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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boutjina May 26. 2023

이토록 사적인 독서모임이라니_Ep.18

신 없음의 과학 - 리처드 도킨스 외

2023년 5월 8일(월) BnJ의 제18회 독서모임.

날이 맑은 어버이날 진행된 모임은 맛있는 음식과 함께했다.


* 독서모임 전 간략한 소개

이 책은 리처드 도킨스, 대니얼 데닛, 샘 해리스, 크리스토퍼 히친스가 한자리에 모여 무신론에 관해 나눈 이야기를 엮은 대담집이다. 




※ 본 글에는 일부 스포가 포함돼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B: 어땠어? 


J: 재미있었다? 아니 사실 재미있지는 않았고...


B: 기대했던 뭔가가 해소가 됐어?


J: 아니요.


B: 나도. 내 기대와는 좀 많이 달랐어.


J: 어떤 기대를 했는데요?


B: 나는 이 사람들이 얘기하다가 우습게 생각하는 것들 있잖아. '하나하나 조목조목 반박할 수도 있으나, 그렇게 하면 한도 끝도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들. 나는 사실 이들이 당연하다고 여겨 넘어가 버린 것들을 조목조목 이야기 해주길 기대했거든.


J: 그래. 우리는 이 사람들이 '신이 없는 이유'를 말하는 걸 듣길 원한 거잖아요. 이 사람들이 어떤 근거로 신이 없다고 주장하는지, 그것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B: 근데 거의 철학적인 사유더라고.


J: 맞아요. 본인들이 어떤 과학적인 근거로 무신론을 주장하는지를 이미 알고 있다는 전제로 이야기를 해서 우리가 원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어요. 심화 과정을 이미 들어가서 이야기를 하니깐, 고등학생이 대학교를 거치지 않고 바로 대학원을 들어가서 수업을 듣는 기분이었어요. 이 사람들이 자기들끼리만 아는 비유와 예시를 들면서 같이 웃잖아요. 그때 대학원생들끼리 낄낄거리면서 얘기하고 있는데 그 사이에 아무것도 모르는 고등학생이 된 것 같았달까요.


B: 그리고 '이런 분야에 최고의 저서인 어떤 책에 보면', '내가 쓴 어떤 책에 어느 부분을 보면' 하고 이야기할 때가 있잖아. 그런데 내가 그 책들을 하나도 안 읽었더라고. 그래서 어느 분야에 최고의 저서라고 표현하는 것부터가 납득이 안 되는 거지(물론, 이 사람들이 최고라고 하면 최고인 거겠지만). 되게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한참 듣다가 나온 기분이었어.(눈으로 책을 읽었는데도, 대담이라 그런지 자꾸 들었다고 표현하게 되는 매직...) 


J: 근데 이 책이 양이 적잖아요. 그래서 책을 읽기 전에, 이미 어떤 대단한 내용이 담겨 있을 수는 없겠구나 생각하긴 했어요. 왜냐하면 과학을 증명하고 과학을 이야기하는 책들을 보면 대부분 양이 많은데, 그것 대비 이건 쪽수가 굉장히 적더라고요. 


B: 나는 완전 반대로 생각했어. ㅎ 나는 이 정도 대담에 이런 뜬구름 잡는 얘기를 할 거면 이 책이 너무 지나치게 두껍다고 느껴졌거든.


J: 아! 나는 이 내용 대비의 양을 말한 게 아니라, 우리가 신을 과학으로 증명하는 증거들을 얻어가기엔 쪽수가 얼마 안 돼서 많은 양의 정보를 얻지는 못할 것 같았어요. 


B: 사실 그 점 때문에 읽기 좋은 과학 도서일 거라고 생각했단 말이지. 두껍지 않으니까 심오한 이야기를 간단명료하게 추려서, 진짜 필요한 것만 말하는 책일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과학'이라고 타이틀은 달아놨지만 사실 과학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 않았던 거 같아. 그리고 철학적 사유나 기존 연구에 대한 의견 혹은 잡담 같달까. '내가 언제 누구랑 어떻게 싸웠는데, 내가 tv에 나가서 어떻게 말했는데'같이 그냥 본인들의 무용담을 늘어놓는 것처럼 보였어. 내 기대와는 사뭇 달랐어.


