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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boutjina Mar 12. 2024

이토록 사적인 독서모임이라니_Ep.22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 이도

2023년 12월 29일(금) BnJ의 제22회 독서모임.

송년회 겸 진행된 2023년 마지막 독서모임은 또 한 번 럭셔리하게 호텔에서 진행되었다.

그리고 호텔 알레르기가 있는 J는 이날도 어김없이 독감에 걸려버렸다.




※ 본 글에는 일부 스포가 포함돼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B: 내가 최근에 이재욱 배우도 그렇고 동문사랑 나라사랑을 외쳤는데, 이분도 중대 문창과 출신이시더라고.


J: 아~ 그래요?


B: 중대가 썩 나쁜 학교는 아니었구나 싶으면서, 되게 반가웠어. 이런 걸 보면 참 우습지. 어떨 땐 이유도 없이 싫었다가 또 어떨 땐 그냥 한 울타리에 잠시 머물렀다는 이유 만으로도 친근감을 느끼다니...


J: 언니 이거 보면서 누구 떠오르는 사람 있었어요? 난 이 책 보면서 떠오르는 사람 있었는데.


B: 누구?


J: 언니요! 이 책의 여자주인공이 언니랑 되게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언니가 공감하면서 읽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B: 공감하면서 보긴 했는데, 뭘 보고 날 떠올렸던 거야?


J: 상황이. 엄마와 초반에는 교류를 하지 않고, 이모하고 지냈는데 이모랑 살면서 투닥거리는 주인공을 보면서 언니가 보면 '이거 약간 나랑 비슷한데?'라고 생각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언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더라고요?


B: 이모와의 관계가 그렇게 낯설지는 않았어. 근데 엄마랑 사이가 안 좋다기보다 어색한 기류가 느껴지는 정도라고만 생각했고, 나랑은 좀 다른 상황으로 읽혀서 그 지점에서 나랑 유사하다고 느끼지는 않았어 ㅎ


J: 언니가 가끔 나에게 이모와 있었던 일들을 얘기할 때가 있잖아요. 내가 들었던 그 이야기들을 생각해 보면 이 책의 여주인공과 언니가 비슷한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상황이 물론 디테일하게는 다르겠지만요. 그래서 공감이 많이 가겠다는 생각을 했지.


B: ㅎㅎ 약간 그런 느낌이 없잖아 있지. 그나저나 이 책은 정말 연말이나 겨울 느낌이 물씬 나는 책이었던 것 같아.


J: 맞아요. 특히 리커버 된 표지에서 그런 느낌이 더 살았죠. 만약에 새로 리커버 된 표지가 아니었다면 이 책을 고르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해요. 리커버 되기 전 표지는 겨울을 연상할 수 있는 요소가 전혀 없잖아요. 오히려 봄이 떠오르더라고요. 물론, 이 책이 겨울만 다루고 있는 내용은 아니긴 하지만요. 그래도 겨울이 주된 배경이고 겨울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이라 리커버를 굉장히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B: 나는 리커버 되긴 전 표지가, 작중 여자 주인공이 그린 그림처럼 느껴졌었어. 주인공 두 사람이 겨울 배경에 봄나무가 그려져서 오히려 좋다고 얘기했던 거 말이야. 그래서 그 표지 디자인도 에디터로써 고를법한 거였다고 생각해.  


J: 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얼마 전에 서점 가보니까 이 책이 베스트셀러 쪽에 올라와 있더라고요. 사실 드라마화 된 지도 꽤 됐고 이 책이 나온 지도 오래됐는데, 이제 다시 베스트셀러에 올라오는 거 보면, 이건 표지 디자인을 새로 한 덕인 것 같아요. ㅎ


B:그건 그래. 그때 <<폴리팩스 부인>>도 그렇고 표지 디자인이 중요하단 얘기를 했었지.


J: 그리고 책 읽기 전에 언니가 드라마화된 것을 이야기해 줬잖아요. 여자 주인공이 박민영 배우인 것 외에는 어떤 배우가 나오는지 몰라서 너무 궁금했지만 일부로 안 봤어요. 그 배역들을 보고 나면 책을 읽을 때 그 배우가 떠오를 것 같아서요.


