ자도 모르는 단순한 나의 생각일 뿐이고 실질적인 검증은 해본 적이 없다. 내가 단순히 해상운송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운송할 수 있는 물량의 차이가 어마무시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컨테이너 선박의 경우를 보자면, 현재 21,000 TEU(Twenty-foot equivalent units의 약자, 즉 20피트(약 6m) 길이의 컨테이너 크기를 말한다) 크기의 컨테이너선도 등장하여 한번에 컨테이너 무려 2만여개를 나를 수 있는데, 기차의 경우는 보통 60 TEU 정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스베거스에 거주하시는 어느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주이신 분께서, 워렌버핏이 여전히 철도회사에 투자하고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을 것이란 말에 다시금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참고로 오마하의 현인께서는 지난 2009년, 440억불 규모의 미국 대형 철도업체 벌링턴 노던 싼타페(BNSF)를 인수합병했다)
내가 궁금한 점은 철도운송이 해상운송과 다이다이 붙었을 때, 얼마만큼의 가격경쟁력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사실 통일이 된다면 부산항에서 TSR을 타고 모스크바, 조금 더 나간다면 유럽본토까지 갈 수 있을 것인데, 이게 과연 부산항에서 배를 타고 말라카해협과 바브엘만데브해협을 넘어 지중해에 당도하는 것과 얼마만큼의 경쟁력이 있을까 말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물류의 ㅁ도 모르는 내가 이러한 분석을 제대로 할 수는 없을 터, 그래서 구글링을 열심히 하다 아래 분석기사를 발견했다.
Comparing Maritime Versus Railway Transportation Costs. 이름부터 맘에 쏙 드는 기사다. 사실 내가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다음과 같다. 미국은 동부와 서부로 나뉘어 있고, 이는 서부개척시대 때 많이 부설해 놓은 철도도 있다. 하지만 파나마운하의 존재로 인해 대규모 물류의 이동은 해상운송으로도 가능할 터, 분명 이를 비교해 놓은 미국쪽 자료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역시아 이 기사에서는 그러한 부분을 잘 다뤄주었다. 그럼 한번 기사를 들여다보자. 짧은 영어실력이라 오독을 했을 개연성은 충분히 있을 수 있음을 미리 공지해두고 간다.
참고로 Maritime Executive라 하는 언론은 일년에 6회 발간하는 저널로서, 28,000부수를 전세계 127개국에 출간한다고 하며, 이는 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라 한다. 내가 해당 업계 종사자가 아니라서 확신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신뢰도는 있는 매체로 판단된다.
여튼 기사는 두괄식이다. 두번째 문단으로 보면 벌써 Sea Point Group이라 하는 곳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의 롱비치와 테네시주 멤피스 사이 컨테이너를 옮길 때 해상운송으로 간다면 철도운송보다 2,000불 가량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철도의 운행거리는 대략 2,000마일이고, 파나마운하를 통한 해상운행거리는 4,355해리이다. 해리, 그러니까 Nautical mile은 1.150779마일이다. 그러니까 정확한 비교를 위해 단위를 환산하자면 5,011마일이다. 대략 2.5배에 달하는 운송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해상운송이 더 경쟁력이 있다는 말이다.
글로만 봐서는 딱히 이해가 잘 가지 않으니, 지도를 놓고 한번 살펴보자. 구글맵으로 들여다 본 두 도시의 위치는 다음과 같다. 여기서 필자가 친히 아이패드로 두 루트를 추측해보았다. 파란색이 철도운송루트이고 붉은색이 해상운송루트이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면, 철도운송비용은 마일당 2.5불이라 한다. 따라서 롱비치-시카고의 경우는 2,100마일이니 5,200불, 롱비치-뉴욕은 3,000마일이니 7,500불이라고. 그런데 컨테이너선의 경우는 네오파나막스, 그러니까 8,000~10,000 TEU급 선박들 기준으로 보자면, 1해리당 0.8불 수준이라, 상하이-홍콩-롱비치 운송비용도 컨테이너 하나 당 4,800불에 불과하다고 한다. 여기 거리는 6,000 해리이다. (롱비치에서 시카고로 철도운송하는 것보다 상하이에서 롱비치까지 해상운송 하는게 더 싸다는 말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선박의 크기는 점점 더 커져가는데, 이게 미래의 28,000 TEU 급으로 가면 동아시아에서 미국서부로 오는 운송비용은 2,000~4,000불로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다만 이러한 큰 규모의 선박이 접안하기 위해서는 항구의 크기 및 준설깊이도 더 커져야 할 것이다.
물론 대형항구에서 내륙으로 운송을 할 경우에는 철도물류의 중요성도 존재할 수 있으며, 이는 계속해서 틈새시장의 용도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차이나는 운송비용, 그러니까 마일당 2.5불(철도) : 0.7불(8,000 TEU급 선박)은, 조금 더 긴 해상루트를 감안하더라도 장거리에서는 철도의 경쟁력이 낮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기계 및 토목기술의 발달로 인해 28,000 TEU급으로 가면 해상운송 단가는 더 낮아져 경쟁력 차이는 벌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통일이 되어 시베리아 길이 열린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임팩트는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스크바 기준으로 보았을 때는 이게 경쟁력이 있을 수는 있지만, 우리나라가 딱히 러시아랑 지대한 수출입을 하고 있지는 않다.
아래 지식경제부 자료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러시아가 딱히 우리의 수출/수입 주요 교역국은 아니다. 중국은 상해나 홍콩 기준으로 보자면 오히려 육로보다 해로가 더 가까울 것이고 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TSR이니 TCR이니 하는 새로운 노선이 출현한다 하더라도, 이것이 특별히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할 것 같지는 않다.
이상으로 무역은 잘 모르나, 철도운송이 해상운송에 비해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 궁금했던 어느 아재의 분석은 끝났다. 남북한 관계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사회나 경제는 도래하겠지만, 이에 대해 과도히 높게 평가하거나 장밋빛으로 바라보는 것은 조금 조심스러울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조금더 디테일에 신경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워렌버핏이 철도회사에 투자하는 이유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대륙국가의 특수성 때문일 것이다. 아무래도 미국 동서부 해안도시에서 중부도시로 물류를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철도라는 운송수단의 대체제는 그다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철도운송은 차량운송에 비해 환경적으로나 가격적으로나 경쟁력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그것이 해상운송을 능가할 경쟁력은, 특수한 환경을 제외하고서는 별로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