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미 Aug 06. 2023

리더의 말 그릇

리더는 말 그릇이 중요하다. 말 그릇은 '말을 담아낸다'는 뜻이고 말의 근원은 '마음'이다. 마음의 크기와 깊이만큼 말을 사용하게 된다. 마음을 넓고 깊게 사용할 줄 안다는 것은 '싫음' 앞에서도 평정을 유지하고 '다름'을 마주할 때는 존중의 마음에 집중하며 '모름' 안에서도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말 그릇이 넉넉한 리더는 기분에 따라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바르르 끓어 오르지도 않는다. 자신의 마음을 인지하고 말을 분별한다. 마음의 자리가 빠듯하지 않아 타인의 말 뒤에 숨겨진 뜻까지 찾아내는 여유도 있다.


나의 상사는 말 그릇이 넉넉한 분이다. 업무 과정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감정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고 사실 관계를 먼저 확인한 후, 피드백 한다. 예를 들어 보고가 늦은 경우, 이유를 확인하고 본인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없는 지 묻는다. 항상 가르치려 들거나 질타하기보다 직원 스스로 생각하게 도와준다. 상대가 흥분해서 부정어나 적합하지 않은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 항상 침착한 태도로 적합한 대체어를 사용해서 대화를 끌어 나간다. 그녀와 이야기 나누다 보면 지적 받지 않아도 나의 잘못이 무엇인지 절로 알게 된다.


지난 달, 지독한 감기로 온 가족이 아파 예기치 못한 휴가를 연속 사용했을 때도 그랬다. "아이가 열이 많아 나서요". "제가 너무 몸이 좋지 않아서요." 매번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괜시리 눈치가 보였다. 그녀는 너무 속상하겠다며 필요하면 휴가를 더 사용해서 가족을 돌보는 게 어떻겠냐고 도리어 제안했다. 상대가 어떤 마음일까 먼저 헤아리는 그녀의 넉넉한 말 그릇 덕에 몸도 마음도 한결 편안해졌다.


반면 나는 최근 팀원 8명과 개별 면담을 진행하면서 팀원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그 동안 나에게 서운했던 점과 앞으로 바라는 부분을 마구 쏟아 냈다. 팀원들이 내게 원한 것은 따뜻한 말 한마디였다. 난 늘 성에 차지 않은 업무 지적부터 하기 바빴다. 말도 예쁘게 할 줄 몰랐다. 기분에 따라 말을 사용하고 말 그릇이 부족했다. 앞만 보고 배를 운전하는 항해사였을 뿐, 정작 고생한 팀원들의 노고는 몰랐던 셈이다. 예전에는 "나를 따르라"가 통했지만 요즘에는 "너나 가라" 한다는데 팀원들이 속으로 "너나 가라"고 외쳤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팀원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들었을 때 참 속상했다. 힘들어서 못해 먹겠다고 나의 깜냥이 부족한 것 같다고 친구들에게 넋두리하기도 했다. 왜 나의 마음은 알아주지 않는 지 억울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의 역할을 잘 해내고 싶었다. 서운한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칭찬을 정교하게 하는 것부터 연습하기로 했다. “고맙다” 보다는 “잘했다”, “수고했어, 고생 많았어” 보다는 “일 처리가 마음에 들었어. 계속 그렇게 해줘”, 두루뭉술한 감사보다는 상대의 노력을 인정하고 분명하게 칭찬하는 방법으로 말 그릇을 키우는 것이다.


리더의 본질은 사람을 통해 성과를 만드는 것이다. 이 때 필요한 것이 마음을 '헤아리는 힘' 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자신을 알아봐주는 사람에게 마음의 빗장을 열고 기꺼이 협력하게 되지 않는가? 리더의 넓은 말 그릇은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이면 누구나 갖게 되는 완장이 아니다. 부단한 연습과 성찰 그리고 인내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난 오늘도 말 그릇이 넉넉한 리더가 되기 위해 말 한마디에도 힘을 싣는다. “마감 지키려고 며칠 고생했다며?” 결과보다는 과정을 언급하고 “성실하니 항상 결과가 좋아” 재능보다 노력을 헤아리며, “오늘 아침 발표 많이 준비했네” 눈에 보이는 즉시, 잊지 않고 칭찬을 날린다.  

작가의 이전글 당신 남편은 누구 편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