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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Jan 09. 2016

전문가들의 세상을 꿈꾸며

Generalist와 Specialist의 차이

어느 신입사원 환영식이 있었습니다. 박수와 갈채를 받고 사장단을 이끌고 단상에 나온 회장님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번 신입사원이 500명인가요?
여기 모인 신입사원들, 모두 삼십 년 후엔 
여기 앞에 계신 사장님들이 되길 바랍니다!

신입사원들에게 패기를 갖고 진취적으로 일을 하라는 의미의 좋은 방향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부터 우리나라 기업들이 가진 함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 우리에겐 각자 꿈이 있었습니다. 의사, 과학자, 디자이너, 연예인 등 많이 있었지만, 사장이 꿈이었던 친구는 그다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대부분 회사원으로, 직장인으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에 입사하고 난  후부터는 언제부터인지 우리의 목표는 진급, 팀장이 되고, 임원이 되고, 나아가 몇몇은 사장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곤 합니다. 이런 현상은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으로 이어지는 오묘한 계급체계에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즉, 우리 사회는 진급을 하며 다방면에 걸쳐 많이 아는 'Gerneralist'를 양산해 내는 사회입니다. 이런 구조는 본인이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그 회사가 파산하지 않고 몇백 년 영속하거나 신입사원 전부가 제때 제때 진급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휘청거리거나, 경쟁에 탈락하여 30년 후 정말 소수의 몇몇만  살아남는 순간이 오면 우리의 인생도 휘청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현재 우리나라엔 그러한 제조업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외국은 어떠할까요? 그런 체계가 없을까요?


예를 들어 봅시다. 우리는 명함을 팔 때, 이름 앞 직급란에 상기 언급한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을 언급합니다. 영어로 하자면 회사별 차이는 있겠지만 다음과 같이 쓰일 것입니다.

Staff - 사원
Assistant Manager - 대리
Manager - 과장
Senior Manager - 차장
General Manager - 부장

국내에서 업무를 하며 다른 회사 분들의 명함을 봐도 대동소이합니다. 여기서 문제는 무엇일까요? 여기서 직급은 그 사람이 얼마나 회사를 오래 다녔는지, 얼마나 나이를 먹은 사람인지 보여주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면 외국, 제가 근무한 경험이 있는 곳은 유럽과  중동뿐이니  그곳으로 한정시켜  이야기해 봅시다.

외국에서 회의를 하거나 근무를 하며 명함을  주고받다 보면 우리나라 영문 명함과는 미세한 차이가 있습니다. 즉 천편일률적인 직급이 적혀 있지 않습니다. 예컨대 구매를 담당하는 직원은 Procurement Manager, 영업을 담당하는 임원은 Sales Director, 구조를 담당하는 직원은 Structural Engineer, 자기가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일을 직급으로 기록합니다. 즉, 'Specialist'라는 말입니다.

명함으로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외국 업체와 협업을 하다 보면 신기한 일들이 종종 눈에 뜨입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해당 PJ를 담당하는 Project Manager(이하 PM)가 30대 초반인 반면, 그와 함께 일을 하는 기술담당, 구매 담당자들은 40~50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30대 초반인 PM이 40~50대 아저씨들에게 업무 할당을 하고 최종 결정은 PM이 합니다. 이게 처음에는 상당히 이해가지 않는 시스템이었지만, 전문가; Specialist들의 세상에는 그것이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즉, 이는 PM, 대장이라 할 지라도 기술담당, 구매담당자의 결과물;Output에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않고 존중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대장의 역할은 곧 전체 프로젝트의 전략 수립, 공정관리 및 계약관리 수준에서 그친다는 말입니다.


