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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Dec 19. 2015

메모 습관의 힘

메모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

광화문에서 근무하는 저는 금요일  퇴근길엔 주로 교보문고에 들려 책을 서너 권 삽니다. 주중에는 업무 때문에, 회식 때문에 여유가 없지만, 불금 저녁에는 보통 다들 집에 일찍 일찍 가는 분위기라 저도 자연스레 교보문고로 퇴근할 수 있습니다. 어제 퇴근하며 고른 책 중, 저는 먼저 페친이시기도 한 신정철 님께서 지으신 '메모 습관의 힘'을 읽었습니다. 평소 자기계발과 관련된 책은 거의 읽지 않지만, 페이스북을 통해 보아온 필력으로 볼 때 귀감이 될만한 내용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결론은 과연 '세상엔 아직도 배울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이  있구나.'였습니다. 그럼 몇 가지 주제를 통해 책을 통해 느낀 사례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꼭 메모에 국한한 내용은 아님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을 정리한 부분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이건 저의 아날로그 메모수첩 ㅋ


1. 서로 다른 생각이 충돌할 수 있는 분위기 - 창의성

저자는 창의성으로 가는 두 가지 길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1) 연결에 사용할 수 있는 생각의 재료를 늘린다.
2) 생각이 서로 부딪혀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p.102

저는 여기서  두 번째 부분이 와 닿았습니다. 저는 원래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는 엔지니어입니다.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서로 부딪히는 일이 참 많이 있습니다. 예컨대, 10km짜리 전선관로를 까는 일이 있습니다. 3개월 공정이라 치면, 1개월은 땅을 파야 하고, 1개월은 전선을 깔고, 다시 1개월은 판 땅을 다시 덮는 일일 것입니다. 헌데 앞서 얘기한 땅을 파는 일이 늦어지면 전선을 깔기 위해 대기한 작업자들이 놀아야 합니다. '시간=돈'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 후속 공사의 원가에도 악영향을 끼치지요. 그래서 현장에서 일할 땐 다른 부서와 부딪힐 일이 참 많았습니다.


이럴 때 두 종류의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서로 잘했다고 아웅다웅 싸우는 전투형 타입 와 시간이 가면 다 해결되겠지 하며 허허 웃는 평화주의자 타입이 있습니다. 언뜻 생각하기엔 후자가 좋은 사람이라 보이겠지만, 산업의 세계는 그리 호락호락한 세계가 아닙니다. 아마 후자들만 가득한 회사가 있다면, 오래 지속될 수 없는 회사가 될 것입니다. 맞습니다.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도 전자의 경우입니다. 서로 생각과 환경이 다른 입장의 사람들이 아웅다웅 부딪히기 시작하면 분위기는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부딪히는 과정 속에서 창의성은 발휘될 수 있고, 서로 어떻게든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 내려고 노력합니다. 이럴 때 중요한 사람이 PD;Project Director 혹은 PM;Project Manager입니다. 얼마나 각자의 입장을 이해해 주면서 융합시킬 수 있을 것인가는 PD 혹은 PM이라는 대장에 따라 갈립니다. 창의성을 유지하면서도 프로젝트  조직원들끼리 인간적 유대감을 형성시킬 수 있는 능력, 저도 훗날 꼭 갖고 싶은 능력입니다.


2. 책과 대화를 주고받는 관계

저자는 책을 읽으며 메모하는 습관을 중요하게 설명합니다.

저자의 생각에 질문하고 내 의견을 제시하면서 '책과 대화를 주고받는 관계'가 만들어진다. p.165

저는 책을 출퇴근 지하철에서만 읽기 때문에 메모가 쉽지 않습니다. 대신 줄을 치거나 접어 놓고, 아이폰으로 간단간단하게 인상 깊은 구절에 대해 씁니다. 그 때문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지 못하고 일일이 사는 경향도 있습니다. 이 글도 아이폰으로 꼭지만 적어 놓고, 노트북으로 살을 채워가는 식으로 쓰고 있습니다.

