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대학의 학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진학률은 낮으며, 실업률은 2017년말 기준 무려 3.6%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독일은 또 2015년부터 3년 연속 재정 흑자 소식을 알렸는데, 2017년 기준 통일 이래 최고 수준인 237억 유로(28조 3천 340억원)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런 독일을 두고 혹자는 독일이라는 나라는 한국에 비해 정직한 사람들도 많고, 근검절약을 하고, 공직자나 정치인들이 훨씬 투명하고 뛰어나서 그렇다고 말을 한다. 물론 정말 그럴수도 있다. 하지만 독일이 이렇게 계속해서 여러모로 우등생 국가가 되는 것은 유로화라는 화폐의 출현, 그리고 유로존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고 있는 ECB의 역할도 있는 것이다.
현대사회에 있어 그 중앙은행의 역할은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중앙은행에서 통화정책을 관장하며 시장의 상황에 맞게 거시경제, 그러니까 물가, 실업, 국제수지 등을 조율하기 때문이다. 실업률이 무슨 중앙은행과 관계가 있느냐 하고 묻는 분도 있겠지만은,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율과 실업률 간에는 역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고 한다. 그러니 중앙은행이 적절히 이 두가지 경제정책 목표를 조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경알못의 설명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컬럼비아 대학의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책, the EURO에서 그의 의견을 살펴보자.
“유로화는 약한 국가를 더 약하게 만들고 강한 국가는 더 강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예를 들어, 독일의 GDP는 2007년에 그리스 GDP의 10.4배에서 2015년 15배로 대폭 증가했다. p.19, 유로, 조지프 스티글리츠”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는 갑자기 신용을 얻을 수가 없게 되면서, 유로존 설립자들의 계획에는 없었던 위기에 빠져 버렸다. 십년 전에 동아시아 위기에서는 투자자들의 정서가 갑자기 바뀌면서 자본 흐름이 뒤바뀌었다. 이로 인해 해당 국가들의 환율이 곤두박질쳤는데, 환율 추락이 이들 국가들의 경기 회복을 도왔다. 주변부 유로존 국가들에서는 이것이 이러날 수 없었다. p. 62, 유로, 조지프 스티글리츠”
같은 사례는 될 수 없지만, 한국의 지방자치를 잠시 들여다 보자. 세금에는 국세와 지방세가 있어 국세는 다시 지방자치단체별 국고보조금의 형태로 지급되는데, 여기서 이 국고보조금의 지자체별 비율은 실제로 각 지자체별 세금납부 인원과 상이하다. 예컨대 국세청 지역별 납세인원 현황을 보면 2015년 기준 서울,경기의 납세인원은 전체 인원의 각각 25%인 반면, 전남,경북의 납세인원은 3%,4%이다.
하지만 이게 지자체별 국고보조금 현황으로 가자면 2017년 기준 서울,경기는 각각 9%,16%로 줄어들고, 이게 또 전남,경북으로 가자면 8%,9%로 늘어나게 된다. 이게 납세인원의 데이터와 비교해서 그렇지, 납세액으로 가자면 그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될 것이다. 이렇듯 하나의 통화, 하나의 중앙은행 아래 있는 국가에서는, 예산의 차이를 어느 정도 인위적으로 조정하며 분배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EU에서는 그러한 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물론 나의 말이 정답이 될리야 만무하겠지만, 독일의 나홀로 독주는 이러한 다각도의 이유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독일의 과도한 무역흑자는, 다른 유로존 국가들의 과도한 무역적자와 연관성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저 독일은 대단하다고 치켜세우고,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고 내리 깔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Statista를 보면, 2018년 기준 그리스와 스페인, 그리고 이탈리아의 청년실업률은 각각 44%와 36%, 32%이다. 풍선의 어느 한 부분이 눌린다면, 다른 한 쪽은 늘어나기 마련이지 않을까 싶다.
이 상태로라면 유로화라는 화폐와 ECB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