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대한 공포가 날로 심해지며, 일반 대중들은 물론 각종 언론에서도 이를 국가재난 수준으로 대응하라는 등의 주장이 일반화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아래 기사와 같이 미세먼지의 수준이 '역대 최악'이라는 말이 종종 당연하게 사용되고 있고, 주변에 많은 분들도 어린 시절 보던 파란 하늘을 다시 보고 싶다는 말씀들을 하신다.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609519
심리학적으로 사람들이 과거의 추억을 좋게 기억하고, 그 시절로 돌아가려고 하는 현상은 자연적인 것이라 한다. 하지만 이것도 지나치면 독이 되는데, 과학이나 통계적으로 분석될 수 있는 분야의 것을 감정적으로 왜곡된 기억에 의존하게 되면 문제의 본질을 보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응답하라 1988은 그 첫사랑의 기억에 한정해서 봐야 하는 것이지, 그 시절 잠깐 남아있는 파란 하늘의 기억을 현재는 없다고 재단해버리면 곤란하다.
http://science.ytn.co.kr/program/program_view.php?s_mcd=0082&s_hcd=0013&key=201709061557091972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런던이나 LA와 같은 대도시의 공기질은 지난 백여 년간 급격하게 좋아지고 있다. 1952년 겨울, 영국 런던에서는 약 나흘 동안 발생한 스모그로 인해 수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1950년대 미국의 로스앤젤레스(LA)는 최악의 대기오염 도시로 악명이 높았다. (여기서 런던 스모그와 LA스모그는 산업생산에 의한 스모그와 광화학적 스모그라는 차이점이 존재함) 하지만 현재 두 도시의 연평균 초 미세먼지(PM2.5) 농도는 15~20 ㎍/m³에 불과하다. 아래 미국 국립 해양대기청의 자료를 보면, LA의 경우, 당시부터 지속적으로 VOCs(휘발성 유기 화합물) 농도가 낮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VOCs는 대기 중에서 광화학반응을 일으켜 LA 스모그 발생의 주원인으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공기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미세먼지 지수인 PM10의 경우는 80년대 말, PM2.5의 경우는 90년대 말부터 미국에서 기준이 설정되고 측정되기 시작했다. 이게 환경부에서 예보를 시작한 것도 비단 4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니까 미세먼지의 경우는, 없던 무언가가 생겼다기보다는, 그동안 측정하지 않았던 새로운 측정방식이 생긴 것이다.
구글링을 통해 1984년 텍사스 대학에서 공중보건을 전공하신 김윤신 님의 논문을 읽게 되었는데, 이 논문을 보면 그 당시 한국의 아황산가스(SO2 concentration) 농도를 확인할 수 있다.
이게 ppm의 단위라 잘 감이 오지는 않을 텐데, ppm은 parts per million의 약자로, 백만분의 1을 말하며 주로 대기나 해수, 지각 등에 존재하는 미량 성분 농도를 나타낼 때 사용된다고 한다. 논문에 따르면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기오염 측정지수는 SO2가 유일했으며, 1983년부터 추가로 TSP, CO, NO2, O3, HC들을 통해 대기오염을 측정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럼 지금 이 수치는 어떻게 변화되었을까.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에서는 2014년 제11차 Metropolis World Congress에서 'Seoul's Efforts to Tackle Air Pollution'이라는 자료를 제시했다. (미주 참조) 여기서는 서울과 다른 대도시, 한국과 다른 국가들을 비교해 가며 서울의 대기질 현황을 보여주며, 시계열로 각 측정지표들을 보여준다. 16페이지 정도 되면 내가 궁금했던 SO2의 ppm이 등장하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정말 드라마틱하게 감소했다. 80년대 초만 하더라도 0.100ppm 수준의 아황산가스 농도는 90년대 들어오면서 0.020ppm 수준으로 감소했다. 그럼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는?
이게 다시 95년 이후 00년대로 들어오며 0.005ppm 수준으로 변화되었다. 80년대 초 대비 90% 이상 감소된 결과다. 이는 물론 80년대 이후 저유황 연료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발생한 사실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서울의 대기오염이 줄어들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대관절 구로만 하더라도 과거 구로공단 시절 시커먼 연기를 내뿜던 섬유, 전자, 완구, 봉제공장들이 현재는 구로디지털단지의 매끈한 고층빌딩 숲으로 변화하였는데, 이것만 생각해봐도 서울의 공기질은 과거보다 좋아졌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다 같이 연탄보일러를 때며 공기 중 유독가스를 배출하고, 하얗게 변한 연탄을 깨면서 발생시키는 거대(?) 먼지들을 생각해보도록 하자. 사실 대기오염에서 이렇게 드라마틱한 변화는 그다지 놀라운 수준이 아닌데, 유럽의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인 EURO 시리즈로 가보자면 그 변화를 더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유럽은 디젤차의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1992년 유로 1부터 시작해서 규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여기서 질소산화물(NOx) 및 미세먼지(PM)의 배출량은 상기 표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그러니까 같은 디젤 차량이라 하더라도 1992년에 생산된 디젤 차량과 2014년의 디젤 차량이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이나 미세먼지의 수준은 수십 배가 차이 난다. 이에 따른 대기질의 향상은 어느 정도 필연적인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요즘 연일 역대 최악이라는 미세먼지 지수의 변화는 어떻게 될까. 같은 서울연구원의 자료 16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그래프가 있다.
측정을 시작한 95년 이래로 다소의 변화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우하향의 그래프를 보여주고 있다. 상기 그래프 상으로 역대 최악은 PM10도 PM2.5도 2000년대 이전에 발생하고 있지 2010년대 이후에 발생하지는 않는다. 물론 인류의 출현으로, 그리고 산업혁명의 출현으로 지구는 다소의 몸살을 겪었다. 하지만 개인적 관점에서 보자면 그 수준은 20세기 중반에 정점을 이루었고, 점차 더 나은 기술과 규제를 통해 오염의 정도를 점차 낮추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기오염은 여전히 문제이고 우리가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이다. 하지만 이것이 과도하게 공포 팔이의 영역으로 간다면, 괜히 예산을 낭비하고 사회분위기를 저하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럴 때 조금은, 더 객관적인 수치를 바탕으로 과학적 사고를 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끝.
*본 포스팅은 비전문가의 관점이며 관점에 따라 시각이 다를 수 있음을 전제로 게시함
*바탕화면 출처: http://navanrfc.ie/blue-sky-desktop/
*출처1: https://www.esrl.noaa.gov/csd/news/2012/119_0809.html
*출처2: https://www.tandfonline.com/doi/pdf/10.1080/00022470.1984.10465820
*출처4: https://namu.wiki/w/%EC%9C%A0%EB%A1%9C%EA%B7%9C%EC%A0%9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