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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Dec 24. 2015

You call it love

응답하라 1988, 정팔이와 덕선이의 로맨스 관점에서 본 음악이야기

You call it love,

초반 신디사이저의 한 음  하나하나의 선율만 들어도, 처음 사랑을 시작했던 두근두근 기억이 생각나는 음악이지요. 이 노래는 최근 응답하라 1988 중, 콘서트에 같이 다녀오던 정팔이(류준열 님)와 덕선이(혜리님) 사이에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로맨스의 배경음악으로 쓰였습니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고등학생 남녀의 만남, 아직 고백은 하지 않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은 열망만이 가득한 그 순간을 잘 표현한 음악이라 생각됩니다. 누구나에게 있던 이런 두근거리던 순간, 그럼 이 노래와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를 통해 그 순간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소피 마르소; Sophie Marceau

당대 누구나의 이상형이 었던 소피 (출처 : 나무위키)

'You call it love'란 노래는 1988년 소피 마르소가 주연했던 'L'Etudiante'라는 영화의 ost로 처음 소개되었습니다. 워낙 ost가 유명해서 우리나라에선 '유 콜 잇 러브'라는 제목으로 개봉되기도 했지요. 사실 소피 마르소가 스타덤에 오른 영화는 '라붐; La Boum'(그 왜 잘생긴 남자애가 소피 마르소 뒤에서 헤드폰 씌워주는 레전드 장면이 있는 영화)인데요, 얼핏 느끼기에 두 영화의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라붐의 ost인 'Reality'와 'You call it love'도 그렇고요. 그 이유는 라붐과 유콜 잇 러브의 영화감독과 음악감독이 동일하다는 데에 있습니다. 참고로 감독은 클로드 피노토; Claude Pinoteau, 음악감독은 블라디미르 코스마; Vladimir  Cosma라는 프랑스 사람들 입니다.


이 영화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Youtube로 링크한 유콜 잇 러브의 첫 장면을 보시죠. 스키장으로 시작하는 오프닝은 노래의 분위기와 소피 마르소의 청순한 외모가 어우러져 두근거리는 감정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참고로 처음 본 여자에게 한눈에 푹 빠져버린 남자 배우의 메소드 연기도 일품입니다. 청춘남녀라면 누구나 스키장 곤돌라를 타면서 경험하고픈 일일 것입니다. ^^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확률은 로또 당첨될 수준이라는 거 ㅋ

https://youtu.be/ir0QLqA4j9w


 

캐롤라인 크루거; Karoline Krüger

소피 마르소는 소피 마르소고, 정작 이 노래를 부른 가수는 노르웨이 베르겐 출신인 캐롤라인 크루거입니다. 베르겐은 ‘겨울왕국’의 배경이 된 도시로 유명하기도 한데요(아렌달 왕국의 실제 모델도시), 어린 시절 그 아기자기한 항구에서 감성을 키워서 그런지 절제된 목소리가 참 매력적입니다. 이후 많은 음악활동을 했을 것 같은데, 영어 위키를 찾아봐도 캐롤라인 크루거는 ‘You call it love’ 이후 별다른 행보를 보이진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2013년엔 ‘Jul’이라는 앨범도 내고 남편과 크리스마스 콘서트도 한 것으로 보이네요. 잘 살고 있나봐요~

앨범 뒷면 입니다

 

응답하라 1988

소피 마르소와 캐롤라인 크루거를 돌아 다시 응답하라 1988로 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응팔에서 제일 좋아하는 러브라인은 '정봉이-장만옥'라인이긴 합니다. 그 애틋한 러브라인을 보고 있자면 제 마음까지 아파옵니다. 간간이 보여주는 장만옥의 대저택과 공주 침대도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하긴 하지요. 하지만 ‘You call it love’는 '정팔이-덕선이' 러브라인이지요.


혜리가 드라마를 챙겨보게 만듭니다


정팔이와 덕선이의 러브라인은 조금은 애매한 관계입니다. 분명 서로 좋은 감정은 갖고 있으나, 주변 환경 때문에 적극적인 관계로 변모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적극적인 남자의 구애가 연애의 기본인데, 최택이라는 친구가 덕선이를 사랑하는 것을 안 정팔이는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을 하고 있지요. 이러한 상황을 모르는 덕선이도 정팔이와의 관계를 단순 짝사랑으로 생각하고 있어, 보는 이들을 더 애타게 만듭니다. 

‘You call it love’의 가사를 하나하나 곱씹어 보면 이런 관계를 더 와 닿게 만들어 줍니다. 그럼 가사를 한번  들여다볼까요? 참고로 해석은 제가 임의로 했습니다. ^^ 꼭  맞아떨어지진 않더라도 가사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번역하다보니, 실제 뜻과는 조금은 다를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You call it love
There are things I need to say
About the way I feel when your arms are on the around me
당신은 그걸 사랑이라 부르죠. 너의 팔이 나를 감싸 안을 때,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콘서트가 끝나고 덕선이는 발을 다쳤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이때 덕선이가 원했던 것은 스킨십이죠. 가사의 내용과 같이 너의 팔이 나를 감싸 안을 때, 그럴 때 느끼는 감정이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진한 스킨십이 아니라도 우리는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연애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눈 빛이 마주치던 순간, 손을 맞잡았던 순간, 이런 순수한 단계에서 느낄 수 있는 사랑을 잘 표현한 부분으로 보입니다. 그럼 다음 부분을 볼까요.


You call it love
Words I`d heard that sound so fine
Meaningless eachtime till you came and found me
당신은 그걸 사랑이라 부르죠. 내가 들었던 이야기는 좋아 보이긴 하지만, 네가 나를 찾기 전까진 의미 없다는 것을


저는 이 부분에서 김춘수 시인의 ‘꽃’의 일부가 생각났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된다는 것은 이름을 불러줄 때, 곧 그에게 다가가고 그를 찾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정팔이가 계속 덕선이 주변만 맴돈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지요. 어서 덕선이가 정팔이에게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도록 고백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See the ground is slowly turning dizzily, easily
Feel the way my heart is burning secretlyinside of me
땅이 아찔하고 천천히 흔들리는 걸 보세요, 내 마음이 나도 모르게 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사랑을 시작하고 있는 단계에서 제일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은 쿵쾅거리는 심장의 박동 소리일 것입니다.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못하지만, 나의 이 타고 있는 심장을 느껴보라는 가사는 덕선이가 정팔이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일 것입니다.


노래는 이러한 방식으로 ‘You call it love’라는 가사를 반복하며 대구법 형식으로 이어갑니다. 그 이하 부분도 곱씹어볼 부분이 많이 있지만, 그건 각자의 해석에 맡겨봅니다. (글을 어서 마치고 둘째 아이 보러 가야 한다는 점도 있긴 합니다. ^^)


이제 랩탑을 닫을 때, 회사 공동연차라 애 둘 아빠가 잠시 호사를 부려 보았네 ㅋ


마무리

‘You call it love’라는 노래를 통해 사랑을 처음 접하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사랑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죠, 아가페;Agape, 에로스;Eros, 스트로게;Storge 등등 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사랑은 그 처음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이어 나가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두 아이의 아빠로서 살아가며 항상 고민하는 부분인데요, 우리 처음 만난 순간을 기억해 보면 이어 나가는 것도 조금은 더 쉽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처음 아내를 보고 사랑에 빠졌던 순간, 처음 아이가 태어났을 때 느꼈던 감격, 우리 이 처음의 순간을 잊지 말자고요.


그럼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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