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제이 May 19. 2024

인생은 테트리스다

600일의 도


인생은 테트리스라는 말이 있다. 테트리스의 규칙은 간단하다. 한 번에 한 블록씩 차곡차곡 쌓는다. 빈틈 없는 한 줄을 만들면 줄이 사라지고, 줄을 없애지 못하고 블록이 화면 최 상단까지 쌓이면 게임이 종료된다. 이 게임의 어떤 점이 인생과 닮아 있길래 ‘인생은 테트리스다’라는 말까지 하는 걸까.



테트리스는 문제 해결 게임이다. 일반적으로 게임 속 문제는 블록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본다. 게임 속 진짜 문제는 언제 어떤 모양으로 나올지 모르는 끝없는 블록의 생성이다. 우리는 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블록이라는 답안지 받아 들어 요리조리 끼워 맞추며 해결책을 찾는다.



때론 답안지를 잘못 맞출 때도 있고, 어떨 땐 사용하기 쉬운 답을 얻는 행운을 얻기도 한다. 행운은 가끔 올 때만 행운으로 느껴진다. 연속되면 지루해지고 당연해진다. 쉬운 답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우리가 테트리스를 할 때, 일자로 된 긴 블록이 가끔 시기적절하게 나오면 무척 기쁘다. 하지만 주야장천 긴 블록만 나오면 게임이 지루해진다. 너무 쉬워져 금방 흥미를 잃고 만다.



반대로 너무 어려운 모양의 블록만 나오면 게임 난이도는 급상승한다. 그걸 즐기고 살아남는 사람은 초고수가 되지만, 포기하는 사람은 다른 게임을 찾게 된다. 그런 부분에서 테트리스는 현실 인생과 닮았다. 한 가지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사람과 이것저것 적을 옮기며 쉬운 일만 찾는 사람과 비슷하다.(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과 쉬운 일만 찾는 건 다르다는 걸 주의하자) 궁금해지지 않는가? 테트리스를 잘 하는 사람은 어떤 기술을 갖고 있길래 이 단순한 게임에서 차이를 만드는 걸까. 그걸 알면 우리의 인생도 술술 풀릴 것만 같다.





한때 국내 모 게임 사이트의 테트리스 분야 상위 랭킹을 달성했던 친구를 둔 적이 있다. 어떤 기술을 가졌길래 그렇게 잘하는지, 바로 옆에 붙어 관찰해 봤다. 그 친구는 내가 생각한 곳과 동일한 곳에 블록을 쌓았다.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감탄을 자아낼만한 창의적인 패턴은 보이지 않았다. 연쇄작용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을 미리 짜 놓는다던가, 긴 블록을 넣어 한 번에 없앨 수 있는 길을 터놓는 작업을 하는 등 전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끔씩 블록을 잘못 쌓는 실수를 하는 등 그 친구는 나와 같은 인간일 뿐이었다.



한참을 관전하다 문득 다른 점을 느꼈다. 그 ‘다름’은 실수를 대하는 태도에서 발견됐다. 그 친구는 잘못 쌓은 블록에 마음을 두지 않았다. 마치 원래 그런 모양으로 시작했던 것처럼 태연했다. 그것에 신경과 집중을 빼앗기기는커녕 새로 나올 블록과 그다음에 나올 것들에만 주의를 두었다. 실수를 한다고 해서 거기에만 매달리지 않았고, 오히려 그걸 어떤 방법으로 슬기롭게 활용할지를 고민했다.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난해한 블록이 나와도 마찬가지였다. 한숨을 쉬기보단 최대한 이용하기 좋은 길을 계산하는 데 집중했다. 그게 테트리스를 잘하는, 그리고 인생이라는 게임을 잘하는 비결이란 걸 느꼈다. 잘못 쌓은 블록에 마음을 너무 두었다간, 지금 내려오는 블록도 갈피를 읽기 쉽다. 실수의 연쇄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당면한 것과 앞으로 다가올 것에만 신경을 쓰면 된다. 이미 지나간 것은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그것을 인정하고 현실의 문제에 초점을 두는 것이 게임을 승리로 이끄는 최고의 방법이다.





우리는 누구나 실수를 한다. 가끔 할 수도 있고 자주 할 수도 있다. 운이 좋은 사람은 아예 실수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도 실수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축구 황제 메시나 홀란드, 음바페도 실수를 한다. 작게는 볼 키핑 실수에서부터 드리블 실수 슈팅 실수까지, 많은 실수와 실패를 반복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럼에도 승리하고 앞서 나간다. 만약 그들이 실수한 것에만 연연했다면 아마 그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거다. 심각한 우울과 자책감에 시달려 선수 생활을 접었을 지도 모른다.



성공한 사람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그러지 않는다. 실수는 얼른 잊고 당면한 경기에 집중해 성과를 낸다. 경기에 지는 날이 있더라도 그것을 빠르게 인정한다. 자신이나 동료를 책망하거나 하늘을 원망하지 않는다. 심판에게 탓을 돌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경기가 끝나고 난 뒤, 잘못된 점을 분석하고 그 부분에서 실수를 줄여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훈련을 한다. 그게 포인트다. 경기는 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매번 이길 순 없는 거다. 지는 날도 있고 이기는 날도 있다. 그게 게임의 묘미이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핵심이다.



절대 잊지 말자. 게임은 언제나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을 거라고, 인생이 무너질 거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인생도 게임처럼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지금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게임이 있다면 일단 시도해 보라. 그리고 실패한다면 다시 시도해 보라. 실수에 연연하지 말고, 앞으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방법에만 몰두하는 거다. 문제 해결과 꾸준함만 있다면 우리는 결국 성공하고 만다. 그게 인생이라는 게임의 매력이다.





오제이의 <사는 게 기록> 블로그를 방문해 더 많은 아티클을 만나보세요.

https://blog.naver.com/abovethesurface


작가의 이전글 우유부단한 사람이 단단해지는 3가지 과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