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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May 20. 2024

짧고 쉽게 잘 쓰는 법

600일의 도전


글을 쓸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압축이다. 간단 명료하게 쓰는 일. 그것이 숨 쉬듯 자유로워지는 순간 우리의 글은 커다란 날개를 달 게 된다. 수많은 정보와 지식에 대해 주절주절 써 내려가는 일은 쉽다. 그저 말하는 것처럼 생각을 글로 받아 적으면 된다. 그러나 그게 정말 말이 되도록 근사하게 다듬는 일은 어렵다. 앞 문장과 뒤 문장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이어주고, 죽은 표현을 말끔히 도려내고, 반복되는 지루한 문장과 표현을 제거하는 일은 좀처럼 늘지 않는다.



 나는 짧은 글을 좋아한다. 극도로 짧은 문단, 짧은 문장을 선호한다. 일부러 짧게 쓰는 것과 어쩔 수 없어 짧게 쓰는 것은 간단하게 쓰는 것과 가볍게 쓰는 것의 차이만큼 미묘하다. 그 둘의 차이를 명확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나의 표현력이 개탄스럽다.





 긴 글을 짧게 축약하는 능력은 그 사람이 가진 사고의 양을 대변한다. ‘짧은 글을 길게 늘이는 것은 무능함의 영역이고, 긴 글을 짧게 줄이는 것은 유능함의 영역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벌린 클링켄보그의 《짧게 잘 쓰는 법》을 읽었을 때 나는 깊게 숨을 들이켜고 한동안 머물러 있었다. 그의 의견과 가르침에 깊게 동감했기 때문이다. 영어의 서술 방식과 문장 구조가 한국어와 다른 점은 많지만, 글쓰기라는 큰 범주에서 보면 크게 다를 것도 없다. 결국 클링켄보그나 내가 말하고자 하는 본질은 분명하다. ‘짧게 잘 써야 한다’ 



 쉽게 쓰는 글은 대부분 무게가 가볍다. 깊이를 느끼기 어렵다. 잘 쓴 글일 확률이 낮다. 노련한 작가들은 휙휙 쉽게 잘도 쓰는 것처럼 보인다. 손만 대면 명문이 나오는 이미지가 그려진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착각일 뿐, 그들 역시 깊게 사고하고 인고의 시간을 들여 글을 완성한다. 깊은 생각을 거치지 않고 쉽게 잘 쓰는 사람은 없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로 글을 쓰는 건 어렵다.

 



 뭔가 잘 굴러간다고 느껴질 때가 가장 위험하다. 우리는 때로 뇌를 거치지 않고 말하듯, 쉽게 글을 쓰는 경우가 있다. 그런 일은 주로 도파민이 폭주한 상태일 때 발생한다. 댓글 창이 혼란스러운 이유가 그렇다. 물론 무엇이라도 쓴다는 점 하나만큼은 칭찬할만하다. 전혀 쓰지 않는 것보다 백 배 천 배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왕이라면 좋은 글을 남기는 게 좋지 않을까. 



 남과 다른 의견을 내놓는 일, 비방하며 깎아내리는 일, 놀리고 조롱하는 일은 쉬운 일이다. 쉬운 일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우리를 발전시키지 못하는 일이다. 반대로 누군가를 칭찬하는 일, 작품을 감상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인사이트를 찾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그런 어려운 일을 거쳐야만 우리는 발전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분노한 일이 아니라 기쁘고 행복했던 경험에 글을 쓴다면’, ‘생각만 하던 일보다 실행에 옮겼던 일에 대해 쓴다면’, ‘받고 싶은 것이 아니라 준 것 혹은 주고 싶은 것에 대해 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의 이야기가, 우리의 삶이 보다 따뜻하고 풍성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상상만으로도 기쁘고 행복하다.



 상상만으로 끝내긴 아쉽다. 우선 나부터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하루 한 건 좋은 댓글, 깊이 생각한 댓글, 짧지만 잘 쓴 댓글을 남겨보는 거다. 여러분도 부디 힘을 내 동참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함께 느껴보는 거다. 글쓰기가 가져다주는 삶의 아름다운 변화를.





오제이의 <사는 게 기록> 블로그를 방문해 더 많은 아티클을 만나보세요.

https://blog.naver.com/abovethesur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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