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천천히, 스미듯 자연스럽게

by 오제이



얼마 전 음식 낭비를 다루는 책을 읽은 뒤로

내가 하는 소비가 낭비는 아닌지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주로 점심시간에 서점과 식당에서 돈을 쓴다. 나는 별로 소비가 없다.'

라고 생각해왔는데, 그건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었다.

나는 내 생각보다 쇼핑을 많이 하고, 또 불필요한 지출도 많이 하는 사람이었다.


나의 레이더 밖에 있던 소비처는 알리 익스프레스와 다이소였다.

너무 자잘한 소비인지라 주요 소비처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매번 별거 아니라고만 생각해왔다.


물론 이 두 곳에서 재정 상황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큰 지출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금액을 제외하고 시간만 따져보면 약간의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확인 결과 나는 제법 많은 시간을 소비 활동에 쓰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필요한 것도 없으면서 그저 시간을 때우기 위해,

혹은 새로 나온 상품이 뭐가 있는지 둘러볼 목적으로 쇼핑을 하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경우, 정확히 내게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찾기 위해 쇼핑을 시작했다.


문제는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상품을 최종 선택하는 게 어렵다는 점이다.

그곳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상품이 있고 나는 쉽게 길을 잃는다.

그곳은 마치 숏폼 콘텐츠를 보는 것처럼 나의 주의력을 빼앗고 시간을 훔쳐 가는데,

한 번 쇼핑을 시작하면 30분에서 한 시간은 훌쩍 흐른다.


같은 기능을 가진 제품도 비슷한 상품이 한없이 많은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어떤 것은 가격이 저렴하고, 어떤 것은 추가 기능이 있는 탓에

비교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쏟고 만다.

쇼핑을 마치고 나가려 하면 또 다른 상품 추천이 뜨거나, 더 좋아 보이는 제품이 눈에 띈다.

어찌나 사람을 떠나가지 못하게 잘 설계해뒀는지, 개미지옥이 따로 없다.



그러면 과연 이 시간들은 내게 낭비일까?

그렇다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알리와 다이소 쇼핑이 집중력과 시간을 빼앗아 가는 건 아쉽지만,

그만큼 저렴한 가격에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유익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에는 나는 이 시간들을 점차 줄여 나가지 않을까 싶다.

당장에야 최저가를 찾는 게 재밌고 가계에 도움도 되겠지만,

형편이 조금 나아지면 차차 그럴 일도 줄어들지 않겠는가 싶은 마음이다.


뭐든 단 번에 그만두거나 극단적으로 멈추는 건 주의하자는 생각이다.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천천히 식사를 조절하고,

운동을 할 때도 한 걸음씩 늘어 나가야 하지 않는가.


조금씩 천천히 스미듯 자연스럽게, 그렇게 해볼 계획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 삶에 부드럽게 안착한 새로운 습관을 만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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