B: 내가 이재욱 배우를 좋아하잖아. 이재욱 배우가 '장우' 역할로 나와. 장우 역할에 다른 캐릭터가 드라마에서는 좀 더 비중 있게 확장된 버전으로 나오거든.


J: 그래서 드라마에는 '장우'의 러브라인이 있죠? 언니 드라마 봤어요?


B: 나도 '장우'가 나오는 부분만 숏폼으로 봤어. 그래서 이재욱 배우가 나오는 부분만 알아. 그래도 어쨌든 중간중간 여주와 남주가 장면에 계속 묻어 나올 거 아니야. 그래서 이 책을 보는데 내내 그 장면과 얼굴이 계속 떠올라서 드라마를 보지 말고 책을 먼저 읽었어야 되는데 하는 생각을 하긴 했지. 나의 상상력에 악영향을 미쳤달까?


J: 나는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 연기는 잘 모르겠지만, 남자 주인공 '은섭'역에 서강준 배우는 정말 미스 캐스팅이었던 것 같아요.


B: 맞아. 서강준 배우는 너무 도시적인 이미지야. 이 책에 나오는 책방지기의 느낌이 아니었어.


J: 그리고 주인공이 작중에 서른이거든요? '은섭'이는 서른에 '해원'이랑 첫 키스를 하잖아요. 서른이 될 때까지 연애를 안 해본 어리숙한 남자 주인공인데, 서강준 배우는 글쎄요... 잘 모르겠어. 내가 생각했던 은섭이는 좀 더 수더분하고 문학 소년에 고서적을 좋아하는, 또 고지식한 면도 있는 그런 이미지였거든요. 물론 그런 배우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겠지만요? 나는 약간 이상윤 배우? 같은 느낌을 떠올렸어.


B: 나는 박정민 배우.


J: 아 ~ 느낌 있다. 


B: 근데 숏폼을 이미 봐버려서, 책 보는 내내 자꾸 서강준이 떠올라 가지고... 그리고 나는 박민영 배우도 좀...


J: 안 어울리죠? 둘 다 너무 도시적인 이미지야. 물론 해원이는 서울에서 왔으니까 도시적이지 않을 필요는 없는데, '미술 하는 해원'이의 느낌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이재욱 배우는 섭외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B: 찰떡이지? 이재욱 배우가 그렇게 모든 배역을 찰떡같이 소화하는 경향이 있어.


J: 아직도야? 아직도구나...


B: 난 원래 그런 스타일이야. 잘 안 빠지지만 한 번 빠지면 깊게 빠지는 ㅎ 친구도 두루두루 안 사귀지만 한 명 사귀면 오래 만나. 그래서 나는 친구도 소수정예잖아.

조선호텔에서 진행된 송년회 겸 독서모임

J: 이 책이 단순하게 보면, 로맨스 소설이잖아요.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그냥 로맨스는 아니더라고요. 은섭과 해원이 가지고 있는 개인사가 되게 디테일하고 촘촘하다는 생각을 했어.


B: 오~~  나는 오히려 그들의 서사는 비교적 헐렁한데,  연결이 촘촘하게 잘 됐다고 생각했어.


J: 진짜요? 나와는 생각이 다르네.


B: 왜냐면 그 개인사를 계속 디테일하게 풀지 않잖아. 시간 순서대로 독자가 알게 되는 지점을 풀어주는 거니까. 오히려 그 상황을 제3의 전지적 시점에서 내가 들은 대로 내가 알게 된 대로 단순하고 담담하게 묘사했다고 느꼈어. 감정이나 상황의 변화를 간접적으로. 그래서 오히려 이들에게 설정돼 있는 서사가 비교적 헐렁하다고 생각했어. 


J: 내가 얘기한 디테일한 점은 그걸 우리에게 세밀하게 설명해 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처음에 작가가 두 인물의 개인사를 되게 디테일하게 구성을 해놓았다는 의미로 이야기한 거였어요. 둘 다 복잡한 가정사잖아요. 과거사를 가지고 있는 인물인데 그 서사의 골조를 잘 만들어놔서 그들의 감정에도 동요 됐던 것 같아요. 언니 말대로 나중에 책을 읽는 우리도 모든 사실을 알게 되잖아요. 그러면서 모든 말과 행동이 이해가 되는데, 그러므로 인해서 중간중간 답답했던 것들이 모두 해소가 되더라고요. 


