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 아빠의 동화에 대한 고찰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동화, 어린 시절 구전으로 책으로 대부분 즐겨 읽던 동화는 누가 제일 많이 만들었을까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데르센'을 생각할 것입니다. 헌데 알고 보면 안데르센의 동화는 그다지 많지 않고 그림형제와 이솝이 쓴 동화가 대다수입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안데르센은 19세기 덴마크의 사람으로 창작동화를 만들었던 분입니다. 그에 반해 그림형제나 이솝은 여기저기 떠도는 설화나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기 대문에 양;Quantity적인 측면에선 안데르센의 그것에 비해 압도적일 수밖에 없지요. 참고 삼아 세 분이 쓰신 동화 목록을 간단히 아래에 열거해 보겠습니다. (목록 출처 : 위키백과)
안데르센; Hans Christian Andersen (1805~1875)
미운 오리 새끼, 벌거벗은 임금님, 빨간구두, 성냥팔이 소녀, 엄지공주, 인어공주, 등
그림형제; Brüder Grimm (1785-1863/형, 1786~1859/동생)
개구리 왕자, 늑대와 7마리 아기염소, 라푼젤, 백설공주, 백조왕자, 브레멘 음악대, 신데렐라, 잠자는 숲 속의 미녀, 헨젤과 그레텔, 등
이솝; Aesop ?~? (기원전 6세기로 추정)
개미와 베짱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사자와 여우, 양치기 소년, 여우와 두루미, 여우와 신포도, 욕심많은 개, 태양vs구름, 토끼와 거북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 등
위키백과를 찾아보면 그림형제와 이솝의 경우 상기 언급한 작품 외에도 수도 없이 많은 작품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상기 목록은 그 수많은 작품 중에 제가 기억하고 있는 동화만 간추려 본 것입니다.
목록을 보면 아시겠지만 안데르센의 경우 비교적 파스텔 톤 느낌이 나는 동화가 많지만, 그림형제의 경우 다소 폭력성이나 잔혹성이 묻어나는 작품들이 종종 눈에 띕니다. 그래서 저는 안데르센을 좋아합니다. 아이에게 그림형제의 동화를 읽어주다 보면 생각보다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이 나옵니다. 일례로 신데렐라의 계모라든지, 라푼젤의 마녀, 아기 염소들을 차례로 삼켜가는 늑대들을 읽고 있자면 가끔 한숨이 나오곤 합니다. 이걸 애들에게 읽어줘야 하나? 휴우~ 이솝의 동화는 대부분 동물이 주연이고, 교훈을 주는 내용이라 앞서 언급한 두 작가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아이 둘을 키우는 아빠로서 저는 앞서 언급한 동화들 보다 현대 동화를 많이 읽어주곤 합니다. 우리나라의 '구름빵'이나 일본의 '고 녀석 맛있겠다' 등의 현대 동화는 뚜렷한 선악의 구도보다는 보편적 우정이나 가족의 소중함을 많이 강조합니다.
시대가 달라져서 동화도 동화지만 요즘엔 애들이 동화보다 만화영화를 많이 보지요. 저는 만화영화도 제가 어릴때 보던 만화보다 요즘 만들어진 창작 만화영화가 참 좋습니다. 요즘 만화영화가 특별히 좋은 점은 악당이 존재하지 않는 만화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뽀로로나 로보카 폴리 등 EBS 만화영화를 보면 그 경향이 뚜렷합니다. 예전 80년 대생들이 즐겨보던 만화영화, 즉 개구리 왕눈이, 머털도사, 메칸더 V, 스머프 등을 생각해보면 뚜렷한 선악구도를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곤 합니다. 그래서 애들은 동네에서 놀 때도 "넌 나쁜 놈 해, 내가 착한 놈 할께"하면서 역할을 놓고 싸웠지요.
세상엔 정말 나쁜 놈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필자의 경우, 건설현장에서 일할 때 명절 때면 가스통 매고 현장을 찾아오는 분들도 만나봤지만, 적어도 제 경험엔 뼛속까지 나쁘다라고 생각된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관계가, 그리고 서로 처한 위치가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일은 종종 있긴 합니다. 사람의 본성은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 어딘가엔 절대 악당이 있을 거란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심어주는 만화나 동화는 점점 사라지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뽀로로, 구름빵을 비롯한 우리 만화, 동화 종사자 분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