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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May 10. 2024

쉽게 잘 쓰는 방법

600일의 도전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1년 전만 하더라도 글을 쓰기 전에 걱정이 앞섰다. 가슴이 탁 막히고 초조해지는 날이 많았다. 오늘은 또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 좋을지, 이렇게 커다란 면을 무슨 말로 다 채울 수 있을지. 글을 쓰기 전부터 겁을 집어먹어 막막해지기 일쑤였다. 그러나 하루하루 열심히 쓰다 보니 요령이 생겼다. 분량이나 주제에 대한 걱정보다는, 어떻게 해야 독자에게 이야기가 더 잘 전달될지, 어떤 글이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될지 걱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600일의 도전〉 초기에는 분량이 제일 걱정이었다. 사실 600일 동안 매일 2,000자 분량의 글을 쓰는 일은 전문 작가가 아니고서야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생각했던 주제를 막상 글로 표현하고 나면 고작 한 문단 정도로 끝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 한 문장을 가지고 억지로 분량을 늘리면 늘려지겠지만, 그만큼 읽기 싫은 글이 된다는 걸 알았다. 억지로 늘린 글은 가독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며 최대한 꾀부리지 않고 만족스러울 때까지 글을 고쳐 썼다. 적게는 한두 시간에서 많게는 네 시간까지 글을 쓰는 날이 이어졌다.





 깊은 고민은 할 말을 많게 만든다. 그러나 그 말들을 모두 글로 표현하는 일은 전혀 다른 영역이었다. 본 대로 쓸 수 있다면, 생각한 대로 모두 글로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글은 말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글에서 중요한 건 문장의 완성과 흐름이다. 글의 가독성은 거기서 비롯된다. 



 가독성이 좋은 글, 달리 이야기하면 흐름이 좋은 글은 어떻게 쓸 수 있을까? 답부터 이야기하면 〈주제를 잘게 쪼개는 것〉이다. 그걸 몰랐을 땐, 글을 쓰는 게 참 막막했다. 많은 글을 써놓고도 문단끼리 연결되지 않아 모두 지우고 다시 쓰는 날들이 많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글이 한결 수월하게, 그리고 부드럽게 써졌다. 매일 ‘글쓰기’를 반복하다 보니 그 원리를 자연스레 체득한 것이다. 나도 모르게 글의 주제를 분리하고 세분화하는 작업을 글쓰기에 앞서 진행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글의 주제를 분리하는 일은 기획 업무와 비슷하다.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떤 글을 쓸 건지, 미리 주제를 세우고 하려는 말을 가볍게 정리한 다음 글을 쓰면 된다. 생각보다 간단한 작업이다. 3+3 법칙을 활용한다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3+3 법칙의 처음은 큰 주제를 3가지로 나누는 일이다. 예를 들어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라는 주제가 있다고 해보자. 그러면 다음과 같이 3가지 소주제로 가지치기를 할 수 있다.


1. ‘어떤 글’이라는 단어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 계기

2. 나의 글로 하고 싶은 일

3. 그로 인해 예상되는 변화나 결과



 이렇게 세 가지로 구분하고 난 뒤, 그것을 다시 3개의 소주제로 잘게 쪼개는 작업을 한 번 더 거친다.


1. ‘어떤 글’이라는 단어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 계기

 1-1. 작가가 글을 쓰는 이유

 1-2. 글이 갖는 힘에 대하여

 1-3. 글을 쓸 때 방향 설정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2. 나의 글로 하고 싶은 일

 2-1. 나의 글의 특징은?

 2-2. 나의 글에 담을 수 있는 나의 특징은?

 2-3. 나의 글이 전할 수 있는 영향력은?


3. 그로 인해 예상되는 변화나 결과

 3-1. 실행력과 끈기의 힘을 전달한다

 3-2. 나의 글을 좋아해 주는 사람과 소통한다

 3-3.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글이 힘을 전해줄 수 있길 바란다



 위와 같은 작업을 거치면 금세 9개의 주제가 나온다. 한 주제에 한 문단을 쓰면 벌써 9문단이다. 분량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사실 글의 분량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어느 작가가 말하길, 일반 독자가 읽기 좋은 글의 양은 휴대전화로 글을 볼 때 스크롤 하지 않고 한눈에 들어올 만큼이라고 한다. 그 말의 의미는 글이 굳이 길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할 말이 적으면 짧게 써도 된다. 할 말이 많다면 글을 압축하며 글쓰기 실력을 늘릴 수도 있다. 그래도 할 말이 많다면 짧게 여러 번 발행을 해도 괜찮다.



 앞서 이야기했듯, 억지로 분량을 늘리면 읽는 사람도 눈치를 챈다. 쓸 데 없는 문장이나 단어가 늘어나기에 문장의 흐름이 늘어진다. 지루한 글, 가독성이 떨어지는 글이 된다. 읽기 좋은 글은 흐름이 좋은 글이다. 글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방법, 쉽게 쓰고 또 쉽게 읽히는 글쓰기의 비밀은 주제를 쪼개는 데 있다.



 주제를 쪼개는 글쓰기는 다방면으로 활용하기 좋다. 업무를 위한 글쓰기에도 도움이 된다. 기획서를 작성하거나 보고서를 쓸 때, 또는 학교 과제물을 작성할 때도 유용하다. 3+3 법칙만 기억하면 된다. 생각만 하는 것보다 실천할 때 비로소 몸에 익는 법이다. 우선 오늘의 일기를 쓸 때부터 3+3 법칙을 적용해 보도록 하자.






오제이의 <사는 게 기록> 블로그를 방문해 더 많은 아티클을 만나보세요.

https://blog.naver.com/abovethesur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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