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콘텐츠 읽기] 원조의 품격

넷플릭스 <애거사 크리스티의 세븐 다이얼스>를 보고

by aboutseohyeon

원조의 품격

넷플릭스 <애거사 크리스티의 세븐 다이얼스>를 보고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고, 또 다르게 보면 신기한 일이다.

클래식은 영원하지만, 클래식이 핫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까. 그런 점에서 애거사 크리스티는 독보적이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을 읽어 보지 않은 이들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 『나일 강의 죽음』 등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미 우리에게 영화나 드라마로 친숙한 작품들이니까.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보고 어딘가 익숙한 뻔한 추리극이라 느껴졌다면, 그 이유는 애거사 크리스티가 바로 원조이기 때문이다. 클로즈드 서클을 비롯한 다양한 추리 기법을 처음으로 선보였고, 수많은 작품을 통해 추리극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애거사 크리스티의 세븐 다이얼스>는 작가의 책 중 상대적으로 유명하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인 건지, 작가의 팬을 공략하기 위해서인지 작품 이름부터 <에거사 크리스티의 세븐 다이얼스>로 명명되어 나오게 되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세븐 다이얼스>의 로그라인을 살펴보면 ‘교외 저택의 호화 파티가 살인 사건으로 중단되자, 재기 넘치는 젊은 귀족이 사건 해결을 위해 추리를 시작한다’라고 나온다. 추리의 큰 틀은 소설과 동일하지만, 이번 작품은 기존에 각색된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들보다 많은 각색 작업이 이루어졌다. 여기서 여전히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이 핫 할 수 있는 이유가 나온다. 시대의 흐름에 걸맞은 각색!


소설에서 드라마나 영화, 영상 매체로 각색될 때 가장 중요한 건 극화이다. 갈등을 증폭시키고,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이 시각적 충격으로 변화된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세븐 다이얼스>의 경우, 인물을 포함하여 관계성에 대한 변화가 크게 이루어졌다. 특히 주인공의 번들의 주체성이 강화되었다. 소설에서는 배틀 경감이 해내던 몫 역시 번들에게 주어지며, 직접적으로 사건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번들은 배틀 경감의 뒤를 쫓고, 살해 위협을 맞서며, 끝내 범인을 잡는 용기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그 시대에 남아 있던 가부장적 요소가 드라마에선 축소되거나 제거된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이 주는 장점은 그대로 가져가되, 지금의 시대에서 공감받기 어려운 요소는 과감하게 생략함으로써 새로운 시대극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일까. 극적 긴장감이 떨어진다거나, 캐릭터의 매력이 살지 못했다는 평 역시 내겐 야속하게 느껴진다.


최근 몇 년간 추리물은 점점 더 자극적으로 변해왔다. 사건은 더 극악무도해지고, 사건을 해결하는 이조차 가해자와 다른 점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야만 하는 폭력성을 선보인다. 최근 들어 그 흐름이 조금은 꺾이는 것 같기도 하지만, 가끔은 추미스,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가 잔인하기만 한 게 아닌데 어떤 오해를 쌓고 있는 것 아닐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렇기에 정극에 가까운, 차분하게 사건을 쫓아가는 추리 극이 반갑게 느껴진다. 추리의 맛은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것이지, 잔인한 복수를 하는 것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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