저도 책 리뷰를 쓰는 것은 좋은 습관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책 리뷰를 쓰는 일은 처음엔 그다지 재미있는 일이 아닙니다. 페이스북에 책 리뷰를 써도 들인 시간에 비해 '좋아요'는 턱없이 작은 숫자만 달리고, 가끔은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의문이 들 때도 있습니다. 설마 어떤 사람이 댓글로, '넌 책을 완전히 잘 못 이해했어'라고 하면 어쩌지라는  어처구니없는 생각마저 하게 됩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글로 소화를 한다는 것은 저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메모 리딩의 효과
1. 쓰면 더 잘 기억할 수 있다.
2. 책과의 만남이 달라진다.
3. 글쓰기 실력이 향상된다. p.164

아울러 책 리뷰를 쓰다 보면 좋은 점은, 완독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저는 일주일에 책을 서너 권씩 삽니다. 그리고 그 책 중에 완독 하는 경우는 한두권 밖에 없습니다. 50~60 페이지 읽다가 던지면, 아내님이 레이저를 쏘곤 하십니다. 헌데 책이라고 다 좋은 책이 아니라서, 저도 변명할 거리는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런 습관이 계속된다면 당연히 좋지는 않을 것입니다. 책 리뷰를 쓰기 위해선 최소한 완독을 해야 합니다. 초반엔 별로인 책이 마지막에 진가를 발휘하는 경우도 있고, 초반 내용을 비판하다가 마지막 부분에 작가 스스로 그 비판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지요.


3. 글쓰기는 아이디어의 빈틈을 발견하게 되는 계기

저자는 메모가 글쓰기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1. 글쓰기는 생각의 빈틈을 발견하게 해준다.
2. 글쓰기는 메모를 지식으로 탈바꿈해준다.
3. 글쓰기는 성과를 만든다. p.179

저도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가 이제 한 달 정도 된 것 같습니다. 그간 페이스북에 올렸던 극악의 장문 위주로 글을 올렸는데, 지금은 브런치에 어울리는 글을 창작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서른다섯 평생 글을 써 본 적이 없는 공돌이가 갑자기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게 되니 가히 작가님이 설명한 부분들에 대한 동감이 갑니다. 저도 글을 쓰다 보면  머릿속을 맴돌던 생각의 파편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생명체가 되는 느낌을 갖습니다. 그래서 몇 시간을 끙끙대며 쓰다가 그냥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 그건 제 생각의 아웃풋이 직관적으로 예상한 부분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지요. 저자의 의견을 빌리자면 아이디어의 빈틈은 글을 쓰기 전까진 보이지 않는 부분입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 저는 보통 OECD 통계나 정부 통계를  들여다봅니다. 이 경우, 저의 직관이 통계와 일치하지 않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럴 때 저는 몇 시간의 시간을 낭비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저의 생각을 깔끔하게 정리한 유익한 시간이라고 자평합니다.


4. 기사에 대한 코멘트 공유 - 페이스북

저자의 페이스북 친구이기도 한 저는 이 부분도 참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책에서는 페이스 북 같은 SNS를 통해 기사를 공유하는 것의 장점을 몇 가지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그냥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코멘트를 달고 공유하는 것입니다.

1. 기사를 끝까지 읽게 된다.
2. 반복해서 보게 된다.
3. 글쓰기 연습이 된다.
4. 당신 자신에 대해 말해준다.
5. 힘들수록 기억에 오래 남는다. p.223

저의 경우엔 페이스북 친구도 많지 않고 해서 기사를 공유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헌데 가끔 The Economist의 기사를 공유하며 제 의견을 쓰곤 합니다. 영문기사라 공유를 해도 그다지 많은 사람들이 보지는 않지만 상기 저자께서 언급한 부분이 모조리  들어맞는 경우입니다. 영문기사에 제 의견을 달고 대중 앞에 공개하면, 기사를 끝까지 읽게 되고, 반복해서 읽게 됩니다. 나 자신에 대해 말해주기 때문에 코멘트도 신중하게 작성하게 됩니다. 그냥 혼자 하드카피의 이코노미스트를 슥슥 읽는 것보단 훨씬 큰 효과가 발생합니다. 어느 표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네이버 영어사전을 쉴 새 없이 들춰보곤 합니다.

