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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미 Aug 06. 2023

워킹맘이 2년째 풋살 하는 이유

딱히 취미가 없었다. 운동을 좋아해서 요가, 헬스, 테니스, 크로스핏 모두 기웃거렸다. 혼자 하니 영 재미가 없었다. 그 중에서도 6개월 이상 했던 운동은 친구들과 했던 요가, 개인 PT, 그리고 남편과 했던 테니스다. 그나마 남편과 했던 테니스가 가장 재미있었다. 하지만 아이를 낳은 뒤로는 둘이 함께 운동을 할 수가 없었다. 같이 하다가 혼자 하려니 발길이 영 안 떨어졌다. 혼자라면 늘 그랬듯이 오래가지 않을 것 같아서 쿨 하게 그만뒀다.


이왕이면 오래도록 즐길 수 있는 운동을 하고 싶었다. 고민하다 찾은 것이 팀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인 '풋살'이었다. 마침 '골 때리는 그녀들' 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해 여성 풋살, 축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다. 덕분에 여성 클래스를 쉽게 찾을 수 있었고 집 근처실내 풋살장에 바로 등록했다. 수업은 1시간 정도 기본기를 배우고 나머지 30분은 매치 시합으로 진행되었다.

풋살을 막 시작한 언니, 친구 동생들과 그야말로 우당 탕탕 풋살을 했다. 공 하나에 다같이 죽기 살기로 모여드는데 떨어진 과자를 향해 돌진하는 개미떼를 보는 것 같았다. 공만 보면 일단 달려간다. 공을 차지한 사람은 일단 찬다. 냅다 뻥 찬다. 그 공 근처에 있는 사람이 다시 또 뻥 찬다. 노 룩 패스, 티키타카, 드리블 따윈 없다. 뻥 차다 발톱이 빠지고 공에 얼굴을 얻어 맞기도 하고 손이 먼저 나가 손가락이 부러진 이도 있다. 우습지만 여럿이 함께 수업을 듣고 시합을 하니 지루할 틈이 없었다.

  

1년 동안 풋살을 배우며 친선경기도 하고 풋살 대회에도 출전했다. 일반인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엄청난 실력을 지닌 이들을 만났다. 놀라웠다. 행복 풋살을 지향했지만 대회에서 수많은 패배를 맛보며 사뭇 진지 해졌고 욕심이 생겼다.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개인 실력 향상과 더불어 팀에 보탬이 되고자 노력 했다. 부족한 부분은 거듭 연습했다. 발등에 겨우 올리던 공으로 4~5개의 리프팅을 하고 이제는 제법 패스, 어시스트 라는 것도 할 줄 안다. 스트라이커 본능 충만한 이들은 상대를 속이는 시저스는 물론 터닝 슛도 한다. 조금씩 성장하는 게 느껴졌다.    


화려한 스킬과 스피드가 없는 나는 수비 포지션을 많이 했다. 다행 이도 유효한 패스를 할 줄 아는 센스는 조금 있었다. 골을 넣었을 때보다 기억에 남는 건 대지를 가르는 패스나 롱 패스가 어시스트가 되는 순간이다. 특히, 티키타카 패스가 골까지 연결되었을 때는 진한 쾌감을 느낀다. 멤버들과 서로 발을 맞추며 연습한 과정이 골이라는 결과로 나온 거니까. 때로는 황홀하다.

반면에 경기에 집중하지 못해 나의 존재감을 증명하지못했을 때, 나의 실수가 자책 골로 연결이 되었을 때는 정말 숨고 싶다. 마음이 흔들려 자신과의 싸움에서 진 적도 있다. 필드에서 아이처럼 엉엉 우는 손흥민 선수의 마음이 이해되어 덩달아 눈물이 날 때도 있다. 하지만 포기하면 끝이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인생을 알 수 없듯이 풋살도 알 수 없다. 무슨 일이 일어 날지 모른다. 그래서 계속 노력하게 된다. 마치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아서마냥 즐겁다.   


올해 8월이면 풋살을 시작한지 2년이 된다. 열정이 넘치는 멤버들은 주 3회씩 풋살을 하기도 한다.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해 그들만큼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못한다. 나만 더디게 성장하는 것 같아 속상하고 답답할 때도 있다. 그래도 풋살을 하는 시간만큼은 몰입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가끔 대회를 나가면 흰머리 가득한 어르신들도 출전하신다. 중년까지 할 수 있는 취미는 골프만 있는 줄 알았는데 풋살도 가능할 듯싶다. 하얀 머리 날리며 원샷 웟킬 중거리 슛을 난리는 80대 할머니. 풋살이 내 노년을 책임 지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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