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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탄만두 Apr 11. 2022

매일 한 줄씩 한 달이 쌓이면

12월 4주차 엄지프로젝트

12월 25일 토요일

성탄절. 케이크가 냉장고에 들어 있었고 밀린 드라마를 보며 유유자적 즐거운 주말. 아무것도 안 하는 토요일은 정말 너무 좋네. 남편하고 토요일 아침마다 와 너무 좋다! 와 또 잘 수 있어! 이러고 있다. 

#엄지 + 3 


12월 26일 일요일

이불 빨래함. 우리 부부는 토요일에는 거의 아무것도 안 하지만 일요일에는 집안일을 꽤 하는 편이다. 미뤄둔 집안일을 일요일에 하는 이유는 월요일 퇴근하면 아무것도 하기 싫을걸 알기 때문이죠. 남편과 집안일 밀당 패턴이 맞아 행복하다. 우리 집은 요일별로 청결도가 다르다. 

#엄지 + 2 


12월 27일 월요일

달력에 동그라미 쳐둔 정이네 2세 성별 알게 된 날! 모임 내 첫 공주님 소식에 뀨뀨꺄꺄 텍스트 환호성.

#엄지 + 3


12월 28일 화요일

컨디션이 좋지 않아 텐션이 낮았던 날. 메모장에 별 내용 안 쓰여있어서 무슨 감정인지 기억이 안 나네. 기록은 중요해. 

#엄지 -


12월 29일 수요일

출근길 지하철이 멈췄다. 10분쯤 흘러 갸우뚱하는 사람들 위로 방송이 흘러나왔다. '현재 우리 열차 장애인 시위로 인해 운행을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검색해보니 나는 처음 겪었는데 처음 있는 일은 아닌 모양. 몇 분이 지나 사람들이 고함을 치기 시작했고 조금 무서웠다. 잠시 뒤 '이분 먼저 타셔야 해요! 이분이 먼저 타셔야 열차 운행 가능합니다!' 하면서 (아마도 휠체어) 어떤 분을 태우는 소리가 들렸다. 내 고개는 반대쪽 문을 향해 있어 정확히 그의 표정을 볼 순 없었지만 모든 눈동자가 한 사람에게 쏟아지는 게 느껴졌다. 그의 표정은 어땠을까. 숨고 싶었을까. 의기양양했을까. 아니면 울고 싶었을까? 혹은 일종의 성취감을 느꼈을까. 지옥 같은 공간에서 여러 생각이 스쳤지만 오죽했으면 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니 왜 출근시간에 이 난리야!!! 고함치던 어떤 이의 비명이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 나 역시 지각을 했고 신발이 밟히고 괴로웠지만 잘 모르겠다. 그 칸에 없었더라면 기사 찾아볼 생각도 못했겠지. 하지만 지하철 지연으로 중요한 계약을 망친 사람이 나였다면? 오늘 겪은 일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모두에게 복잡스럽고 괴로운 출근길이었다.

# 엄지 - 1 


12월 30일 목요일

엄마의 이석증이 다시 재발해서 온 종일 정신이 없었다. 이 에피소드와 관련된 지난 기억을 전부 복원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매일 수 없이 마음 졸였던 순간들. 수소문해서 찾아간 강남 어떤 병원에서 덜덜 떨며 비싼 금액 결제했지만 아무런 효과도 없었던 기억. 새벽 내 응급실 뛰어다닌 기억들이 이제는 희미하다. 기억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그래서 엄지프로젝트 포기하지 말자 다짐. 기록은 정말로 소중해. 엄마가 아프면 그 주 남은 일정은 제대로 해낼 수가 없다. 완치 없는 이 병이 너무도 밉다. 어지러움이 빨리 가라앉기만을 바랄 뿐이다. 

# 엄지 - 5 


12월 31일 금요일

결혼 전보다 일상이 나아진 것은 엄마가 아플 때 발 벗고 나서 줄 가족이 한 명 더 생겼다는 것. 남편에게 고맙고 미안하기만 하다. 가족이 아프면 보호자의 일상은 곧장 무너지는데 남편이 무너진 나의 일상을 회복시켜준다. 엄마에게 나보다 더 빠르게 달려가 주고 기력 회복에도 힘쓴다. 이 글을 쓰면서도 다시금 고마워라. 내가 더 잘할게 남편! 

# 엄지 + 5 



12월 4주차 
엄지리포트 + 7 

유난히도 기록하는 삶에 집착했던 주간. 
엄지프로젝트 시작하고 매일 한 줄(벌써 1개월 차)이라도 적기에 성공했다. 목요일 쯤 엄마가 아파서 무작정 힘든 주간이라 생각했는데 한 주간 정리해보니 남편이 상쇄 버프 해주고 있었다는 걸 깨달음. 매일 한 줄이라도 쓰는 행위는 일단은 나한테는 무조건 좋은 영향을 미친다. 뭐든 쌓으면 이런 건가 싶었다. 차곡차곡 쌓아가는 나의 한 줄 기억들은 소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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