B: 아! 그리고 초반에 얼마 안 읽어서 금방 이게 로맨스 소설이구나라고, 은섭과 해원이 둘의 어떤 러브라인을 담은 책이구나라는 걸 깨닫게 되잖아. 그래서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가 이 둘이 나누는 대화나 둘의 상황과 관련된 제목이라고 생각했어. 근데 중반부 됐을 때 이 둘이 벌써 연애를 시작하더라고?! 보통의 책은 연애를 시작하기까지의 서사를 따라가는데 말이지. 여기서 '아! 보통의 로맨스는 아니구나'하고 깨달았지.

그러고 나서 계속 읽어보니,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고 스스로를 그리고 서로를 용서하고 이해하게 되는 것을 날씨로 표현한 거더란 말이야! 난 그 지점이 꽤 인상 깊었어. 책 제목이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니라 책의 핵심을 담은 거더라고.


J: 맞아요, 그리고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 은섭이가 운영하는 독립서점이 실제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B: 맞아!!!! 나도 그런 생각했어.


J: 너무 따뜻한 공간이에요. 책을 좋아하고 서점을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이상향적 공간인 것 같아요. 작가도 본인이 꿈꾸던 공간을 책 안에 만들었다고 하잖아요. 책을 좋아하고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정말 꿈과 같은 공간인 것 같아요.


B: 맞아 맞아. 진짜 그런 공간인 것 같아. 그래서 너도 이 책 읽으면서 서점 하자고 했었잖아 ㅎ


# 왜 굿나잇책방이어야 할까.

- 잘 자면 좋으니까.
잘 일어나고 잘 먹고 잘 일하고. 쉬고,
그리고 잘 자면 그게 좋은 인생이니까. 



J: 혹시 언니가 빌린 책에도 뒤에 '작가의 말'이 있어요?


B: 있어. 있는데 안 읽었어.


J: 나는 여기 좋았던 게, '구월산의 소년', '세기서림', '굿나이클럽', '시스터 필드' 등등 소주제를 잡아서 이야기하는데, 이게 실제 본인이 살면서 경험했던 것들을 본인에게 세겨두었던 것들이더라고요. 


B: 소설 속 설정을 어떻게 잡았는지에 대한 이야기인 거야?


J: 맞아요. 작가가 살면서 생각하고 만났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가, 이것을 모티브 삼아서 이 소설 속 요소로 삼은 거예요. 삶의 흔적을 베틀 짜듯이 엮었는데, 완성된 작품이 이 여자의 삶인 거죠. 그래서 이 책이 그냥 이 작가의 삶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이게 또 지난번과 같은 이야기기도한데, 한 사람이 본인의 시선과 관심을 온 세상에 두고 하나하나 모아서 이렇게 완성도 높고 작품성 높은 책을 만들어내는 게 대단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B: 멋지다. 그게 작가지. 그걸 또 담백한 문장으로 풀어내서 더 멋졌어. 


J: 난 그래서 작가가 남자인 줄 알았어요.


B: 이름 때문에? 


J: 이름 때문이기도, 문체 때문이기도요.


B: 서술자의 시점이 '은섭'이니까, 은섭이 남자라서 그런 것 같아.


J: 그리고 책이 처음에 해원이가 시골로 내려오는 시점부터 시작을 하잖아요. 나는 그때도 남자작가라고 생각했어요. 되게 중성적인 문체를 쓰시는 분인 것 같아. 그리고 젊은 작가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이고.


B: 맞아. 생각보다 나이가 많으시더라.


J: 물론 책이 유명했고 잘 됐기 때문에 드라마까지 간 거겠지만, 더 잘 됐으면 하는 작품이야.


B: 드라마가 진짜 잘 됐으면 좋았을 텐데, 생각만큼 히트가 안 돼서 그게 조금 아쉽더라.


