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해 보아야 비로소 가치를 알 수 있다'는 말을 새삼 실감했다.
회사에 연차를 내고 아내를 따라 공유 오피스로 출근했다.
하루 종일 책상을 이용할 수 있는 1일권이 11,000원.
고정석을 이용하고 커피도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문 여는 시간에 맞춰 도착해 짐을 풀었다.
생각보다 넓고 환한 공간, 적당한 소음과 밝은 채광 덕에 좋은 인상을 느꼈다.
방이 아닌 공유 공간에서는 처음 일해보는 터라 많은 것이 낯설었다.
마치 아버지를 따라 처음 대중목욕탕에 간 느낌이랄까?
무엇보다 신경 쓰이는 건 소음이었다.
아직 출근한 사람이 별로 없어서 소음의 기준을 가늠할 수 없었다.
내가 만드는 소음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몰라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이 정도 키보드 소리는 괜찮나? 커피 마실 때 후루룩 거려도 되나?
회사에서 일할 때는 전혀 신경 쓸 필요 없던 것들에 신경을 곤두세우다 보니 집중력이 빠르게 고갈됐다.
11시가 넘어서 사람들이 하나둘 출근했다.
어느 정도 자리가 채워진 뒤에야 나는 조금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이 정도는 괜찮구나...’
기계식 키보드는 안되지만, 커피 머신의 그라인딩 소리는 괜찮은 정도.
말로 정의하기 힘든 그들만의 룰을 이해했다.
그렇게 그들의 분위기에 적응한 뒤부터는 온전히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런 공간에서 매일 일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봤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못할 건 없지만, 되도록 그러고 싶지는 않다.
독립적인 공간에서 아늑하게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타인이다.
동료가 아닌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많이 불편했다.
공간은 공유하지만 마음은 공유하지 않는 관계가 만드는 어색함과 불편함이 있었다.
마치 말이 통하지 않는 여행지에서 도미토리에 묵는 느낌이랄까?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잠시 머무르는 곳이라는 느낌이 주는 가벼움이 존재했다.
공유 오피스 사람들과는 친해질 기회도 이유도 없다.
그 사실이 만드는 보이지 않는 벽이 공간을 더욱 차갑고 낯설게 만들었다.
패스트파이브나 위워크처럼 라운지가 있는 대형 공유 오피스의 이점을 새삼 느꼈다.
평소에는 눈치챌 수 없었던, 신경 쓸 필요 없었던 나의 근무 환경에 대해 되돌아보게 됐다.
지금 내가 가진 것들이 얼마나 괜찮았는지는
그것들을 상실하는 순간 눈치챌 수 있게 된다.
잃기 전에 미리 알아차릴 수 있는 지혜가 있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기에 매번 직접 경험하고 부딪히며 온몸으로 배우고 있다.
지금 내가 가진 것, 누리고 있지만 눈치채지 못하는 혜택은 무엇일까?
상실하기 전에 그것을 인식하고 감사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의 하루를 곰곰이 되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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