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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Apr 21. 2024

우울한게 아니라 무기력한 거야


 우울한 기분이 몰려올 때는 글을 쓰는 게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았다.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글로 적어보면 막연히 생각만 했던 것들이 조금은 또렷이 보이는 느낌이 든다.



생각이 마치 거품 같다. 하고 싶은 말과 떠오르는 생각들이 순식간에 부풀어 올랐다 사라진다. 그것이 발생하고 터지는 속도가 너무 빨라, 좀처럼 주워 담을 수가 없다. 녹음기라도 틀어 놓아야 할까.



예전 같았으면 우는 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실컷 울고 나면 후련한 느낌이 드니까 말이다. 지금도 눈물을 흘리면 조금 나을 것 같은데 도무지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빌어먹을 약 때문이야!' 엄한 곳에 화풀이하는 나를 보면 또 기분이 가라앉는다.





사실 우울할 때는 글을 쓸 힘조차 나지 않는다. 팔도 들기 힘들고 무기력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죽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다. 그것도 너무 귀찮은 일이니까. 하염없이 허공을 바라본다. 눈물이 날 것 같은데, 눈물이 날 감정인데, 왜 나지 않을까. 그런 생각들만 둥실둥실 떠다닌다.



도움의 손길을 원한다. 그러나 구걸하고 싶지는 않다. 그 알량한 자존심 탓에 내 주위는 어둠으로 물들어 간다. 이내 그런 마음도 수그러든다. 지금 상황에서 무얼 더 어떻게?라는 생각에서다. 약도 잘 먹고 열심히 살고 있는데 뭘 더 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니 사실 알고 있다. 이건 우울증 때문에 온 무기력감이 아니라는 걸 말이다. 사실 이 상태는 내가 벽에 부닥쳐 한계를 느끼기 때문에 드는 감정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이 정체되어 있어서 분한 마음인 거다.



좀 더 성장시키려면 한발 앞서 움직여야 하는데, 좀 더 힘을 내 밀어 부쳐야 하는데, 도통 그럴 힘이 나질 않는 거다. 왜냐하면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확신은 어디서 올까. 확신은 자신감에서 온다. 마약 내가 온 힘을 전부 쏟아부었다면 확신이 들었을 거다.



하지만 나는 여러 가지 이유와 변명을 대며 힘을 아끼고 적당히 하고 있다. 그래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음을 알기 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지고 허탈해지고 무기력해진다. 그런 이유에서다. 나의 부족함이 눈앞에 너무도 명료하게 보여서 그걸 인정할 수밖에 없어서 힘들다.





나아질 방법은 알고 있다. 그냥 머리 박고 열심히 하기만 하면 된다. 근데 그것만큼 힘든 게 또 어디 있겠나. 늘 '적당히'가 발목을 잡는다. 아직도 동기가 부족한 걸까. 각성이 덜 된 걸까. 나를 변화시켰던 힘, 나를 도전하게 만들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는지 가물가물해진다.



급속도로 기분이 좋아지는 리스트를 만들어 뒀던 것처럼. 나의 성공 욕구를 자극하고 동기에 힘을 주는 리스트를 만들었다. 기운이 떨어질 때마다 그걸 보고 자극을 얻어낼 심산이다. 막상 리스트로 적고 보니 성공할 원동력 치곤 조금 초라하다. 우선 이걸 좀 더 채워 넣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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