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자백의 대가>를 보고
[소설가의 콘텐츠 읽기] 속이지 않아도 속는 것들
넷플릭스 시리즈 <자백의 대가>
* 이 글에는 스포성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자백의 대가>는 남편을 죽인 용의자로 몰린 ‘윤수’와 마녀로 불리는 의문의 인물 ‘모은’, 비밀 많은 사람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다. 드라마의 추동성은 사건의 해결 과정, 그러니까 ‘벌어지는 일’을 얼마나 흥미진진하게 그리는지 달려 있겠지만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가 결국 도달해야 하는 목표 지점은 동일하다. 얽히고설킨 ‘진실’을 찾는 것. 범인을 찾아야 하는 이야기이건, 범인의 의도를 찾아야 하는 이야기이건 마찬가지다.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선 숨겨진 보이지 않는 진실을 찾아야만 한다.
바로 이 때문에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선 ‘반전’에 대한 평가가 따라붙는다. 개연성과 핍진성을 잃지 않은 채 예상을 벗어난다면 높은 점수를 주고,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지만 개연성을 잃지 않았다면 적당한 점수를, 반전은 반전인데 개연성을 저 멀리 내던졌다면 분노를 일으키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전’이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반전 따위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도, 반전이 존재하지만 이야기의 완성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도 있다. 그리고 나는 <자백의 대가> 역시 ‘반전’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말을 하고자 한다. 진짜 중요한 건, 처음부터 우리가 가졌던 바로 그 시선이었을 뿐이라고.
물론 <자백의 대가>에는 분명한 반전이 존재한다. 예상을 했건, 하지 못했건, 복선이 부족했건 충분했건, ‘반전’의 역할로는 충분해 보인다. 이때 중요한 건 ‘진범’의 의외성이 아니다. <자백의 대가>가 보여주는 ‘반전’은 극 내에서 두 사람을 쫓는 형사가 보였던 시선이 우리가 ‘모은’을 보던 시선과 다르지 않다는 데 있다. 한 마디로 그가 끊임없이 무리라 할 정도로 ‘윤수’를 몰아세우는 것에 숨겨진 또 다른 시선. 분명 ‘모은’에게 다른 꿍꿍이가 있을 거라 여기던 그 시선의 발현에는, 우리가 처음 ‘모은’을 보던 시선 역시 담겨 있다. 그러니까 ‘모은’이 사이코 패스라는 것.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 가게 된 ‘윤수’가 조금 특이한 사람일 뿐, ‘진범’이 아니라는 걸 예상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사이코패스로 나왔던 모은이 사이코패스가 아니었다는 걸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 그러니까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오해. 너무도 당연하게, 그래서 네 의도가 뭐야? 대체 그 대가로 무엇을 원하는 거야? 잔인하고 똑똑한 그 머리 안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다른 등장인물들과 함께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모든 사연이 밝혀진 후에야 사실 ‘모은’은 끊임없이 힌트를 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니까 <자백의 대가>에서 진짜 반전은 사건의 ‘진범’이 아닌, 모은의 ‘정체’다.
‘모은’은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숨지 않는다. ‘진짜’ 이유는 말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가짜’ 이유를 애써 꾸며내지도 않는다. 아무 말도 하지 않거나 목적을 밝힐 뿐이다. 자신이 죽인 사람들은 충분히 죽을 만한 사람이었고, 여전히 죽일 사람이 남아 있다는 것. 단 한 번도 숨기지 않았던 일에 왜, 그러니까 그게 대체 무슨 일이기에 ‘윤수’를 이용하려 하는 건지만 궁금할 뿐, 그렇게 자연스레 ‘윤수’의 운명을 따라가게 되는 거다. 사실 이 이야기는 ‘윤수’에 대한 이상한 여자에 대한 편견, 살인 혐의를 벗어나가는 과정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은’의 이야기인 것이다. 김고은이라는 배우가 엄청난 연기력을 선보였기 때문만이 아닌, 진짜 반전은 모은이기에 '모은'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은’은 오직 복수만을 위해 달린다. 감정을 없애고, 삶을 포기하고, 냉정하고 차갑게. 그래야만 하니까. 법이 하지 못했던 처벌을 해야만 하니까. 그 차가운 얼굴 속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뿐. 대체 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인지. 이는 ‘윤수’의 오해를 푸는 것에선 결코 해결되지 않는 숨겨진 반전이다. 모든 범죄물이 범죄 사건을 보여주는 건, 그 범죄로 인한 유희를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보여주는 것,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흡입력 있게 잘 만들어진 이야기다. 속도감 있게 넘어가, 약간의 만화적인 상황으로 너무 쉽게 ‘모은’의 계획이 맞아떨어지고 있지만 사실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건 오해를 푸는 것이 아닌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이니까. 그 끝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건 ‘모은’이 사이코패스가 될(보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마침내 ‘모은’의 마지막이 다가왔을 때, 모든 사건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묻게 된다. 처음 나는 ‘모은’을 어떻게 바라보았는가. ‘모은’에 대한 시선에 의문을 품었던 시점은 어디서부터 일까. ‘윤수’를 단정한 채 자신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쫓던 형사와 나는 얼마나 다른 사람일까.
처음 <자백의 대가>를 보았을 때, 개인적으로 모은의 동생이 겪었던 사건에 대해 아쉬움이 있었다. 드라마의 단골 소재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이 겪을 수 없는 비극을 다시 한번 마주하는 게 화가 났다. 여성을 향한 범죄, 범죄 사건에서 여성 캐릭터가 소모되는 방식에 대해선 씁쓸함이 남지만, 미스터리는 사회적인 문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시의성’이 강한 장르다. 비록 가상의 이야기라 할지라도 그 속에 사건들은 현재 지금 우리 사회를 비춘다. 현시점 우리 사회를 가장 위협하는 문제라는 판단이 이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를 양상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극에서만이라도 기어코 벌을 받게 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더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바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