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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미 Aug 06. 2023

당신 남편은 누구 편인가

“이모님이 내가 저번보다 더 어려 보인대. 그럼 이제 고등학생에서 중학생 되는 건가?”, “그럼 나는 갓난 아기냐?” 동안이라는 칭찬에 기분 좋아 자랑하는 남편과 나는 늘 장난치기 바쁘다. “잘 간직해. 1등 되면 세게 일주 가자.” 남편이 로또를 보여준다. 난 받은 로또를 도로 던지며 말한다. “1등 되면 이혼하자” 티키타카가 제법 된다. 밥은 먹었는지, 지금 뭐 하고 있는지, 일은 잘 하고 있는지 제일 궁금한 대상이 남편인 것을 보니 요즘 가장 친한 사람은 그다.



남편은 소위 말하는 집돌이다. 결혼 전, 난 야외 액티비티를 즐기는 핵인싸 남자들만 만났다. 나와 같이 외향적인 사람이 마냥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각자의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활동하느라 서로에게 소홀해졌다. 자주 다퉜다. 결혼은 반대 성향의 남편과 했다. 감정의 기복이 없고 남한테 크게 관심이 없는 내향적인 남자. 집에서 일하며 일 년에 겨우 서너 번 친구를 만나러 가는 남자. 집돌이 남편 덕분에 난 직장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결혼상대로 집돌이가 최고라고 하던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남편은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 퇴근하면 방에서 나와 맞이 인사를 하고 오늘 하루 어땠는지 별일은 없었는지 묻는다. 친구를 만나고 와도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궁금해하는 눈으로 계속 물어본다. 회사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친구와 무슨 대화를 했는지 일일이 알려주기 귀찮다. 다 기억도 안 난다. 내가 바깥일을 하고 온 남편, 그가 집에서 살림하는 아내로 뒤바뀐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고민이나 제 3자의 조언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이 남편이고 그럴 때마다 묵묵히 잘 들어주는 사람도 그다. 



그는 수다스럽기도 하다. 내향적인 사람이 모두 말수가 적거나 말주변이 없는 게 아님을 남편과 살면서 알게 되었다. 본인 관심 분야의 주제에 대해서는 일장연설을 한다. A부터 Z까지 설명을 하는 스타일이라 듣다가 말고 결론부터 얘기해달라고 요청한다. 술이 조금 들어가면 은근히 자기 자랑도 늘어놓는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어색할 법도 한데 그는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거리낌 없이 대화할 줄도 안다. 



아직까지 남편의 큰 단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차분하고 온화한 성격으로 항상 같은 자리에서 지켜봐 주며 감정 기복이 심한 내게 안정감을 주는 사람이다. 손이 야무져 집의 모든 물건들을 뚝딱 고치고 아이 손에 박힌 가시도 손쉽게 빼줄 수 있는 맥가이버 같은 남자. 새로운 것에 크게 감흥이 없고 기존의 것을 선호해 바람 피울 걱정은 덜어주는 남자. 오히려 조급하고 즉흥적이며 극단적인 내 성격이 문제다. 누가 남편이 남의 편이라고 했던가? 내 남편은 내 편이다. 이런 남편 또 없다.




손이 야무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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