아내님께서 페이스북 포스팅은 이틀에 하나 하라는 특명을 내리셔서 많이 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종종  계속해야 할 것 같습니다.


5. 청중 효과 - 공개된 곳에 써야 글쓰기가 는다.

청중 효과; Audience effect

저도 페이스북이나 브런치에 글을 쓰며 종종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냥 혼자 쓰고 혼자 읽으면 될 것을 굳이 나는 왜 이렇게 공개된 장소에 글을 쓰고 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헌데 사회학자들은 이것을 청중 효과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보고 있음을 의식할 때 성취도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이를 저자는 아래와 같이 설명합니다.

블로그와 같이 공개된 곳에 글을 쓸 때는 아무래도 읽는 이를 의식하게 된다. 나 혼자만 보는 글을 쓸 때와는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진다. 조금이라도 더 설득력 있고, 알찬 내용에, 재미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하게 된다. p.246

좋아요나 조회수에 연연하지 않으려 하지만, 종종 그 수치는 제 글의 방향을 잡아주기도 합니다. 물론 그 수치를 따라가다 보면 남들이 좋아할 만한 글만 양산하고 본래 저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제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에서도 레벨이 오르는 성취감을 느끼듯, 글을 쓰는 성취감을 늘리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피드백은 분명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6. 프로그램 - 구글 킵, 마인드 맵

본 책에서는 다양한 메모 관련 프로그램 및 도구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띈 부분은 '구글 킵'과 '마인드맵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구글은 정말 축복입니다. 괜히 구글 신 구느님을 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게다가 대부분 공짜라는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출퇴근하며 오고 가며 아이폰에 내장된 메모 앱을 쓰곤 하는데, 이 책에 소개된 구글 킵은 참 괜찮은 앱 같습니다. 한번 꼭 써봐야겠네요.

아울러 마인드 맵의 경우, 중학교 시절부터 저도 아날로그로 그려왔는데요. 분명 이런 프로그램이 있을 것으로 예상은 되었지만,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7. 마무리

저자와 페이스북 친구가 된지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다만 공대를 나왔고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저보다 5년 정도 앞서 경험하신 선배님으로서 배울 점이 참 많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사내아이 둘의 아빠라는 공통점도 저에겐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요즈음 갑자기 글의 세계에 빠져들어 사석에서도 주변 분들이 제 글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도 부담스럽고, 아내님께서 과도한 집착을 계속 경계해서 그런지 글쓰기가 참  어려워졌습니다. 헌데 글쓰기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긍정적인 점이 많이 있습니다. 인생에 있어서 포기하기 어려운 즐거운 취미생활을 익혔다고 생각 합니다.

이 책을 통해서 옆집 형이 얘기해 주는 것 같이 앞으로 직장생활과 글쓰기, 그리고 가정생활을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 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무엇이든 과도한 집착은 좋지 않으니 균형감 있는 삶을 유지하기 위해선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메모를 보면 그 때의 치열했던 삶이 다시 떠오릅니다

참고로 저도 메모에 있어선 한  메모합니다. ^^ 마지막으로 제가 중동의 뜨거운 태양 아래 매일매일 적었던 메모 일부를 공유합니다. 이 메모 덕택에 많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고, 지금도 가끔 들춰보면 그때 흘렸던 땀방울이 생각날 정도로 귀한 자료입니다. 여러분도 메모와 글쓰기 습관을 통해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가꾸시길 기원합니다.


참고도서 : 메모습관의 힘, 신정철 지음, 토네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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