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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다란고양이 Aug 04. 2023

말년 휴가 중 면접 그리고 합격

다행과 불행 그 언저리

군대에서 전역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전역하면 무얼 하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누군가를 복학을 할까?
전역했으니 여행을 갈까?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나는 다른 고민을 했다.
전역 후 바로 일해야 하는데 무슨 일을 해야 할까.
남들은 말년에 전역 후에 환상을 생각하며 전역 날짜를 카운트하곤 하는데
나는 무슨 일을 해야 빨리 돈을 벌 수 있을까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모친의 오랜 병환으로 인해 가계는 기울 데로 기울었고 가뜩이나 없던 집안은 더욱 없게 되었기에 복학을 하려 해도 당장 먹을 쓸 돈도 없는데 무슨 복학이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군대에서 유물이랄 수 있는 사지방이 었는데 그곳을 말년에 많이 이용하곤 했다.
지금도 사지방이란 게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유일하게 인터넷이 가능한 컴퓨터가 있는 군인의 PC방인 사이버 지식 정보방 말이다.
모든 장병들이 스마트폰을 일과 후 사용할 수 있는데 굳이 사지방이 필요할까?
아무튼 나는 거기서 알바 괴물과 알바지옥을 들락날락하며 일자리를 찾아보게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군대 가기 전까지 일했던 패스트푸드 아르바이트는 일단 제외하고, 택배 상하차나 물류센터같이 힘쓰는 것도 제외하니 남는 건 TM과 고객센터뿐이었다.
사실 죄다 고객센터 TM 구인만 있어서 그런지 더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게다가 대학생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아니, 없었던 것 같다.
적어도 그 당시의 나에겐 말이다.
나의 좁은 시야를 통해 보이는 것들 중에 영업은 아무래도 내 체질은 아닌 것 같아서 고객센터를 선택하게 되었다.
사실 이때만 해도 고객센터가 어떤 것일까 전혀 생각을 하지도 않았고, 전역 후 열심히 일하는 내 모습이 더 기대되었기에 호기롭게 이력서를 접수했다.
접수하고 며칠 뒤에 연락이 왔는데 면접을 보라는 연락이었다.
 군대라는 특성상 바로 면접을 볼 수는 없어서 일정이 맞지 않으면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다행인 건지 불행인 건지 면접 일정이 마침 다음 주에 있을 말년휴가 때여서 흔쾌히 면접을 보게 되었다.
 보통 장병들은 머리를 기른다 하더라도 덥수룩하게 기르게 마련인데, 지금처럼 아이비리그 컷 같은 세련된 컷도 없었기에 그냥 그랬다.
결전의 면접날이 다가왔다.
면접 복장을 갖추고 구두를 신더라도 머리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기르고 길러도 짧은 까까머리를 하고 면접을 보러 갔다.
전역도 하기 전 말년 휴가를 나와 군인 신분으로 고객센터 면접을 갈 줄이야.
그 누가 알았을까?
면접은 의외로 조촐했다.
나 혼자만 면접을 보았고 질문은 간단했다.
고객센터에서 일해본 적이 있는가.
군대 생활은 어땠는가.
등등의 상투적인 질문이 오갔다.
생각보다 면접은 수월했고 빠르면 당일 늦어도 익일 면접 결과를 보내준다고 했다.
 강원도 화천에 복무 중인 군인 신분으로 인천 간석동에서 서울 영등포구청까지 기나긴 여정을 한 게 플러스 요인이 되었을까?
 다행이었다면 다행이고 불행이라면 불행이었을지도 모른다.
 면접 결과는 합격이었고, 입사일은 전역 이후로 조정을 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여행을 꿈꾸고
누군가는 복학을 준비하고
누군가는 시험에 대비할 그 시기에
나는 그렇게 사회로 한 단계 나아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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