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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미 Aug 05. 2023

스마일 폭격기 딸

하루에 몇 번이나 웃나 세어본다. 참나. 웃을 일이 그렇게 없나? 손으로 꼽으려니 몇 번 없다. 다른 사람들도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간혹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웃는 사람들을 보긴 한다. 밝게 웃는 사람을 보는 일은 극히 드물다. 역시나 웃을 일이 마땅히 없나 보다. 외국인이 보는 한국인은 표정이 없다고 하던데. 우리는 정말 웃을 일이 없는 걸까? 


5살 난 우리 딸은 스마일 폭격기다. 애착 인형과 코를 비비며 낄낄거리고, 빵을 먹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엄마, 빵 하나 더 주세요. 호호호” 혹시 그만 먹으라고 할 까봐 애교를 부린 줄 알았건만 딸기잼 바른 모닝 빵이 그렇게 좋단다. 장소 불문, 친구들과 뜀박질 만 해도 꺄르르 마냥 즐겁다. 그네를 높이 밀어줄 때, 신발을 제대로 신었을 때, 셔틀버스를 놓칠까 봐 엄마랑 손잡고 뛰어갈 때조차 우습다며 자지러지게 웃는다. 심지어 아무런 이유 없이 마구 웃어 댈 때도 있다. 아이에겐 일상 매 순간이 웃을 일 천지다. 


아이의 사진을 넘겨보니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사진이 참 많다. 가뜩이나 입이 큰데 웃으며 벌린 입 사이로 목젖까지 보일 지경이다. 사진만 봐도 그 특유의 웃음소리가 자동 재생된다. “히히히, 껄껄, 꺄르르, 낄낄, 이하 하하 하하” 동화책에서나 보던 웃음소리를 누가 나에게 읽어주는 것 같다. 어느 날은 배꼽을 잡고 거실 끝에서 부엌 끝까지 굴러 오기도 한다. “뭐가 그렇게 재밌어?”, “아. 그냥 웃겨 엄마. 킥킥” 웃기 단다. 그냥. 남편과 난 어이없어 서로 쳐다본다. 그 순간 어느새 우리도 아이처럼 배꼽을 잡고 낄낄거리게 된다. 


나는 웃을 때 미간 사이와 콧잔등 위가 잔뜩 찡그려진다. 웃는 모습이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아 어렸을 때는 손을 가리고 웃곤 했다. 딸은 이 사이가 벌어져 있고 송곳니가 뾰족하게 먼저 나는 바람에 입이 살짝 비뚤어졌다. 아이는 모른다. 웃는 모습이 예쁘든지 말든지 사실 알 바가 아니다. 그냥 웃을 뿐이다. 웃을 때 고개가 뒤로 젖혀지는 걸 보면 억지스럽지 않다. 참 웃음이다. 웃다가 뒤로 넘어진 적도 부지기수다. 그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고 어느 누가 함께 웃지 않을쏘냐. 동네 어르신들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아이고 예뻐라. 널 보니 기분이 좋다. 역시 아이가 있어야 해”


스마일 폭격기 딸을 볼 때마다 “웃는 여잔 다 예뻐. 왜 그런지 나는 몰라. 온 세상이 아름다워” 라는 김성호 노래 가사가 절로 생각난다. 객관적으로 미인상은 아니지만 딸이 웃으면 아이돌 같이 예뻐 보인 달까. 고슴도치 엄마가 따로 없다. 게다가 나도 아이처럼 자지러지게 웃고 싶어진다. 온 가족이 모여 저렇게 웃어본 적이 있나 서로에게 묻는다. 손녀 땜에 여생을 산다는 나의 엄마는 인상을 쓰고 있다가도 웃는 아이를 보면 표정이 금세 바뀐다.


하루에 몇 번이나 웃는지 다시 세어 본다.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 웃을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이 덕분에 나도 모르게 웃고 있었던 거다. 아이랑 함께 하는 주말이면 셀 수 없을 정도로 웃고 또 웃는다. 시도 때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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