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대한 짧은 단상
시험은 평소 실력으로 보는 거야
필자는 학창시절 선생님이 줄곧 하시던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습니다. 그래서 학창시절 남들 다 노는 평소에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하고 남들 밤새는 시험기간엔 저녁 8시 정도에 일찍 잠에 들었습니다. 물론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시험은 출제자의 의도를 간파하고,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양의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시험문제는 어디선가 다 본 문제인데 결정적으로 답이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분명 사회교과서 214페이지에 있는 건데... 기억이 나질 않아...
수학은 외워서 푸는 게 아니야, 풀릴 때까지 절대 답안지를 보지 마
저는 요 말도 곧이 곧대로 믿었습니다. 그래서 수학 한 문제 가지고 하루 온종일 푼 적도 있고, 미적분 원리만 이해하는데 방학을 통째로 날린 기억도 있습니다. 사고력이나 상상력을 기르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겠지만 시험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수학도 결국 시험의 관점에서 보면 암기과목이라 생각합니다. 수학시험을 준비하며 잘 안 풀리면 어서 답안지를 봐야 하고, 이해가 안되면 수식을 통째로 외워버리는 게 '수험공부'의 정답입니다.
이해가 안되면 씹어먹어 버리겠어!!!
상기와 같은 이유로 공부를 안 한 것도 아닌데, 중고등학교 내신 성적은 과히 좋지 않았습니다. 결국 인서울대학 공대에 진학하긴 했지만 중학교 시절엔 가끔 나머지 반도 했습니다. 아마 수능이란 선물(?)이 있지 않았다면 지금 쯤 뭘 하며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합니다. 대학에 가서도 학점은 좋지 않았고, 죽마고우와 같은 귀중한 친구들을 만난 덕택에 공부방법을 수정하여 간신히 졸업을 하고 취업을 했습니다.
저는 교육의 목적;Purpose과 목표;Target가 무엇인지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선생님의 입장에서야 교육의 목적은 사회 구성원이 될 아이들의 사고력 증진 및 인성을 가르치는 게 될 것입니다. 헌데 학생 입장에선 어쨌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하는 게 교육의 목표가 될 것입니다. 이 선생님과 학생 간의 목적 및 목표의 상이로 인해 사교육이 탄생한 것으로 봅니다.
일곱 살짜리 애 영어교육을 시킨다고 매주 토요일에 참여수업 준비하고 있으면 옆에서 선생님이신 저의 아버지께서는 벌써 사교육을 시킨다고 종종 혀를 끌끌 차십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아버지께 말씀드립니다.
공교육 선생님으로서 아버지의 평준화적 교육관은 존경해요. 하지만 저는 한 아이의 아빠로서 얘가 스스로 자립할 수 있을 만큼의 경쟁력 있는 교육을 시켜야 할 의무도 있으니 이해를 해 주세요
물론 선생님을 아버지로 둔 저는 사교육도 거의 받지 않았습니다. 제 기억으론 12년 통틀어 국영수 학원은 한 4-5개월 다닌 듯합니다. 헌데 토익시험을 준비하며 뒤통수를 '꽝'하고 맞은듯한 기억이 납니다. 대학 2학년 때부터 쉬엄쉬엄 공부하며 제자리였던 토익 성적이 4학년 때 종로의 YBM의 유명한 어느 선생님 강의 한번 듣고 몇백 점이 뛰었습니다. 강의 수준을 보면 실소를 금치 못할 부분도 있긴 합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겁니다.
Part5에서 Although가 보기에 있으면 정답이다!
Part6에서 Information이 줄 쳐져 있으면 정답이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비웃겠지만, 이는 토익강사가 끊임없이 토익시험을 보며 ETS의 출제유형을 간파해서 나온 결과입니다. 이런 강의를 듣지 않고 토익시험을 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전쟁에서 무기를 득템 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일 것입니다. 쨋든 토익시험의 목표는 나의 영어실력을 체크한다기 보다는 남들보다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니 말입니다.
종합하자면 이렇습니다. 공부를 하는 목적;Purpose은 사고력 증진, 지식의 습득이겠지만, 한 학기에도 몇 번씩 시험을 보는 학교에선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 목표;Target입니다. 즉 목적과 목표를 구분하여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 무조건 공교육이 정답이다, 사교육은 나쁘다 뭐 이런 시각은 조심해야 할 듯 보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