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리 동네에 새로 개관한 휴식 공간에 다녀왔다.
구청에서 야심 차게 추진한 사업이라 그런지,
구청장에서부터 시의원까지 연이어 얼굴을 비췄다.
그때 어떤 중년 남성 한 명이 구청장에게 다가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잘생기셨네요.'
이렇게 대화의 물꼬를 틀더니 별안간 민원 공세를 퍼부었다.
'여기가 임대료가 나가는 것도 아니고, 음료 값을 더 내려야 합니다...'
'지하상가 점포들을 싹 다 내보내고 재정비해야 해요...'
그 밖에도 국민 신문고를 방불케하는 민원 내용이 쏟아졌다.
말 그대로 길을 가다 날벼락을 맞은 구청장은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고 이야기를 들어줬지만,
그를 보좌하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난처한 기색이 뚜렷했다.
이런 상황을 바로 옆에서 바라보며 나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중년 남성의 적극성과 대담함이 감탄스러웠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건 무척 용기 있는 행동이다.
때론 이처럼 때와 장소가 잘못될 경우 불편을 만들기도 하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이 능력이 발휘된다면, 분명 큰 이익을 챙길 수밖에 없다.
많은 적극적인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본인이 원하는 걸 쟁취한다.
비즈니스 적으로 이런 힘이 강한 사람은 사업을 만들고 키우는 데 유리하다.
적극성과 대담함의 반대편에는 부끄러움이 있다.
우리가 많은 일에 물러서고 주저하는 이유는 '쪽팔림' 때문이다.
자신의 무지가 들킬까 봐, 자신이 틀릴까 봐, 자신의 다름이 비교당할까 봐,
혹은 자신이 모든 걸 떠안게 될까 봐, 두려워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부끄러움은 순간일 뿐이란 걸 기억해야 한다.
한 번의 쪽팔림으로 100개의 통찰을 얻을 수 있다면,
아니 하다못해 두 개, 혹은 한 개의 통찰만 얻을 수 있더라도
나는 그 쪽팔림을 감수하는 편을 선택하겠다.
부끄러움은 곧 사라질 감정이다.
부끄러움으로 인한 상처는 금방 치유되고 새 살이 돋아날 것이다.
통찰과 교훈이라는 값진 새 살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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