J: 우리가 이 사람들의 대표적인 저서들을 하나도 읽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이 화자들에 대한 기본 이해가 없는 상태로 읽으니깐 누가 어떤 얘기를 하고 있는데 잘 구분이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대화처럼 느끼지 않고 그냥 쭉 하나의 글처럼 읽었어요. 얼굴도 모르고 저서도 모르니깐 사람과 내용을 매치해서 읽기가 힘들었어요. 적어도 이 책을 읽으려면 이 사람의 대표 저서를 한 권씩을 읽고 봐야 하는 것 같아요.


B: 한 권으로 될까?! 더 많은 책을 읽었어야 했을 것 같아. 이 사람들이 언급하는 책들도 있잖아. 


J: 물론 그럼 좋겠지만. 못해도 대표서 한 권씩은 봐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B: 내가 이번에 이 책을 사지 않고 도서관으로 빌려서 봤잖아. 굉장히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나한테 주어진 재화는 정해져 있는데, 여기에 투자했다면 아쉬웠을 것 같아. 그만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어.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책을 사기보단 도서관을 더 자주 이용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지.


J: 언니가 요즘 자꾸 도서관을 가니까 내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잖아요. 



J: 이 책을 읽으니 확실히 이 네 사람은 토론하는 방법을 아는 것 같아요. 토론 자체에 되게 익숙해 보이더라고요. 


B: 이 대담을 하기 전에도 TV쇼에 나가서 누구랑 싸우고 왔다고 얘기하는 걸 보면, 이미 이런 식의 대화나 대담에 도가 트인 사람들인 것 같아. 


J: 나는 이 책을 보면서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우리가 정치와 종교 얘기는 가족이랑도 하지 말라고 하잖아요. 그 문화가 좀 사라졌으면 좋겠더라고요.


B: 그건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 인 것 같기도 해. 성숙한 자세로 이야기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대화 주제일 텐데 말이지.


J: 그렇죠. 종교나 정치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B: 그리고 이 책에 원래 여자가 한 명이 오기로 했는데 참석을 못하잖아. 그 사람이 있었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아.


J: 근데 그 여자가 추가 됐는데도 똑같은 이야기만 했다면 그냥 혼란만 더 가중 됐을 것 같아요.
그나마 이 책의 좋은 점을 꼽자면 내가 들어보지 못했던 단어들이 나와서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어요. 그리고 대본도 없고 준비도 없이 즉흥적인 대화였음에도 불구하고 (물론 책을 위해서 문장은 조금 다듬었겠지만) 적재적소에 읽었던 책의 문장을 인용하기도 하고, 과거의 어떤 사건을 비유하면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깐...


B: 대지식인 같아?


J: 네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B: 나도 그렇게 느꼈어. 내가 이 분야를 잘 몰라서 이들의 말을 다 이해하지 못할 뿐이지.
나 이 책 읽으면서 그런 생각도 했어. 우리 독서 모임하고 우리의 대화를 일부 다듬는 것처럼 이 사람들도 이야기를 하고 그 후에 가공을 한 것일까? 하고.


J:  이 사람들이 2시간 동안 대화한 거 유튜브에 올라와 있거든요?


B: 똑같아?


J: 틀어서 쭉 비교하면서 보진 않았는데, 도입이 정말 똑같아요. 이 책과 똑같이 시작하더라고요.


B: 놀랍다. 우리랑 다르네. 우리가 범접할 수 없는 대지식인은 확실한가 봐.


