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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미 Aug 11. 2024

칼퇴 후 나를 위한 #평일저녁

워킹맘의 하루 스케치 (2/2)


6:30 PM – 8 PM

퇴근 후, 저녁을 해결하고 주로 다음 일정을 위해 이동하는 시간이다. 저녁은 사원식당에서 먹거나 샌드위치등으로 간단히 때운다. 일주일에 1번쯤은 집에서 밥을 먹고 그 밖에 약속이 있는 날은 외부에서 먹는다.

풋살을 하는 수요일과 축구를 하는 금요일, 그리고 글쓰기 모임이 있는 목요일은 약속을 잡지 않고 무조건 사수한다. 운동과 글쓰기 모임은 최소 1년 넘게 유지하고 있는 나의 루틴이자 취미다. 특히, 수요일은 풋살을다닌 지 올해로 3년 째다. 애착이 있는 운동과 글쓰기 모임을 위해 이동하는 시간은 딱히 배고픔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심히 즐겁다.



8PM – 11PM

운동이든 글쓰기 모임이든 좋아서 한다. 풋살이 아닌 다른 운동을 할 때만 해도 “운동해야지.” 해야만 한다는 의무감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금은 운동을 가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갑절로 쌓이고 몸이 천근만근이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기도 한다. 요즘 같이 덥고 힘든 데다 실력마저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가기 싫을 만도 하지만,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시간만 있으면 더 하고 싶고 앞으로도 계속 잘하고 싶은 운동이 풋살과 축구다. 8시부터 9시 반까지는 커리큘럼대로 코치님의 레슨을 받고 9시 반부터 30분은 경기를 한다. 어떤 운동을 해도 땀이 좀처럼 나지 않는 나인데 풋살 수업이 끝나고 나면 땀 냄새까지 난다. 비록 노폐물 가득한 꼬릿 한 냄새지만 묘하게 기분이 좋은 것이 엔도르핀이 마구 돈다. 끝나고 바로 집에 가거나 멤버들과 편의점을 털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한탄한다.


“우리는 언제 실력이 느냐?”

그러면서 웃고 그다음주가 되면 또 이야기한다.

“왜 이렇게 안 늘지?”

“아니야. 저번보다 훨씬 나아진 것 같지 않아?”


우리의 대화는 도돌이표지만 희로애락이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락’이 제일 크다. 발에 차이고 팔꿈치에 찍혀 온몸에 멍이 가득해도 피식 웃음만 난다.  

정리 운동 / 전술 코칭 / 몸싸움


글쓰기 모임은 기자 출신 선생님과 다른 멤버 3,4명과함께 한다. 온라인으로 2시간 반에서 3시간 동안 진행되며 미리 공유한 서로의 글을 읽고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나는 늘 소재가 마뜩지 않아 글을 완성하기까지 상당히 괴롭지만 다른 멤버들이 재미있다고 해주고 더궁금해할 때면 두 팔 걷어 부치고 “가즈아” 하고 속으로 외친다.

손가락을 구부려 우두둑 스트레칭을 하고 펌핑하고는 글을 다시 매만진다. 무엇보다 다른 멤버들의 삶을 엿보고 간접 경험할 수 있으니 더없이 좋다. 글을 매개로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공감하고 때로는 조언도 획득한다. 때로는 글쓰기 선배인 동시에 인생 선배인 다른 멤버들을 통해 위로도 받는다. 글도 쓰고 피드백도 받고 서로의 삶을 공유하다 보면 멀지만 가까운 친척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2023년 8월부터 시작한 글쓰기 모임. 1년이 되었다.


글쓰기 모임 멤버들의 글이 브런치 메인에 오르기도 한다 ^_^


무엇보다 풋살과 글쓰기 모임에서 느끼는 공통점이 있다. ‘성장을 꾸준히 함께’하고 ‘무조건적인 응원’을 한다는 것. 


브런치북 출간 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한 <시골, 여자, 축구>라는 책을 읽으면서 풋살과 글쓰기 모임이 동시에 머리를 스쳤다.


누군가의 성장을 꾸준히 함께 한 사람들은 서로에 대한 마음이 별 수 없이 깊어진다. 무조건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무조건적인 응원을 하게 된다. (중략)
무엇이든 이유가 필요한 세상에서 조건 없는 응원은 벅찬 감동이 있다.
 
<시골, 여자, 축구 노해원>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냥 운동과 글쓰기를 한 게 아니라 ‘꾸준히’, ‘함께’, ‘응원’하며 멤버들과 할 수 있어 그게 좋다.


       모임의 멤버 선생님이 청라에 오픈한 책방 활짝   


11 PM 이후

아이와 남편이 자고 있다. 남편은 새벽 3,4까지 일을 하기에 아이를 재우며 1시간 정도 쪽 잠을 잔다. 내가 늦게 귀가해도 사실 게 집안일을 할 게 없다. 친정 엄마가 설거지와 뒷정리를 모두 하고 가기 때문이다. 굳이 하는 일을 꼽자면 냉장고를 열어보고 몇 개 남지 않은 계란이나 아이 김치, 치즈 등을 마켓컬리나 쿠팡에서 주문하는 일이다. 그리고 우리 집의 또 다른 생명체, 개를 챙겨 산책을 시킨다. (열대아가 심한 요즘은 더위를 많이 타는 개도 힘들어해 산책을 스킵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자정이 된다.

다음날 아침 아이가 입을 옷과 준비물을 챙겨두고 샤워하고 침대에 몸을 뉘 운다. 자다 깬 남편과 오늘 별일 없었는지, 아이는 몇 시에 잠들었는지, 미주알고주알 하루 일과를 잠시 나눈다.

남편은 “우리 집 두 여자들 잘 자.” 하고 인사를 건넨 뒤 마지막으로 침실의 온도, 습도 등 확인하고 최적화된 컨디션으로 세팅한다. 작업 방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남편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보고는 나의 하루 일과도 마침표를 찍는다.    



P.S

다른 사람들과 함께 글 쓰고 싶다면 둘러보시길!


- 라이팅포라이프 Writing for Life  https://m.blog.naver.com/aroma724?tab=1  

- 나를 브런치의 세계로 인도해 주신 스토리 크리에이터  https://brunch.co.kr/@o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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