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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다란고양이 Aug 24. 2023

평가에 의해 정해지는 고객센터의 월급체계

고객에 의한 비대면 평가

고객센터에서 일한다고 하면 다들 급여를 궁금해하곤 하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저시급보다 약간 많거나 그 언저리인 경우가 많다.
매년 연봉협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최저 시급에 맞춰서 급여테이블이 정해지기에
오래 다닌 고객센터 직원의 월급은 그렇게 자랑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일단은 고객사에 규모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데
고객사의 복지를 그대로 따라가는 경우가 있지만
그건 극히 드물다.

예를 들면 복지포인트를 추가로 받는다거나
명절인 설날이나 추석에 상여금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성과급이나 상여금을 자랑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거의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
상여금이나 성과급 잔치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부럽기도 하고 다른 나라의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다.

이왕 급여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으니
고객센터 구인과정과 급여수령까지 한 번 자세히 읊어보는 게 낫겠다.
고객센터는 인원이 늘 부족하다.
쉽게 뽑지만 쉽게 나가서 늘 인력난에 허덕이는 경우가 많다
 일단 도급사는 인원을 채워 놓는 게 급선무기에 경력이 없어도 자리를 채워 놓고 교육을 시키곤 한다.

특수 직군의 고객센터, 외국어나 정밀한 상담이 필요한 곳을 제외하고
웬만한 결격 사유가 없다면 면접에선 대부분 합격이다.
자기소개서 란에 화려하게 채울
어학 성적, 인턴 경험, 봉사활동경험이 필요한 게 아니니
딱히 까다로운 조건이 있지는 않다.
그렇기에 면접을 보러 가도 면접비를 주는 경우는 경우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수많은 고객센터 면접을 봤는데 딱 한 번 받아 봤다.
1만 원, 시급은 벌었나 싶었다.

교육기간은 9시부터 6시까지 진행이 되는데 대략 5일 정도 소요되는 것 같다.
간혹 기술을 요하는 경우에는 2주에서 4주 정도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
교육기간은 정식입사가 진행이 되는 것이 아니기에 따로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닌 교육비를 받게 된다.
보통은 3만 원에서 4만 원인 경우가 많다.
교육기간을 채우지 못한다면 지급이 되지 않거나 일부만 지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식 입사 후 교육이 진행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만약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나
입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면 빠른 도주가 정답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일단 이후 일정이 없거나 딱히 마음에 드는 일자리가 없는 경우에는 교육기간은 채우고 입사를 하지 않는 것도 사람들도 많았다.

교육기간에는 약간의 업무테스트와 상담테스트를 진행하는데
대부분 오픈북 테스트기에 어렵지 않다.
또한 정말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붙는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교육을 마치고 입사를 하게 된다.

그대가 이 업무를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업무테스트 성적.
얼마나 많은 콜을 소화해 냈는지를 나타내주는 콜 수.
스크립트를 얼마나 준수했는가,
오안내는 하지 않았는가,
고객의 말을 끊지는 않았는가,
불친절하진 않았는가에 대한 콜 품질평가점수.
업무시 얼마나 성실한 태도를 보여줬는지에 대한 근무태도평가점수를
종합하여 그 달의 인센티브가 책정된다.

대망의 월급날.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따라 그달의 생활의 풍족도는 달라지게 마련이다.

업무태도, 콜 수, 업무테스트 등은 그 사람의 평소 수준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지만
콜품질은 수많은 콜 중 랜덤으로 2~3개가량을 뽑아 점수를 매기기에
운이 따른다고 볼 수 있다.
평소에는 잘했는데 평가자가 랜덤으로 뽑은 콜로 인해
그 달의인센의 범위가 달라지기에 가끔가다가 안타까운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하지만 요즘은 고객에 의한 상담사 평가가 변수가 되고 있다.
아무리 친절하고 제대로 된 안내를 했더라도 점수를
불만족으로 받는다면 그 달의 등급은 바닥이기에 소명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평소대로 했으나 잘못하지 않았다는 것을 소명해야 하는 순간이 생긴다.

고객센터는 그렇게 전화기 너머의 내 등급이 정해지는 곳이다.
나의 위치는 정말 어디에 있을까,
내가 받는 등급이 나의 위치가 맞을까,
그럴 때마다 내 머릿속엔 수많은 물음표가 헤엄치면서 잡다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곳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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