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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Mar 04. 2016

고성과자들만 모아 놓는다고 프로젝트는 성공할까?

조직관리 차원에서 접근한 소규모 경영전략

학교다닐 때 과학실험 시간엔 보통 테이블당 6명 정도가 모여 한 조를 이루었습니다. 저는 대충 저를 제외한 5명을 훑어보고 이 실험을 주도적으로 해 나갈 지, 아니면 그냥 별다른 의견없이 팔로워만 할지를 판단했습니다. 똑똑하거나 실험을 좋아라 하는 애가 두세명 있다면 굳이 배가 산으로 가게 만드는 사공이 되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만약 조원 대부분이 그닥 과학에 관심없고 이대로 두었다간 실험을 망칠 것 같다는 판단이 들면 주도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대학에 갔습니다. 같은 과 친구들을 보니 뭐 전교 1등까진 아니더라도 대충 반에선 2-3등 하던 놈들을 모아 놓은 것 같았습니다. 들어올 땐 수능점수 편차가 그리 크지 않았던 이들이 4학년쯤 되니 학점이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심지어 4학년 2학기 어느 시험시간엔 시험지를 나눠주자 10초만에 시험지를 제출하고 나가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시험지를 보지도 않고 나갔던 그 친구도 4년전 수능시험땐 적어도 10개 중 9개는 맞췄던 아이입니다. 같은 학업수준의 아이들을 한데 모아놓고 4년이 지나자 이처럼 학업성취수준이 극명하게 갈라졌습니다. 이건 어느 대학에서나 발생하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요.




보통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프로젝트 매니저, 즉 PM;Project Manager은 고성과자들을 데리고 일을 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런 고성과자들로만 구성된 팀이 높은 성과를 달성할까요? 필자는 그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인사평가를 반기 혹은 매년 실시합니다. 주로 업적평가(Current performance) 역량평가(Future potential)로 평가를 하며, 평가결과에 따라 내신서열이 매겨지곤 합니다. 그리고 기업은 직원의 성과에 따라 A,B,C player로 구분합니다. 여기서 A집단은 고성과자, B집단은 유지인재집단, C집단은 저성과자입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A집단, 즉 고성과자는 상대평가에 의해 고성과자로 분류된 것입니다. 즉 10명이 있으면 평가결과에 따라 그 중 2-3명은 무조건 A집단으로 분류되고, 5-6명은 B집단, 나머지 2-3명은 C집단으로 분류됩니다. 실제로 같은 팀의 10명이 모두 뛰어난 퍼포먼스와 높은 생산성을 발휘했다 하더라도 이 상대평가에서 벗어나긴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PM이 상기 A집단의 인재만으로 10명을 데려와 팀을 꾸린 후 베트남 다낭에 발전소를 지으러 갔다고 가정해 봅시다. 공기는 5년입니다. 이 고성과자 집단은 각자 평소 하던대로 주도적으로 일을 하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일을 할수는 없는 일이기에 PM은 각자의 업역을 나누어 줄 것이지요. 예를 들어 김대리는 사무실에서 계산기 뚜드리며 발주처 수금 관리를 하고, 남대리는 하도급업체 기성관리하고, 이대리랑 한대리는 현장에 나가서 진입도로를 만드는 일부터 해라는 식입니다. 각자의 업역이 달라지고, 이 때부터 평가하기는 참으로 애매해집니다.


1년이 지나고 PM은 10명의 직원을 평가합니다. A집단 10명을 데리고 왔지만, 1년 후 2-3명은 다시 A집단으로 분류되었지만, 5-6명은 B집단, 나머지 2-3명은 C집단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순식간에 A집단에서 C집단으로 내려온 이 우수했던 인재들이 잠자코 다낭 해변가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묵묵히 일을 할까요? 몇몇은 1년만에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사람도 생길 것입니다. 제도적으로 그것이 안된다면 일을 설렁설렁하거나 괜히 남이 하는 일에 딴지를 놓기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일을 정말 잘 해냈는데, PM이 지정해 준 업역때문에 낮게 평가되었다고 항의하는 직원도 있을 것입니다. 팀웍은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한국에서 잘나가던 내가 가족이랑 떨어져 다낭까지 와서 고생하는데 이게 뭐냐고. 해변가를 쳐다봐 봤자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보여 더 짜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넘들은 놀러오는 곳에서 이게 뭐하는거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말이지요.


2년이 지나 또 인사평가를 합니다. 2년 연속으로 C집단으로 평가된 남대리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남대리는 아마도 이젠 다낭 생활도 지긋지긋 하다고 짐을 싸서 한국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가만 다시 생각해 보시지요. 이 남대리도 2년 전엔 A집단, 즉 상위 20%가량의 평가를 받던 고성과자 인재였습니다. 고성과자만 모아 놓은 팀에서 2년을 근무하자 저성과자가 되어 다시 한국에 오게 된 것입니다. 이 똑똑한 남대리는 고성과자였던 자기를 알아봐주지 못한 PM이 원망스러운 마음에 다른 팀에 가서 저 베트남 다낭 팀을 욕하고 다닐 수도 있습니다. 본사에 안좋은 소문들이 돌기 시작하면 다낭 발전소팀은 본사지원받기도 어려워 질 것이고, 프로젝트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학교도 회사도 결국 모든 평가는 상대적입니다. 모두가 공부를 잘 할수는 없고, 모두가 고성과자가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미꾸라지 한마리가 강물을 흐릴 수도 있지만, 황금잉어만 가득한 강물도 오염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회사에서 매기는 평가라는 것도 어차피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고용노동부는 저성과자를 퇴출할 수 있는 지침을 만드려고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상기 다낭에 다녀온 남대리와 같이 A집단도 얼마든지 C집단이 될 수 있는게 인사평가이기 때문이지요. 아울러 팀을 구성하는 리더도 고성과자들만 모으려고 너무 집착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팀을 이끌어 가는 건 소수의 Key-player이고, 나머지는 각자 튀려는 사람보단 잘 따라가는 팔로워들로 구성되는 팀이 오히려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우수한 인재를 데리고 일을 하는 것도 좋지만, 팀웍이 와해되지 않게 인사평가를 적절히 하는 것, 그리고 악의를 품고 이탈하는 사람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 PM의 중요한 덕목일 것입니다. 그리고 회사 입장에서도 직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집단에선 저성과자로 분류되지만, 다른 집단으로 가면 고성과자가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기 때문이지요.


모두들 즐거운 회사생활하길 바라며~


배경사진 출처 : unsplash.com/photos/utwYoEu9SU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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