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품는 일
임신을 이야기하려면 생리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 나의 경우에는 생리불순은 기본, 생리 전 증후군도 상당한 사람이었다. (대표적인 호르몬의 노예)
때문에 임신이 분명 쉽진 않겠다고 생각해 조금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보자는 마음이 있었다.
사실 이때만 해도, ‘아이를 너무너무 갖고 싶다.’의 마음보다는 이렇게 해도 안 생긴다면,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나름의 차후 상황에 대한 마음 대비가 컸다.
먼저 부부 건강검진을 받았다.
본격적인 시도(?)에 앞서, 혹시라도 어려운 몸이라면 미리 대비도 할 수 있고, 그 과정이 덜 스트레스일 것 같았다.
여기서 작은 팁은 건강검진센터는 연초에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이때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하다.
아무래도 건강검진을 연말에 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인 것 같다.
나의 경우에도 회사에서 건강검진 독촉 메일을 한 2번은 받고 11월~12월에 부랴부랴 예약을 잡았었다. 신기한 건 우리 팀 전체가 그랬다.
어쨌든 임신을 준비하는 부부를 위한 건강검진 패키지 프로모션이 있었어서, 둘이 약 60만 원 정도의 비용을 주고 검사를 받았다.
임신만 염두한 검진이 아니라 위내시경, 초음파 등 전반적인 검진을 받아서 좋았고, 양호하다는 결과와 함께 본격적인 시작을 했더랬다.
자연적인 흐름에 맡긴다는 그 모호함은 약간 내 성격과 맞지 않았다.
생물시간에 배웠던 생리주기에 따른 배란일 계산법을 하자니, 확률이 상당히 낮은 추측에 의지하는 기분이랄까.
그러던 중 알게 된 배란테스트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사용하고 있었다.
배란테스트기, 일명 배테기는 생리 시작일 10~15일 이후 정해진 시간에 소변 테스트를 하는 것인데,
배란일에 가까워졌거나 배란일인 경우 진한 두 줄 표시와 함께 높은 수치를 나타낸다.
이 테스트가 간편해 보여도 은근히 신경 쓰이는 게 약 8~10일간의 빠짐없는 테스트는 물론
정확한 수치 파악을 위해 테스트 시간 전 과도한 물 섭취나 아침 일찍 테스트하는 것도 가급적 지양한다.
진한 두 줄이 시기에 맞춰 딱 나오는 것도 신기했는데, 배테기는 정말 과학적이고 정확했다.
테스트기 시도 2번째 달 만에 임신이 되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빨리, 덜컥 (계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될지 몰라서 결과에 반신반의했었다.
내 몸이 의외로 건강하다는 것과 배테기의 신빙성에 다시금 놀라기도 했다.
사실, 회사원이다 보니 인사고과와 인센티브, 진행 중인 프로젝트 등 여러 가지를 감안했을 때 깔끔하게 2월 초쯤 출산휴가에 들어서도록
아기가 2~3월 생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나 계획에 들어맞을 줄이야. 지금 생각하니 참 감사한 일이다. (아가가 미리 효도한 느낌)
물론 돌이켜보니 꽤나 치밀했지 싶다.
이래서, 엄마가 나를 지독하다 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