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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국 공신이 회사를 망친다

by 오제이


나는 회사가 존재하는 이유를 ‘직원의 행복을 위해서’라고 믿는다. 회사가 어떻게 성장했고, 어떻게 시작했는지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지금 그 회사에서 일하고 봉사하는 사람들이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일명 개국공신이 한자리씩 차지하는 걸 보게 된다. 개국공신의 종류는 여러 가지다. 하나는 친인척인데, 주로 경영자의 배우자나 자녀, 형제가 일을 도와 함께 개업하는 경우다. 또 다른 하나는 전 직장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회사를 만드는 경우다. 지분을 나눠 가지며 운영하는 방식도 있고, 일반 근로자로 고용되는 스카우트 방식도 있다.



개국공신들은 회사가 커질수록 자부심이 올라간다. 마치 회사를 자기가 키운 자식처럼 여기며, 자신이 회사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처럼 느낀다. 그러나 나는 개국공신은 개국을 마친 뒤에는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퇴사를 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개국’에 대한 지나친 의미 부여를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을 일구는 초기에 일이 몰리고 힘든 것은 당연하다. 회사는 그에 따른 보상을 했고, 해야만 한다. 그리고 사업이 안정 궤도에 들어서면 업무는 그만큼 수월해질 것이다. 또한, 사업 초기와는 다른 전략으로 업무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사업이 어느 정도 무르익은 이후로도 개국공신 마인드를 가지고 초기의 헌신만을 강조한다면, 그 사람의 성장은 물론이고, 후배 직원이나 다른 동료들의 성장도 막히게 된다. 따라서 같은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업의 속도나 방향이 달라졌다면 우리 모두 신입이라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낮은 자세로 배우고, 서로를 존중하며, 다 같이 행복해지기 위해 일해야 한다.



먼저 들어왔다고 해서, 먼저 배운 것이 많다고 해서 늦게 배운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인 것은 아니다. 단지 다른 직급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선배가 후배보다 더 많이 갖는 것은 오직 책임뿐이다. 선배라고 해서 거드름을 피우거나 설렁설렁 일해도 된다는 규칙은 없다.



‘나 때는 더 열심히 했어’, ‘지금까지 내가 한 게 얼만데’, ‘나는 이미 다 해봤으니까 이제는 네가 할 차례야’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런 생각은 직원을 위하는 길이 아니라, 오직 자신을 위하는 길이다. 자신의 몸이 편해지기 위해 후배를 이용하려는 것이다. 그런 말을 하기 전에 후배의 위치에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사람은 때로 너무 피곤하거나 자의식이 과잉된 상태에서 현실을 왜곡해 판단할 수 있다. 그럴 땐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자신을 바라보며 자기 객관화를 해보는 것이 좋다. 그렇게 객관화를 한 뒤에도 자신 있게 ‘나 때는’을 말할 수 있다면 그 말은 그 사람에게 꼭 필요한 말이다.




회사는 누구 한 사람의 것이 아니다. 회사는 경영자의 것도 아니고, 임원의 것도 아니고, 개국공신들의 것도 아니다. 회사는 회사를 이루는 모든 구성원의 것이다. 그러므로 회사는 각 구성원을 보살피고 그들의 성장을 위해 힘쓸 의무가 있다.



성장하지 않는 회사를 보면, 그 이유가 너무 단순해서 헛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직원들은 열심히 일하는데, 임원들은 그렇지 않거나, 경영자가 스타병에 걸려 강연이나 외부 활동에만 집중하는 경우다. 구성원 모두 경력이나 일의 완성도에 대한 관심 없이 그저 하루하루 버티듯 시간을 보내며 월급날만 기다리는 곳. 그런 곳들이 성장이 멈추고 서서히 사라지는 기업이다.



그 밖에도 망하는 회사들의 특징은 많다.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김승호 회장님의 〈사장학 개론〉을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책의 서두에 작가가 한 말처럼, 나도 비슷한 근심이 있다. ‘우리 회사의 구성원들이 각자 성장하는 걸 최고의 목표로 삼으며 열심히 일하다가, 불현듯 자기 사업을 차린다고 그만두면 어쩌지?’라는 걱정이다.




사실 말은 걱정이라고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되길 기원한다. 우리 직원 모두가 자신의 성장을 위해 힘써주길 바란다. 그리고 회사 역시 개인의 성장을 위해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투자했으면 한다. 그 투자는 ‘신입 직원을 키워서 남 주는 일’이 아니다. 결국, 회사를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된다. 경영자가 그 사실을 빨리 깨달을수록 회사는 더욱 가파르게 성장한다.



나갈 사람은 나가게 되어 있고, 남아 있을 사람은 남아 있는다. 사람의 미래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성장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라도 남아 있을 사람은 남아 있는다. 그런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서 회사가 성장하는 것이다.



누구와 함께할 것인지, 어떤 사람과 함께할 것인지는 회사에 달려 있다. 회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직원을 대하는가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결정된다. 직원의 행복과 성장을 적극 응원하는 회사가 될 것. 그보다 더 좋은 전략이 있다면 누군가 귀띔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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