필자가 중동에서 공사를 할 때, 우리 현장의 안전팀장;Safety manager는 영국  할아버지였습니다. 휴가 때면 영국에 가서 개인 비행기를 운전한다는 그 할아버지는 소싯적 군대를 전역한 후, 안전;Safety 업무만 50년째 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아마도 일흔은 거의 다 된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제 갓 오십을 넘긴 한국의 현장소장과 함께 잘 근무하셨습니다. 물론 연봉도 현장소장보다 많았던 것 같지만, 한 분야에서 그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엄청난 성과를 보여주니 회사 입장에서도 환영할만한 인재(?)였습니다.


다시 우리나라의 예로 가 봅시다. 우리는 신입사원 때부터 일을 다양하게, 그리고 잘 배워야 한다고 합니다. 건설회사로 따지자면 공사;Construction도 해 봐야 하고, 공무;Management도 해 봐야 하고, 본사;HQ에서도 근무해 봐야 하고, 현장;Site에서도 근무해 봐야 합니다. 이 뿐입니까, 우리는 국내 현장, 해외현장 모두 순환근무를 해야 하고, 경력관리를 위해 항만, 공항, 지하철, 도로 등 다양한 현장 경험을 쌓아야 좋다고 합니다. 이렇게 20여 년이 지나서 2년씩 10개의 경험을 한 어떤 부장님이 계시다고 합시다. 이 부장님이 어디 나가서 어느 분야의 전문가;Specialist라고 할 수 있을 까요? 대답하기 상당히  애매해지는 부분입니다. 물론 Generalist, 즉 다방면에 걸쳐 많이 아는 인재로서 혹여나 사장님이 되실 분이라면 좋은 경력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입사원 500명 중에 사장님은 1명 나올까 말까 한 1%도 안 되는 게 문제라는 것입니다.

보통 외국에서는 한 분야의 경험;Experience를 높게 평가합니다. 그래서 계약을 하기 전에 이 프로젝트에 해당분야 전문가를 몇 명 상주시킬 것인지 문의합니다. 즉, 이력서;CV(Curriculum viate)를 요구하고, 이력서의 요구사항도 해당분야의 15년, 20년 이상을 근무했는지 여부를 물어봅니다. 어느 회사에서  몇십 년을 근무한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느 분야에서  몇십 년을 근무하였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자, 처음으로 돌아가 봅시다.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다 사장님이 되면 좋은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유토피아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고, 아마도 10분의 1은 임원도 되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두게 될 것입니다. 고령자 고용촉진법이 개정되었습니다. 이제는 고령자 고용촉진법 제19조(정년)에 따르면 60세 이상까지 일을 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모두가 사장, 임원이 되기 위해 경쟁을 하고, 그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을 퇴직시킬 수는 없습니다. 모두가 오래 같이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예전 경제가 8~10%대로 성장하던 고도성장기에는 Generalist가 모인 기업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경쟁에서 탈락해도 창업을 통해 더 큰 미래를  꿈꿀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경제성장률이 많이 잡아봐야 2~3%대의 저성장기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제는 기업문화도 조금씩 변해가야 합니다.

예금금리도 비슷한 기울기라는게 함정! 아, 우리의 저축습관 ㅠ


신입사원이 1,000명이라고 하면,  그중에 사장, 즉 경영자를 꿈꾸는 사람은 100명 정도로 줄이고, 나머지 900명은 자기 분야에 전문가;Specialist를 꿈꾸는 기업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구매만 15년 한 직원, 공사만 20년 한 직원, 영업만 30년 한 직원이 있고, 나이와 상관없이 관리자 및 경영자의 길을 걷고 있는 직원들과 어우러져 일을 할 수 있는 기업. 즉, 기업이 휘청거려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다른 나라, 다른 기업에서 해당 분야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사회. 이런 사회로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필자가 지금 당장 현재의 노동개혁법을 지지하고, 이직의 자유를 외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와 같은 복지시스템, 고용보험의 불안정 상태에서 자유로운 해고가 가능하다면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나락; 那落으로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점진적으로,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해 나가며 변화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끝.


* 배경사진 출처 :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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