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일
생후 4~6개월 아기와 함께하는 때였던 그때는 육아에 대한 자신감이 살짝 올라오고, 아기가 밤에 통잠을 자주며,
이에 일상의 균형이 어느 정도 잡힌 그런 시기였다.
이때를 육아 선배님들은 황금기라고 하는데, 그때는 몰랐으나 지금은 무슨 말인지 절반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백일 이후 첫 번째 큰 변화. 뒤집기]
백일이 지나고 처음으로 등장하는 아기의 변화는 바로 뒤집기이다.
얌전히 누워있던 아가가 어느새 옆으로 눕기만 하면 뒤집으려고 낑낑댔다. 이윽고 110일이 됐을 때, 폭신한 침대에서 뒤집기를 성공했고,
이어서 놀이매트와 기저귀 갈이대에서도 틈만 나면 뒤집어댔다. 처음이 어려웠을 뿐, 뒤집기 방법을 완전 숙지해서 누우면 자동으로 자세가 나왔다.
그러나 되집기를 하지 못해서 힘들면 잠깐 얼굴을 옆으로 하고 쉬거나 자세를 고쳐놓으라는 듯 낑낑 소리를 내기도 했다.
폭신한 침대에서 확실히 과감한 무빙을 하는 아가라서, 130일쯤, 침대에서 먼저 되집기를 하고 이후 어디서든 자유자재로 뒹굴 수 있는 아기가 되었다.
그때부터는 거실 놀이매트에서 신나게 360도 회전을 하며 이것저것 탐색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뒤집기가 시작되면서 신체활동이 제법 많아져서 인지는 모르겠으나, 백일 무렵부터는 수유에 속도도 붙고 양도 꽤 많이 늘었다.
200ml 정도의 양을 10분~15분 정도만에 먹었고, 밤에는 10시간 정도 통잠도 자게 되어, 깨어있는 7시부터 저녁 8시 사이는 꽤 안정적으로
먹고, 놀고, (낮잠을) 자는 패턴을 유지해 나갔다. 특히 수유를 하고 나서는 바로 뒤집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역류방지쿠션에 눕혀놓고
아기 체육관을 가지고 놀게 하거나 치발기, 딸랑이 등을 쥐어주곤 했고, 범보 의자에 앉혀 책이나 장난감 등을 보여주곤 했다.
이후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소화가 되었다고 보고 자유롭게 뒤집고, 터미 타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줬다.
[150일까지 아기 성장 요약]
1. 수면
드디어 통잠을 잔다! 7시 반에 목욕을 하고 막수를 해서 8시쯤 잠이 들면 다음날 6시~6시 반 정도에 일어났다. 이 패턴은 8개월이 된 지금도 유지 중이다.
낮잠은 하루 3번 정도 잤는데,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8시 전후, 12시 전후 , 그리고 오후 4시 반 정도에 잠이 들었고,
길게는 두 시간 짧게는 한 시간 정도였다. 낮잠의 패턴은 6개월 무렵 어린이집을 가면서 좀 더 규칙적으로 잡힌 듯하다.
분리 수면도 안정적으로 진행되어, 자기 방에서 잘 잤다. 특히 졸릴 때 안아서 재우려고 하면, 절대 안 자고 꼭 침대에 누워야 자기 혼자 뒹굴며
손가락을 빨며 잠이 들곤 한다. 때문에 할머니가 안으며 자장자장 하려고 하면 잠이 들듯 말 듯하다가도 눈은 절대 감지 않고 있었다.
그때 침대에 눕혀주면 기분이 좋아져서는 이불 끝을 잡고, 손가락을 빨며 금세 잠이 들어버렸다.
아기가 어깨에 기대 폭 잠들 때의 기분을 알기에, 할머니가 이 부분을 약간 아쉬워했지만 말이다.
2. 수유
확실한 건 100일에서 150일 사이가 딱 수유 황금기 같다. 100일 이전의 새벽 수유도 없고, 150일 이후의 이유식도 없는 시기이고,
아기가 먹는 양이나 속도가 안정적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 100일 전까지만 해도 중간에 끊고 트림시키고 하느라 20분은 그냥 넘겼던 수유시간이 이무렵 10분으로 단축되었고,
아기도 200ml의 양을 한 번에 아주 안정적으로 잘 먹었다. 굉장히 규칙적인 아기라 하루에 4번 약 4시간 간격으로 수유를 했고
일어나자마자 처음 먹는 분유와 자기 직전 분유는 230ml 정도를 먹어서 총양이 900ml 전후였다.
3. 놀이
신생아 때보다 보이고 듣는 영역이 확실히 넓어짐에 따라 아기의 호기심도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인다.
종종 읽어줬던 책들이지만, 이전과 다른 집중력이나 반응들이 보이고, 특정 장난감에 선호도가 생기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아기가 있다면 무조건 있다는 ‘달님 안녕’과 ‘사과가 쿵’ 책을 자주 읽어줬는데 아기의 표정 변화가 보여 비슷한 보드북을 꽤 사기도 했다.
4가지의 모빌이 달려있는 아기체육관에서도 코끼리의 심벌즈를 손으로 당기고 입으로 물고 하는 바람에 가장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아랫니가 막 올라오고 있을 무렵이라 간지러운 이를 해소시켜줄 치발기도 손목에 걸 수 있는 것으로 두 개를 구비해 그때그때 손에 걸고
신나게 씹기도 하고, 실리콘 소재의 딸랑이도 이 시기를 시작으로 꽤 오랜 시간 제 역할을 발휘했다.
처음 밤잠 분리 수면을 하는 날, 그저 몇 발자국 떨어져 있는 방이고 문도 활짝 열어놓아 소리도 잘 들리는데 괜히 마음이 뭉클하면서도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아기 침대와 책장, 블라인드까지 아늑하게 꾸며줬는데도 휑한 방에 덩그러니 아기를 눕혀놓는 느낌이랄까.
오히려 어떤 소리도 안 들렸는데 새벽에 잠에 깨서는 조용히 아기방에 들어가 이불을 덮여주고 얼굴을 들여다보고 나오기도 했다.
매일을 붙어있다시피 있던 아기와 이렇게 떨어져 있기가 아기 말고 나에게도 어떤 각오와 준비가 필요했던 것 같다.
분리 수면에도 마음이 이렇게 뭉클한데, 어린이집 보내기며, 복직 때에도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다고 내심 생각했었다.
아기는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잘 적응했고, 분리 수면 이후로 새벽에 깨는 일도 거의 없어서 더욱 양질의 잠을 자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보면, 아기는 스스로 참 잘 자라주고 있었다.
‘육아가 어느 때가 가장 쉽다.’라고 말하기는 정말 어려울 것 같다. 매일이 새롭고, 낯설다.
다만 아기에 대한 믿음과 서로의 팀워크가 쌓여 효율적으로 또 지혜롭게 해내는 것 같다.
믿는다. 아기야. 잘 해낸다. 나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