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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Mar 30. 2018

우리는 과연 망해가는 나라에 살고 있을까

인도에서 강철비를 보다가 든 잡상

주말에 넷플릭스에서 강철비가 올라와 있길래 흥미 있게 관람했다. 극 중 진보진영 차기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분을 이경영 씨가 연기하는데, 대사 중 이런 말이 있었다. (기억에 의존한 것이라 틀릴 수 있음)


"지금 우리나라 출산율, 경제성장률, 다 뒷걸음질 치고 있어. 쉽게 얘기해 줘? 나라가 망해가고 있다고. 원래 하나였던 민족이 다시 하나로 합쳐져야 한다는 당위가 이해가 안 가면, 이익의 눈으로라도 통일을 봐 봐."  


나는 기본적으로 이런 프레임을 가지고 통일에 대한 접근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한국의 문제점이라 하는 것들은 사실 전 세계 어느 국가나 가지고 있는 공통적이 문제점이고, 이는 통일이 되면 더 악화되면 악화되지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통일이 되면,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보안(Security)이 보장된 부동산의 가격은 더 올라갈 것이고,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어 증시가 떨어질 수도 있다. 그로 인해 금리가 올라가면 파산하는 기업들도 나올 것이고, 그러다 보면 실업률도 올라갈 수 있다. 아니 당장 북한 주민들만 그 분모에 놓더라도 실업률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통일에 대해 찬성의 입장이다. 하지만 그전에 선결되어야 하는 조건이 북한의 개혁개방이고, 최소 베트남 수준의 경제력을 갖추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서로의 윈윈 수준의 관계가 성립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삼성전자의 갤럭시 생산은 베트남에서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고 하며, 이는 베트남 전체 수출량의 약 22%에 이른다고 한다.


사실 이것도 연방제나 되어야 성립될 말이지, 하나의 나라가 된다면 불가능할법한 이야기다. 하나의 나라가 되어 하나의 근로기준법을 적용한다면 최저임금 수준의 생산성을 보이지 못하는 인력은 고용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베트남이 현재 한국 수준의 최저임금을 바로 적용한다면, 저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 수준의 수출량은 기록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폭스콘을 캘리포니아로 데리고 온다면, 아이폰의 가격은 대략 1.5~2배로 올라갈 것이다.


가끔 보면 서울에서 파리까지 기차를 타고 간다면 상상만 해도 흐뭇하다는 어르신들도 계시는데, 통일이 되더라도 파리는 물론, 상하이나 블라디보스토크도 비행기 타고 갈 것이다. 철도는 물류이동의 수단이지 장거리 여객의 수단으로써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철도가 그렇게 매력적인 장거리 여객 수단이었다면, 미국은 어째서 1950년대 이후 철도망 건설에 힘을 쓰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지금도 당장 뉴욕에서 LA를 간다고 하면 비행기를 타고 가지 기차를 타고 가는 사람은 시간이 무지하게 남는 사람일 것이다.


지금 남북관계가 화해 모드로 가야 하고,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가서 개혁개방을 촉진시켜야 하는 이유는, 작금의 남북관계가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자면, 지금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비이상적인 빈곤과 인권을 그대로 두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계는 강철비에서 나온 바와 같이 언제 어디서 쿠데타와 같은 일이 발생할지 모르고, 독 안에 든 쥐가 고양이를 물려고 덤빌지 모르는 불안전한 관계이다. 조금 더 화해 모드로 가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끌어내어 연방제 수준으로 가져갈 수 있다면, 개성공단과 같은 시설을 북한에 많이 만들고, 수력발전과 같은 시설을 통해 전기를 생산해 내 남한으로 보낼 수 있다면, 그런 관계가 윈윈적인 관계가 되지 않을까 싶다.


통일은 결코 장밋빛이 될 수 없다. 우리 선배들이 인당 GDP 3만 불의 괜찮은 나라를 선물해 준 것은 사실이지만, 분단이라는 유산도 남겨준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 통일이라는 과정은 어떻게 해서도 낙관적으로만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 간의 갈등과 양극화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만 겪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압박일 수 있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국가를 만들어 간다는 입장에서 보자면,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남한의 경제는, 아무리 언론이나 여기저기서 문제라고 할 지라도, 국제적으로 비교해 보았을 때, 그리 큰 문제라 생각되지는 않는다. 유럽의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청년실업률은 30-40%에 이른 지 오래고, 국가별 외환보유고 순위를 보면 한국은 늘 10위 안에 들어가 있다. 그런가 하면 부동산 가격 상승률도 요즘에야 좀 들썩이지 지난 10년간 꽤 안정된 그래프를 그려오고 있다.


괜히 무디스나 S&P와 같은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을 AA수준의 투자등급을 부여했겠는가. 부디 그런 수준에서 한번 한국경제를 바라봤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첨부 그림: 기획재정부 보도자료 참조, 국제 신용평가기관 무디스(Moody’s),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Aa2(안정적)로 재확인, 2017. 10. 18(수))


*참고로 영화는 재미있었다 ㅋ 안 본 분들께는 추천하는 바이다.

*참고로(2) 강철비는 넷플릭스 인도에서만 볼 수 있고, 넷플릭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다고 한다. (2018.03.30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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