J: 나도 책을 다 읽고 나서 유튜브에 검색해서 드라마를 봤어요. 내가 읽었던 책 속의 장면이 나오나 싶어서. 근데 영상도 많이 없었던 데다가, 영상을 보니깐 책만 충실히 잘 담아냈었어도 좋은 작품이 됐을 것 같은데 이야기가 많이 첨가가 된 것 같더라고요.


B: 나는 드라마의 '장우' 캐릭터만 본 입장에서는. 드라마의 장우 캐릭터가 되게 좋았거든. 대한민국 드라마는 사랑하다 끝나는 얘기잖아. 그래서 드라마에는 장우의 러브 스토리가 첨가가 돼 있어. 책 안에서 장우는 온전히 제삼자의 시선으로 이 둘을 바라볼 수 있는 입장에 있는 사람이잖아. 그래서 장우의 시선이나 생각이나 그런 것들이 조금 더 담겼으면 더 풍성했겠다는 생각도 들었었어. 오히려 읽고 나서. 왜냐면 나는 그 드라마를 봤으니까.


J: 그렇지. 장우라는 캐릭터도 충분히 더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였는데...


B: 그리고 그 이모도. 이모의 서사도. 아니면 정말 책을 보다 더 충실히 구현했다면...


J: 근데 요 정도 양의 소설로 쓰기에는...


B: 적당히 잘 편집해야만 했겠지. 근데 정말 빨리 읽히더라. 이 책.


J: 최여정 작가의 책(21회 차 독서모임 책) 보다 더 빨리 읽혔어.


B: 이게 몇 쪽짜리야? 


J: 450쪽이요.


B: 400여 페이지가 정말 순식간이었어.


J: 독서 모임은 이런 책으로 해야 되는 건가 봐. 이틀 투자하면 다 읽을 수 있는 책이야.


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2020) 티저 포스터 


J: 그리고 나는 책에서 좋았던 부분이 '은섭'과 '해원'이 산에서 서로 마음을 확인하잖아요. 그것을 서로에게 밝히는 그 과정이 기발했어요. '은섭'이 이 산에서는 의심을 하면 그게 다 실제로 이루어진다면서 본인이 실제로 이루어졌던 과거의 이야기들을 해주는데, 그 구간을 지나면서 지금 의심하면 안 된다고 말하잖아요. 그리고 산 정상에서 해원이가 '네가 그때 이젠 더 이상 아니라고 하지만 나를 혹시 아직도 좋아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했다면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데 그 과정이 정말 영화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드라마에서 잘 표현했다면 정말 멋있는 장면이었겠다 싶었어요.


B: 나도 그 장면 읽으면서 드라마에서 이 장면을 한번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 이 설산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이 둘이 이제 가까워지는 거리 같은 게 책에 이제 묘사가 돼 있잖아. 이 둘이 가까워지는 그 거리감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그런 게 되게 궁금하긴 하더라고.


J: 그 장면이 일반적이지 않고 좋았어요.


B: 나는 여기 나오는 문장이 대체적으로 좋았는데 처음에 딱 열었을 때부터 이 첫 문장이 특히 좋았어. 수식이나 비유, 은유 이런 게 잔뜩 담겨 있는 그런 문장이 아닌데도 되게 묵직하게 이렇게 내려앉는 그런 문장인 것 같아.


J: 글을  진짜 잘 쓰시는 것 같아. 뭔가 수채화인데 물을 많이 탄 수채화 그림과 같은 책이에요. 진한 색의 회화가 아니라... 혜원이가 그리는 그림 같은 책이에요.


B: 오~ 이 책이랑 진짜 어울리는 말이다. '해원이가 그리는 그림 같은 책' 별거 아닌 말을 하는데 되게 별말이야. 이 책 읽으면서 책을 읽을 때마다 정말 좋은 문장들을 필사해서 옮겨놓는 작은 수첩이나 노트 같은 걸 만들고 싶다 하는 생각을 했어.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남겨둔 밤 작자미상의 글을 읽고 싶다.
지은이가 누구인지 영영 잊혀버린 시와 산문들 
누가 썼는지 몰라 저작권료를 줄래야 줄 수 없는 미안하고 소중한 이야기들. 
미상은 셀 수 없이 다양한 목소리를 쓸 줄 알고 
영원히 죽지 않는 저자들이다.


