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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May 12. 2024

모든 조언을 귀담아들을 필요는 없다

600일의 도전


 나는 글쓰기와 관련된 책을 자주 읽는다. 잘 쓰는 사람들의 생각과 조언을 들으며,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싶어서다. 어느 글에선가 이런 문구를 읽었다. ‘자기만족이 아닌 고객 만족을 위한 글을 쓰세요’ . 좋은 말이다. 보이는 글쓰기의 기본은 고객, 즉 독자를 향해 있어야 한다는 데에는 나도 이견이 없다.



 그러나 나는 그 의견에 한 가지 반론을 제기하고 싶다. 아니 그저 묻고 싶다. 자기만족을 위한 글도 직접 써봐야 그것이 틀린 지 맞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실패를 경험해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크다. 무조건 성공한 사람이 하라는 대로 실천하면 성공에 쉽게 다가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일군 성공이 온전히 자신의 궤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한 번쯤은 틀린 길을 가봐도 좋다. 아니 두 번쯤도 괜찮다. 아니 세 번도 괜찮다. 자신이 원한다면 원하는 만큼 그대로 가도 괜찮다. 이런 말을 하면 성공한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답변을 남긴다. ‘꼭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봐야 알 수 있나요?’. 그렇다. 나는 누군가에겐 그게 필요하다고 믿는다. 글쓰기에 대한 기초 지식이 부족하고 경험이 적다면, 그걸 찍어 봐야 비로소 알아차릴 수 있다고 믿는다.



 막무가내로 허공에 전단지를 뿌리듯 글을 쓰자는 말은 아니다. 다만 ‘누군가의 충고 때문에, 전문가의 권위에 짓눌려, 자신의 기준을 남의 것에 맞출 필요는 없다’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그들의 조언은 귀하고 값진 것일지도 모른다. 아마 산전수전 다 겪은 끝에 일군 진주 같은 노하우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왜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 없다고 하는 걸까.



 그건 그들의 실패에 정답이 있다. 그들 역시 한 번에 바른길을 찾진 못했을 것이다. 높은 경지에 이르기까지 최단거리로 주행하진 않았을 거다. 말 그대로 산전수전 다 겪었을 것이란 말이다. 그들 자신은 수많은 실패를 통해 인사이트를 얻었음에도 남들에게는 실패를 하지 않길 당부한다. 모순이거나 기만일까? 아니 그건 아마 위로일 것이다. 초심자를 너무 낙담하지 않게 하고 싶은 따뜻한 마음이 담긴 위로일 것이다. 단지 작은 문제가 있다면, 간혹 초심자들이 그들의 말을 일종의 계율처럼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을 글로 남기라는 조언. 그런 조언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충분히 괜찮은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들은 왜 반복적으로 그런 조언을 하는 걸까? 그들이 그런 말을 전달하는 데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자상한 마음이 있어서다. 초심자를 훈계하고 가르치려는 목적이 아니다. 힘든 길을 먼저 가본 자신들이, 어쩌면 답을 얻지 못할지도 모를 새로운 도전자들에게 힌트를 주고 싶은 감사한 마음이다.



 만일 우리가 누군가의 조언에 따라 자신의 철학을 뒤집는다면, 혹은 자신의 삶을 뒤바꾼다면, 그것을 진정 우리의 인생이라 할 수 있을까? 조언은 그저 조언일 뿐이다. 너무 깊게 마음에 담아두지 않아도 된다. 필요한 만큼만 담고 필요 없는 만큼 버리면 된다. 게다가 우리는 조언을 요청한 적도 없지 않은가. 지금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또 무엇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아는 능력. 그것을 알아차릴 때 비로소 조언은 우리에게 다가와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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