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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Jun 06. 2024

회사가 사람 보는 눈을 키워야 하는 이유

600일의 기록


 직장인으로서 10년. 2011년 대학을 졸업한 이후, 햇수로 14년가량 직장을 다니고 있다. 나는 주로 소기업 위주로 직장 생활을 한 탓에 중견기업이나 대기업 문화에 대해서는 아는 게 많지 않다. 가끔 파견을 가거나 본사에서 회의를 요청할 때, 사무실 분위기만 살짝씩 엿본 정도가 전부다.



 하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이야기라면 다르다. 특히 소기업과 관련한 문화는 꽤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 나는 회사 다니면서 주어진 업무만 하지 않는다. 여기저기 참견하거나 사람을 관찰하길 좋아한다. 그덕인지, 중소기업의 생존 방식에 대한 어떤 인사이트를 몇 가지 얻게 됐다. 무슨 이야기냐면,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제 조금은 알게 됐다는 말이다.





 14년간 회사 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나는 어떤 회사가 성공하는 회사인지 구분할 수 있게 됐다. 그건 내가 성공하는 회사를 많이 다녀봐서 알게 된 게 아니다. 오히려 망하는 조직을 보며 체득한 사실이다. 회사를 망하게 하는 방법을 알면, 반대로 회사를 성공시킬 수도 있다. 망하는 법만 조심해도 절반은 성공한 셈이니 말이다.



 나는 회사를 일종의 유기체라고 본다. 회사마다 독특한 리듬과 생명력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잘나가는 회사는 그들만의 공통적 흐름이 있다. 딱 보는 순간 잘 되는 집이라는 게 느껴진다. 망하는 회사 역시 비슷하다. 그들만이 풍기는 묘한 분위기가 있다. 그리고 망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성장하지도 않는, 그저 매년 그대로 생명만 유지하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저마다 고유의 리듬과 패턴을 갖고 있다.



 그 리듬과 생명력의 중심에는 ‘인사시스템’이 있다. 다른 말로 ‘사람이 중요하다’라는 뜻이다. 뭐 그리 당연한 말을 하냐 느낄 수 있지만, 그건 열 번 강조해도 아쉬울 만큼 중요한 요소다. 회사는 ‘누구와 일하냐’에 따라 성공이 좌우된다. ‘좋은 사람’을 많이 보유한 회사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것은 작은 기업이건 큰 기업이건, 직종과 분야를 불문하고 늘 통용되는 불변의 진리다.



 나는 많은 시간 회사 생활을 하며 좋은 사람(인재)을 구분하는 눈을 갖게 됐다. 좋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유능한 사람들이다. 똑똑하고 일머리가 좋다. 하지만 단순히 일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내가 판단하는 좋은 사람의 기준은 ‘사회적 지능이 높은가’에 있다. 사회적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좋은 사람일 확률이 높다. 사회적 지능이란 예를 들어 이런 거다. 


‘클라이언트를 동료로 여길 줄 아는 사람’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사람’

‘동료와 협업할 줄 아는 사람’

‘실수를 인정하고 겸손함을 갖춘 사람’


이처럼 공감 능력이 높을 수록, 그리고 그 능력이 업무의 생산력에 긍정적 효과를 내는 사람일 수록 사회적 지능이 높은 사람이다. 단순히 똑똑하거나, 단순히 착하기만 한 사람과는 그 결이 조금 다르다. 이런 사람을 발견하는 건 가뭄에 콩 나듯 어려운 일이므로, 운 좋게 이런 인재를 만난다면 기업 입장에선 절대로 그 인재를 붙잡아야 한다.

 



 코로나 시대 이후, 이직에 대한 사회 마인드가 많이 달라졌다. 최근 직장인들은 자신의 성장과 발전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높다.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그만두고 다른 회사를 찾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심지어 수 년씩 열심히 준비해 합격한 직장도 한 달만 다녀보고 때려치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때려치운다’ 말이 거칠지만 그 표현 그대로다. 좋은 뜻이 있어 다른 곳으로 자리를 바꾸는 게 아니라, 그저 회사가 싫어서 회사를 버리고 떠난다는 말이다.



 요즘 대두되는 ‘퇴사’에 대한 인식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퇴사의 이유’에 대해서는 딴지를 걸고 싶다. 나는 내게 이직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커리어가 최상에 도달했고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때 이직을 고려해 보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래야 새롭게 도전할 회사에 어필할 거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다니는 회사가 답답하고 맞지 않아 도망치듯 퇴사한다면 어떨까? 이직할 회사의 인사담당자가 그걸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 만약 눈치채지 못하고 운 이직에 성공했다면?  그렇게 허술한 태도와 생각으로 이직한 곳이 이전 회사보다 더 좋은 자리일 확률은 높지 않을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때려치운다’는 표현은 곧 도망치는 것과도 같다. 마치 ‘더러워서 못 해먹겠네’라는 말과 비슷한 결이 느껴진다. 어느 조직에서건 더럽고 치사한 일은 생기기 마련이다. ‘누구는 죽어라 일하는데 누구는 설렁설렁 일하면서도 비슷한 연봉을 받아 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또한 ‘늘 심기가 불편한 사람, 늘 불평불만 섞인 말만 내뱉는 사람, 모든 말투가 시비조에다가 비속어를 남발하는 사람’ 등 소위 말하는 ‘빌런’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어느 조직이건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이직을 한다고 해서 그런 빌런이 없으리란 법은 없다. 극도로 작은 확률이지만 만에 하나의 케이스로, 이직한 회사에 천사 같은 사람만 있다 하다고 치자. 그럼 앞으로도 그곳엔 계속 천사 같은 사람만 들어오게 될까? 우리는 인사 담당자도 아닐뿐더러, 제아무리 유능한 인사 담당자를 보유한 회사더라도 그들이 모든 사람을 꿰뚫어 보고 미래를 예상할 수는 없는 법이다.