J: 맞아. 나도 그거 되게 멋있는 생각이라고 생각했어요. '작자 미상의 글'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생각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한 것 같아요. 그래서 책을 읽고 나서 어린 사람은 결코 쓸 수 없는 글인 것 같다는 생각 했어요.


B: 그래서 '아.. 옛날 중대 문창과는 이 정도의 격을 가진 학과구나...'라는 생각을 또 한 번 했지.


J: 이거는 그냥 개인적인 생각인데 나는 주인공이 조금 더 나이가 있을 줄 알았어. 왜냐하면 생각하는 깊이나 사유하는 게 서른 살이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인가?라는 생각을 했는데...


B: 애들이 곡절이 많잖아.


J: 응. 그래서 개인사가 있었으니 이런 생각을 어린 나이에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듦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서른이면 충분히 이 정도의 깊이를 가질 수 있는 나이인 건가? 왜냐하면 나는 지금 내 또래같이 느껴졌거든요. 주인공들이 처음에 나왔을 때 30대라는 얘기가 나와서, 나 혹은 나보다 약간 어린 서른셋, 넷? 이렇게 생각했는데, 서른 살로 나와서 나이를 두세 살 더 많게 했으면 괜찮지 않았을까? 서른 살 너무 아기 같은데?라고 느껴졌지만 그거는 내 생각인 것 같아요. 이미 20대 친구들이나 혹은 이들에게는 충분히 어른같이 느껴질 나이니까.


B: 우리가 더 어릴 때 생각해 보면 그때가 더 성숙했을 수 있어.


J: 맞아. 


B: 그리고 장우 같은 캐릭터는 말단 공무원으로 설정되어 있고, 나이가 많았다면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에너지를 쏟아서 막 이런저런 사업들을 구상하고 실행할 수 없었겠지.


J: 맞아요. 그리고 인물이 결코 적지 않게 나오는데, 그 인물의 서사가 이 짧은 책에 조금씩이라도 다 들어가 있고, 그걸 억지로 욱여넣은 느낌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 같아 좋았어요. 장우도 그렇고 보영이도 그렇고, 책방에 오는 수정이 이모라든지, 리어카 모는 할아버지라든지... 


B: 나 그분! 너무 안타까웠어.


J: 리어카 할아버지? 나는 그래서 그 생각을 했어요. 이들에게 이 서점이 있어서 되게 다행이다.


B: 너무 다행이지.


J: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그리고 그냥 그 사람들 모두 편견 없이 보고 그리고 다 동등하게 서로를 존중하면서... 독서 모임 하면서 글 써오고 장문하고 이러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다 형편없이 제대로 안 해오잖아. 근데 그거를 다 귀 기울여서 들어주고 집중해 주고 하는 모습이 좋았어요.


B: 모인다는 데 의의가 있는 거겠지...


J: 맞아. 그래서 그런 것도 되게 좋았어요. 강제성 없고, 저렇게 뭐든 해오면 되고, 거기에 진심으로 피드백을 해주고 정말 따뜻하고 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죠.


B: 그리고 이 책의 결말이 확정적이지 않아서 좋았어. 둘이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했답니다나 혹은 누가 성공해서 어떻게 됐답니다도 아니고


J: 그들은 정말 치유됐어요. 이런 것도 아니고...


B: 그냥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야. 그런 점이 좋았어.


J: 여러 가지 구성상 작가님이 살아온 세월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글과 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B: 정말 재밌었어.



B&J의 지극히 사적인 평점

B: 문장력 2.7점 + 구성력 2.4점 + 오락성 2.9점 + 보너스 1점 = 총 9

J: 문장력 2.8점 + 구성력 2.8점 + 오락성 2.7점 + 보너스 1점  = 총 9.3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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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 같은 내용, 같은 인물 하지만 같은 듯 다른 두 작품을 비교하면 보는 재미가 쏠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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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B의 브런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bbonaw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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