J: 일전에 독서모임 하면서 '넘치는 지식의 양'이라는 말이 나왔었거든요? '장미의 이름'이었나? 맥락은 기억이 안 나지만, 그런 문장이 있던 게 기억나요. 여하튼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 문장이 떠올랐어요. 그리고 이 사람들이 하는 얘기는 대부분 사실로 입증된 것들이잖아요. 그래서 말이 굉장히 명확하다는 인상을 주더라고요. 조금은 시니컬한 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B: 맞아. 시니컬해 이 사람들.


J: 본인이 대중에게 어떤 평가를 받는지도 스스로 이야기하는데, 왜 그렇게 평가를 받는지는 알 것 같아요. 시니컬하다 못해 좀 재수 없다고 느껴지기도 하고요. ㅎ 본인들은 '오히려 과학자들이 겸손하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B: 태도부터가 너무 시니컬하니깐. 겸손해서 잘 모르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열린 가능성이 얼마나 많은데 그걸 정확하게 알겠어. 난 몰라!' 약간 이런 태도지. 지금까지 우리가 나눈 대화대로라면 '시니컬한 대지식인들의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한 줄 요약해 볼 수도 있겠다. 

마지막에 이들이 생각할 거리를 많이 얻었다면서 이야기를 마무리하잖아. 시니컬한 대지식인들의 대화를 통해 너도 생각할 거리를 좀 얻었어? 


J: 그런 걸 얻진 못한 것 같지만, 책을 읽는 동안 다른 시각으로 신의 존재를 볼 수 있었어요. 또, '신이 존재하느냐.'라는 질문에 답하자면 사실 나는 '잘 모르겠다.' 혹은 '없다.'라는 답을 할 것 같아요. 이 책을 보고 그 생각이 더 강렬해졌고요. 하지만 '신을 믿느냐.'라는 질문이 있다면 '신을 믿을 수 있다.'라고 답하고 싶었어요


B: 나도 생각할 거리를 전혀 얻지 못했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 이상의 지식과 정보가 담겨 있을 줄 알았는데, 지식도 생각의 폭도 딱 내가 가진 것까지인 느낌이더라고. (물론 내면의 깊이는 천자만별이겠지만.)

'신이 존재하느냐'라는 질문엔 인간이 나약한 존재임에도 인류를 세울 수 있었던 건 신의 존재를 떠나 '믿음'에 있다고 대답할 것 같아. 신의 존재를 믿어서가 아니라, 자신에 대한 믿음, 선후세대에 대한 믿음, 내 아이에 대한 믿음, 타인에 대한 믿음. 이런저런 믿음이 모여서 세상이 이룩한 거라고 보는데, 그 믿음이 누군가는 '신'이라는 불명확한 존재에게 집중됐을 뿐인 거 아닌가 싶어. 그 믿음의 방향이나 가지가 어떻게 뻗어나가냐는 또 다른 문제라고 보고. 


J: 이래서 신에 대한 이야기는 늘 어려워요. 그렇기에 이번 책을 통해서 명확한 신의 존재, 혹은 믿음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건데, 우리는 둘 다 그걸 얻진 못했네요. 다만 이 책을 통해서 네 명의 석학을 만날 수 있었던 건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우리 둘 다 이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은 얻었잖아요.


B: 맞아. 이 네 명이 궁금해지긴 했어. 한 명은 이미 세상을 떠나셨지만.



B&J의 지극히 사적인 평점

B: 문장력 1.8점 + 구성력 1.5점 + 오락성 2.0점 + 보너스 0점 = 총 5.3점

J: 문장력 1.5점 + 구성력 1점 + 오락성 1.8점 + 보너스 0점  = 총 4.3점


함께 보면 좋을 작품 추천!

B: 리처드 도킨스 - 만들어진 신 : 신의 존재를 의심하는 자에게 답을 줄 수 있지 않을까?
J: 리처드 도킨스 - 이기적 유전자 : '신 없음의 과학'을 읽고 나면 이 책이 읽고 싶어 진다.

* 이 글은 B의 브런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bbonaw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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