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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Apr 20. 2024

종이학 접을 줄 아세요?


종이학을 접는 건 쉽지만, 제대로 접는 건 쉽지 않다. 왜냐하면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일련의 작업을 제대로 하나하나 모두 실행하는 것이 너무나도 귀찮은 일이다.



종이를 45도 돌려서 반으로 접었다 펴고, 다시 90도 돌려서 반으로 접었다 펴는 첫 작업부터 귀찮음이 시작된다. 정석대로 하려면 두 번을 접었다 펴야 하지만, 반을 접은 상태에서 또 반을 접는 편법을 쓴다. 그렇게 해도 대충 비슷한 효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거기서부터 어긋나버린다. 완벽하게 아름다운 종이학은 모든 작업을 정석대로 반듯하게 했을 때만 만들 수 있다. 그렇지 않고 한 부분이라도 편법을 쓰면 결과물은 조금 엉성해진다. 날개가 살짝 굽어 있거나, 얼굴이나 꼬리 부분이 완전히 뾰족하지 않게 된다.





인생을 살아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삶을 제대로 살고, 성공하는 길은 분명 공식처럼 존재한다. 사람마다 다를지라도 그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고 통용되는 변하지 않는 진실이 있다. 그것도 아주 쉬운 진실이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좀처럼 그렇게 살아가질 않는다. 왜냐하면 그 진실이 너무나도 지루하고 귀찮은 일들의 반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치 종이학을 접듯이 이곳저곳 편법을 사용한다. 결국 그렇게 수행한 일의 끝은 엉성함으로 나타난다. 그걸 바라보면 허탈함이 밀려온다. '내가 이러려고 열심히 했나' 싶어진다.



하지만 우린 거짓말을 하고 있다. 정말로 열심히 하지 않았다. 정말로 온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적당히 힘쓰고 적당히 돌아서 갔다. 될 수 있으면 편법을 쓰고 될 수 있으면 요령을 피웠다. 아닌척하고 싶지만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그게 여전히 우리가 쳇바퀴 같은 인생을 사는 이유다.



그 이유를 알지만 나 역시 정석대로 살아가기를 거부한다. 그럴 자신이 없는 건지, 그럴 힘이 없는 건지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나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과연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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