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시각으로 바라본 주토피아
인간은 본디 각자 자기 동네에서 잘 살아왔습니다. 흑인은 아프리카에, 황인은 아시아에, 그리고 백인은 유럽 대륙에 살아왔습니다. 그뿐인가요. 유대인은 가나안 땅에, 한국인은 한반도에, 마오리족은 뉴질랜드에 살았습니다. 헌데 항해술의 발달과 제국주의의 출현으로 지구는 뒤죽박죽 되었습니다. 지금 미국만 보자면 상기 언급한 인종 및 사람들이 다 같이 한 장소, 예컨대 맨해튼 같은 곳에 모여서 삽니다.
여성이 참정권을 획득한지는 미국이라 할지라도 약 1백 년 전이고, 스위스는 50년도 안되었습니다. 그리고 사우디 아라비아는 아직도 여성에게 참정권을 온전히 부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참정권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여성을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지금은 상식적인 이야기인 남녀평등 및 인종간 차별금지도 필자의 의견으론 아직도 뿌리 깊이 자리 잡지는 못했다고 봅니다. 그저 교육을 통해 말만 되넬 뿐, 가슴 저 구석에는 여전히 차별적 생각이 잠자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는 주토피아라는 동물들의 낙원, 즉 포식자와 초식동물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다는 설정으로 시작합니다. 호랑이, 버펄로 등의 대형동물부터 쥐, 토끼, 양 등의 소형동물까지 각각 평화롭고 조화롭게 잘 살고 있지요. 물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도 정착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인구가 초식동물 대비 1/10밖에 안 되는 힘센 포식자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불합리성, 포식자들 본래의 야수적 본성은 잠자고 있지 않겠느냐는 무의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기서 저는 왠지 자본가와 노동자가 연상되었습니다.
정치인들은 원래 그러한 인간의 내재적 본능을 이용하여 표를 가져가곤 했습니다. 이게 곧 프로파간다, 선동의 정치인데, 1934년 반유대주의와 반공을 내걸은 히틀러는 민주적 투표에 의해 총통 겸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되었죠. 당시 민간은행의 절반 이상이 유태인의 소유였고, 증권시장 및 언론도 유태인이 장악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마르크스의 아버지도 유대인이었다는 사실까지 엮으면 당시 선동을 조장하기 괜찮은 주제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진화론의 자연선택설 개념을 인종에 도입한 히틀러는 우수한 아리아 인종, 즉 독일인은 살아남고 열등한 유태인이나 슬라브, 아시아 인종은 멸종시켜야 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 홀로코스트이죠. 이것은 1백 년도 안된 인류의 역사입니다.
몇몇 포식자 동물들이 야수로 변했다는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이내 곧 초식동물들은 두려움에 떨게 되며 주토피아에도 위기가 찾아옵니다. 디즈니는 이러한 우화적 스토리에 몇 번의 반전을 통해 또 다른 시각의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그 반전을 보자면 사회의 강자든 약자든 완전히 내 편은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리고 특정한 인종이나 성별에 대한 편견은 잘못된 사고의 바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해 줍니다. 사회의 소수인 자본가가 모두 악당이 아니듯, 사회의 다수인 노동자라고 모두 천사는 아닙니다. 자본가이든 노동가이든 착할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저는 선함과 악함은 한 인간에게 내재된 특성이라고 보는데, 이게 돈과 권력이 많은 자본가일수록 악함으로 표출될 여지는 많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헌데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약한 노동자라 할지라도 언제든지 권력이나 부가 주어진다면 그들에게도 나타날 수 있는 내재적 특성이기도 합니다.
인종차별, 현대에는 정말 사라진 개념일까요. 이자스민 의원에게 가하는 일부 우리 국민들의 모습을 보면 아직 우리 안에도 내재되어 있는 개념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어제 3.1절을 맞이하여 어느 재미 예술가가 유관순 복장을 하고 일본군 순사의 잘린 목을 들고 있는 퍼포먼스를 했다고 합니다. 악을 악으로 갚기 시작한다면, 우리나 당시의 일본인이나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엔 절대 착한 사람도 절대 악한 사람도 없습니다. 조금은 네 편 내 편, 선악의 구분을 유연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경우에 따라 누군가에게 악인이 될 수 있으니 말이지요.
디즈니의 55번째 작품, 주토피아. 물론 어린이들이 보기엔 토끼와 여우의 우정을 바탕으로 하는 버디무비입니다. 상기 언급한 사항은 우화적으로 표출될 뿐, 아이들은 다이내믹한 액션과 우정을 통해 재미있게 108분을 만끽합니다. 혹시나 아이들이 있는 부모라면 같이 보기를 강력 추천합니다. 물론 같은 장소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느끼는 바는 다르겠지만 말이지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