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화 남은 시간에 충실하기

by 커다란고양이

미르의 스톤이 있는 함을 열어 미르의 털을 보관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스톤함을 열어보는 일이었다.

스톤함에는 하얀 털 뭉치가 가닥이 그대로 있었다.

꿈이 아니었다.

진짜로 미르를 만났고, 안았고, 대화를 나눴다.


"이걸로 뭘 만들까..."


문득 지인이 떠나간 고양이의 털로

반지, 펜던트를 만들었던 것이 떠올랐다.

나는 인터넷을 검색해서 주문 제작 목걸이를 찾았다.

유리 펜던트 안에 작은 물건을 넣어 만들어주는 곳이 꽤 있었다.

생각보다 반려동물 털을 넣어 만드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가까운 곳을 찾아가 제작을 맡겼다.

대략 한 시간 정도 지나자 물방울 모양의 유리 펜던트가 만들어졌다

투명한 유리 펜던트 안에 미르의 하얀 털이 담겨 있었다.

빛을 받으면 은은하게 반짝였다.


나는 그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가슴 위에 미르의 털이 담긴 목걸이가 닿았다.

작은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제 항상 같이 다니는 거야."


바람이가 다가와 목걸이 냄새를 맡았다.

킁킁거리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익숙한 냄새가 나는 모양이었다.

며칠 뒤,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멀리 살다 보니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가끔 안부를 묻는 사이였다.

그 사람은 랜선집사로 종종 사진을 건네주곤 했다.


"형, 저희 집 근처 유기묘 카페 자원봉사자 구하는데 같이 가볼래요?"

"아 거기, 전에 갔던데?"

"네. 유기묘들이지만 관리 잘 되어 있어서 건강한 애들 많아요. 형 미르 떠나고 많이 힘들어했잖아요. 새 아이 들이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해서요."


지인의 배려가 고마웠다.

하지만 나는 잠시 생각한 뒤 고개를 저었다.


"아니, 괜찮아. 고마워."

"왜요? 바람이랑 나무한테 동생 생기면 좋지 않아요?"

"그게 아니라..."


나는 목걸이를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내 사랑의 총량은 정해져 있는 것 같아."

"사랑의 총량이요?"

"응. 미르, 바람, 나무. 셋한테 다 쓰는 중이야. 더 이상 새 아이한테 줄 사랑이 없어."


전화기 너머로 지인이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말했다.


"형, 그것도 멋있네요. 진짜 책임감 있는 거 같아요."

"그리고 또 떠나보내는 거... 자신 없어. 아직 두 번의 이별이 남아 있거든."


전화를 끊고 바람이와 나무를 바라봤다.

바람이는 캣타워에서 자고 있었고, 나무는 베란다 리빙박스 위에 올라가 있었다.

미르가 좋아하던 그 자리에.


"이 둘한테 더 잘해줄 거야. 남은 시간 동안."


혼잣말이었지만, 다짐이기도 했다.

저녁이 되자 나는 베란다에 나갔다.

망원경을 설치하고 고양이별을 찾았다.

렌즈 속에서 미르가 보였다. 여전히, 평화로운 얼굴이었다.


"미르야, 나 오늘 새 아이 안 들인다고 했어."


미르가 귀를 쫑긋 세웠다.

내 말을 듣는 것 같았다.


"네가 준 사랑이면 충분해. 바람이랑 나무한테 잘할게."


그날 밤, 나는 오랜만에 일기를 썼다.

12월에 멈춰 있던 일기장이었다.

평소처럼 손이 가는 데로, 마음이 시키는 대로,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적었다.

별을 보려 하지 말고, 지금 옆에 있는 아이의 눈을 보자.

그 눈 속에도 별이 있다.

펜을 내려놓고 일기장을 덮었다.


바람이가 다가와 내 무릎 위에 올라왔다.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바람이의 눈을 바라보니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반짝였다.


"바람아, 너도 별이네."


바람이가 그르렁대며 볼을 비볐다.

나무가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내 옆에 왔다.

호박색 눈이 나를 올려다봤다.

미르의 눈과 같은 호박색 별이었다.


"나무야, 너도."


나무가 내 손에 머리를 비볐다.

세 식구가 함께하는 밤이었다.

아니, 저 별에 있는 미르까지 네 식구.

나는 바람이와 나무를 안고 창밖을 바라봤다.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기다려, 미르야. 나중에 다 같이 만나자."


그날부터 나는 매일 바람이와 나무에게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인사하고, 저녁에는 함께 놀아주고, 밤에는 같이 잠들었다.

미르가 부탁한 대로.

남은 시간에 충실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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