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퀘벤하운 Mar 03. 2016

직장인에게 노동조합이란?

소소한 회사원의 노동조합에 대한 소고

직장인, 우리는 노동자인가 자본가인가.


세상의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상기 두 가지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노동자(Proletarier) 혹은 자본가(Bourgeoisie). 내가 월급여를 받고 있다면 그게 1백만 원 일지 1천만 원 일지 모르겠지만 일단 분류상 '노동자'일 것입니다.


요즘 대학의 인기학과는 문과에서 단연 '경영학과'입니다. 경제학과랑 종종 혼동되는 이 경영학은 역사가 그리 길지 않습니다. 20세기 들어서야 학문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경영학은 본디 효과적으로 인적자원을 관리하고 조직운영에 필요한 재무회계, 통계 및 마케팅 등을 배우는 곳입니다. 이게 사실 필요한 사람은 CEO, 즉 전문경영인 수준일 것입니다. 그래서 간혹 학부에서 경영학을 배우는 것이 무슨 필요냐, 사회생활하다가 MBA를 통해 배우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립니다.


노동자인 우리는 자본가가 될 확률은 사실 극히 미미합니다. 뭐 퇴직하고 치킨집 사장님이 될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실질적으로 주식이나 회사채 정도는 발행하여 생산수단을 마련할 수 있어야 자본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가 자본가가 될 확률은 더욱 많이 낮아집니다. 하지만 경영학이 각광받는다는 소리는 기업이 경영학 전공자를 많이 찾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업의 회장, 혹은 최고경영자는 나를 대신하여 인적자원을 관리하고 조직운영을  잘할 수 있는 직원을 채용하고자 합니다.


건설회사의 경우 현대 삼성 대우 GS 대림을 보통 빅 5라 하는데, 이러한 회사들이 운영하는 현장은 보통 규모가 1천억 원에서 1조 원가량 됩니다. 예컨대 5천억짜리 건설현장을 5년에 완공한다고 하면 연매출액은 1천억 원가량 되지요. 이는 웬만한 중견기업 연매출 수준은 훌쩍  뛰어넘는 것입니다. 건설회사 사장은 현장소장,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현장대리인을 파견하여 그 연매출 1천억 원짜리 현장을 경영하게 합니다. 1년에 1천억 원의 매출을 발생시키는 현장을 경영하기 위해선 앞서 언급한 경영학의 기술(?)이 요구됩니다. 생산성 관리를 해야 하고, 인사관리를 해야 합니다. 회계 및 재무관리를 통해 유동성에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하며, 법적인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거나 발생 시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물론 이는 제조업, 즉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의 공장장이나 해외사업 법인장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이러한 현장소장, 법인장 같은 양반만 경영능력을 갖추면 되는 걸까요? 삼국지에는 유비가 있으면 제갈량도 있고, 조조가 있다면 사마의도 존재합니다. 즉 부장이나 상무가 현장소장을 한다면, 그 밑의 차장이나 과장은 전체를 아우르는 관점에서 효과적으로 조언을 해주는 참모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비록 월급쟁이 과차장이라 할 지라도 자본가적 마인드에서 회사를 운영할 줄 알아야 할 것이지요. 물론 이는  하루아침에 생기는 능력은 아니고, 사원 대리 때부터 차곡차곡 경험을 통해 쌓아 나가야 하는 능력입니다. 그리고 이는 사무직이든 기술직이든 필수적으로 가져야 할 능력입니다.


자, 그럼 우리 직장인이 자본가적 마인드와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우리는 자본가입니까? 아닙니다. 우리는 최초에 언급한 바와 같이 분류상 급여를 받고 사는 노동자입니다. 노동자의 권익을 보장받고자 한다면 노동조합에 가입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노조 가입률은 OECD 국가 최저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귀족노조라는 말도 안 되는 네이밍을 붙여가며 언론에선 마치 고액 연봉자들의 노동조합은 이기적인 행동의 끝인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자면 이러한 뉴스들입니다. "'억대 연봉'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목소리가 '불편한' 이유" news.tf.co.kr/read/economy/1627880.htm)


회사를 처음 들어온 신입사원들이 종종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가 "노동조합에는 가입해야 하나요?"입니다. 저는 신입사원들에게도 제가 노조원임을 공공연하게 밝히곤 합니다. 워낙에 언론을 통해 노조의 안 좋은 모습을 보아왔는데, 눈 앞의 선배가 노조원임을 공공연하게 이야기한다면 그 신입사원은 가치관의 혼란이 올 것입니다. 물론 저는 그 앞에서 노조에 가입을 하라 말라 권유하지는 않습니다. 필자도 실제로 직장생활을 한 지는 어언 9년이 넘어가지만 노조에 가입한 건 바로 작년입니다. 성인이라면 누구의 권유나 설득이 아닌 자신이 판단해야 하는 사항이라 딱히 가입을 하라 말라 논하고 싶진 않습니다.


계약은 쌍방 간의 무언가를  주고받을 때 하는 행위입니다. 우리는 노동자라면 누구나 회사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연봉계약서를 작성합니다.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항상 계약의 당사자간 목적이 다르다는 데에서 기인하지요. 회사는 월급을 주면서 노동자가 더 많은 생산성(이라 쓰고 돈으로 읽는다)을 발휘해 주었으면 하고, 노동자는 월급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시간과 조건에 따라 근무하기를 원합니다. 이게 만약 잘 지켜지지 않을 경우, 회사는 직원을 해고할 수 있고 작업장을 폐쇄할 수도 있지만, 노동자는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입니다. 그로 인해 조직된 것이 노동조합입니다. 회사의 불합리한 대우에 대처하고 적법한 이익을 누리기 위해 결성한 단체. 이는 대한민국 헌법 제33조에 명시된 근로자의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에 해당하는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사민주의가 발달한 북유럽의 경우엔 노조 가입률이 70-80%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17% 정도에 허덕입니다. 물론 여러 가지 사유가 있겠지만, 사회가 노동조합을 안 좋은 단체로 인식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수를 이루고 있는 급여생활자,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 엄마 아빠는 노동자입니다. 그리고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는 방법은 모이는 것 외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소소한 회사원은 우리 사회가 부디 조금씩 그 인식을 바꾸어 나가길 기원합니다.


배경 사진 출처 : prezi.com/t4sqjse3tq7n/trade-unions-want-answers-to-globalization/

매거진의 이전글 전문가들의 세상을 꿈꾸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