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당시, 나는 윗사람에게 굽신대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그렇게까지 싫어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지만
당시에는 그런 마음이 가득했다.
누군가 권위를 무기로 다른 사람을 찍어 내리는 데 화가 났던 것 같다.
그 누구도 그런 데 희생양이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배경에는
'내가 사회적으로 낮은 지위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마음'이 있었다.
그렇다. 나는 사회적으로 무척 낮은 위치에 있었다.
재산이 많은 것도 아니고 특별히 잘하는 것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잘 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없는 무색무취인 인간이었다.
당시 나는 현실 속 나의 지위가 무엇인지 너무나도 뚜렷하게 인식하고 있었고,
그래서 그 민낯을 바라보는 게 무척 힘들었다.
사실 나는 의류 사업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취업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학자금 대출을 포함해 생활비 대출을 받은 일이 발목을 잡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장 입에 풀칠할 돈도 없는데, 사업은 꿈꾸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취업이 쉬운 것도 아니었다.
나는 내세울 만한 특기가 없었다.
자격증이나 토익점수, 유학 경험 등 남들 다 갖고 있는 '스펙'이 하나도 없었다.
공채는 엄두도 못 냈고 남들 다 한다는 사무보조도 기회가 없었다.
내 수준에서는 텔레마케팅, 물류 창고, 카트 정리, 주차 안내 등
진입장벽이 낮은 일만 지원할 수 있었다.
이 세상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보였고,
스스로 가치 없는 존재가 된 느낌이 들어, 가슴이 무너져 내린 날이 수없이 많았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달라졌을까?
만약 지금 직장을 잃는다면 나는 다시 방황하게 될까?
지난 십수 년간 세상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취준생 시절보다 통장의 마이너스 숫자가 더 늘어난 지금이지만,
나는 마음이 한결 더 가볍고 자신감이 넘친다.
내게 무슨 변화가 있던 것일까?
그때는 없고 지금은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내 생각에 그것은 <기회>와 <지혜>이다.
이런 말을 하면 조금 꼰대 같긴 한데,
지금은 예전보다 돈 벌 <기회>가 엄청나게 많아졌다.
무일푼으로도 무언가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늘었다.
도전을 위한 최소한의 자본을 만드는 일이 훨씬 쉬워졌다.
과거에는 물류창고 일을 하려고 해도 아름아름 소개를 받아야만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수익을 낼 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해졌고 그 진입 장벽이 무척 낮아졌다.
그뿐만 아니다. 사업을 하기 위해 대출받는 일이 쉬워졌고,
생소한 분야에 어떻게 발을 디딜지, 정보를 얻을 창구도 넘쳐난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시대이다.
과거에는 정보가 무기였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정보는 넘쳐난다. 이제는 실행력이 무기로 작동한다.
그리고 나는 강한 실행력을 갖고 있어 미래가 두렵지 않다.
나의 이런 생각과 자신감이 단순히 정보의 양이 늘어서 생긴 것만은 아니다.
지난 십수 년간 내가 보고 겪은 사회 경험이 농밀해져 생긴 <지혜> 덕이라 할 수 있다.
같은 세월을 살아도 누군가는 지혜를 쌓고 누군가는 주름만 쌓는다.
이 두 삶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바로 생각하고 기록하는 습관이다.
같은 것을 보아도 다른 생각을 해낼 수 있는 힘이 곧 지혜이다.
이것은 충분히 생각하는 연습을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이다.
우리는 누구나 생각할 줄 알고, 누구나 쓸 줄 안다.
이 두 가지를 할 때 더 깊은 사고를 할 수 있게 되고
또 삶이 분명해진다는 사실 역시 누구나 알고 있다.
단지 귀찮아서, 눈앞에 놓인 새롭고 재밌는 일이 많아서.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시간을 있는 대로 다 소모해버린다.
삶의 지혜를 쌓는 일은 시간을 저축하는 일과 같다.
주어진 시간을 아낄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 시간은 복리가 되어 불어나고 미래에 우리에게 여유와 자유를 선물할 것이다.
삶에 자신감을 갖는 방법은 이토록 쉽다.
생각하기와 기록하기.
안 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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