 모든 곳에는 쓰레기가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더럽고 치사한 일을 겪었다고 직장을 그만두는 건 조금 신중할 필요가 있다. 물론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사회생활이 어려울 정도라면 그 직장은 그만두는 게 맞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어 충분히 공감한다.



 사회 초년생 시기, 한 무역 업체에 다닐 때의 일이다. 평소 나를 고깝게 보던 상급자가 한 명 있었는데, 어느 날 회식자리에서 술기운을 빌려 내게 폭력을 가했다. 발바닥으로 뺨 싸다귀를 때리는 보기 드문 상황이 펼쳐졌다. 발로 뺨을 맞는 건 상상도 못 해본 일이었다. 신체적 타격보다는 정신적 타격이 큰 사건이었다. 뺨을 맞은 즉시 큰 소리가 나며 싸움이 났다. 나는 나를 말리는 직원을 뒤로한 채 회사 자리로 돌아와 사직서 양식을 출력했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나의 대처가 아쉽게 느껴진다. 뺨을 맞은 일 때문에 지나치게 흥분한 탓에, 그 상사가 나에게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진짜 이유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사람과 1년간 일하며 그렇게 폭력적 모습을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렇다는 말은 내가 그의 폭력적 행동을 유발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퇴사할 땐 하더라도 그걸 제대로 알고 나왔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하고 무작정 도망치듯 회사를 나와버린 점이 아쉽다.





 그렇게 도망치듯 회사를 나왔을 때 가장 문제점은 이것이다. ‘다른 회사에서 동일한 문제를 겪었을 때 또다시 처음부터 답을 구해야 한다’라는 점이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조직 생활에서 빌런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사람이 모여 생활하는 공간에서 충돌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이자 숙명이다. 그럼 그런 일이 생길 때마다 이직할 셈인가? 아마 그럴 순 없을 거다. 그럼 결국 분노와 좌절감만 차곡차곡 쌓여 정신 병이 오는 결말을 맞이한다.



 그런 굴레를 끊기 위해선 끝을 보는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문제 해결을 최대한 시도해 끝까지 답을 찾아내는 거다. 현재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있다면 무엇이고, 바꿀 수 없는 게 있다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다. 거기에 그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방법까지 찾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예전에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가 이런 말을 했다. ‘좋은 실수를 하세요’ 그 말은 ‘실수를 하더라도 중간에 멈추면 안 된다. 끝까지 해서 왜 틀렸는지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라는 요지의 말이었다. 실수를 끝까지 해 본 사람은 그 실수의 원인을 파악하는 힘을 갖게 된다. 틀린 길을 가는 방법을 알게 되는 것이다. 달리 이야기하면 실수를 해본 사람은 틀리지 않는 방법을 하나 축적한 것과도 같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실수를 하더라도 끝까지 완수하는 일이 중요하다.





 좋은 실수를 하는 일은 직장 생활에서도 유용하다. 프로젝트의 문제점이나 대인관계에서 비롯된 문제가 발생한다면, 무조건 부닥쳐서 능동적으로 해결해 봐야 한다. 좋지 않은 환경에 대해 투덜거리기보다는, 그것을 좋게 만들기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깊게 고민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식으로 하나둘 문제 해결의 경험을 늘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회적 지능이 높아지게 된다. 동료들과 협업하는 능력이 올라가고, 일을 쉽고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좋은 사람, 좋은 회사를 고르는 안목이 생기게 된다.



 이처럼 늘 최선을 다해 도전하고, 끝까지 완수할 줄 아는 사람은 모든 일을 자기 것으로 만든다. 일을 주체적으로 할 줄 알고, 또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인식할 줄 알게 된다. 회사 생활을 포함해 자신의 일과 자아, 신념이 단단해진다. 그렇게 됨으로써 결국 그 사람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오히려 실수를 반기고 실수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얻는 걸 즐기는 사람이 된다. 분석하고 해결하려는 자세로 세상의 많은 일에 능통한 사람으로 거듭난다. 그들이 바로 회사를 성공으로 이끄는 인재이자, 자신의 사업을 성공시키는 좋은 사람이다.



 우리는 실수를 막을 수 없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언제나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실수를 당연히 여기자.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자. 그저 인생에 지나가는 일이자, 마땅히 부닥쳐야 할 일쯤으로 생각하며 묵묵히 자기 길을 걷자.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나아가는 일이, 우리가 더 큰 어른이 되는 과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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