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스타벅스에 모닝커피를 사러 다녀왔다.
스타벅스 커피 맛이 으뜸까진 아니지만 나는 생각보다 자주 스타벅스를 찾는다.
내가 주문하는 레시피에는 상당량의 카페인이 들어가는 터라,
그걸 한 잔 들이켜면 마치 에너지 드링크처럼 심장이 벌렁거리고
손이 떨리며 하루 종일 뜬 눈을 유지할 수 있다.
오늘의 모닝커피 메이트는 딥라떼 님이었다.
딥라떼 님은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말을 예쁘게 할 줄 아는 데다,
지식도 풍부한 멋진 숙녀분이시다.
딥라떼 님과 스몰 톡을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말이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오늘의 주제는 해리 포터였다.
'제가 최근 해리포터 몰아보기를 했는데,
1~2편은 어린이 영화 느낌이다가
3편부터는 정치적 관계를 다루는 성인 영화더라고요.
두세 시간이 순삭 될 정도로 재밌게 봤어요.'
나는 신나서 감상을 떠들었고
해리 포터의 오랜 팬이던 딥라떼 님은
각 작품의 감독이나 비하인드 등을 말해주며
내가 왜 그렇게 느꼈을지를 설명해 줬다.
그 친절한 설명을 들으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고,
그녀의 해박한 지식에 감탄이 쏟아져 나왔다.
해리 포터에 대한 대화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즈음
그녀는 이런 말을 남겼다.
'사실 뭐든 몰아보면 재밌어요.
해리 포터가 재밌긴 하지만
아마 몰아봐서 더 재밌으셨을 거예요!'
맞는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축구에서도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한다.
어떤 선수를 영입한다는 기사가 발행되면,
팬들은 그 선수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게 된다.
이때 가장 접하기 쉬운 게 유튜브 하이라이트다.
하이라이트로만 보면 그 선수는 음바페에 홀란을 섞어 놓은 천재적인 선수이다.
그러나 막상 실전 경기에 투입되면 실제 실력이 그에 미치지 못해
실망하는 경우가 셀 수 없이 많다.
게다가 최근 알게 된 또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우리 팀에서 몇 시즌 동안 죽 쑨 선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하기 위해 자신의 하이라이트를 만들어 올렸는데,
영상 속 그는 타고난 공격수이자 기민하고 날카로운 골잡이라는 사실.
이 정도면 사기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하이라이트 속 그는 엄청난 재능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런 현상을 보면 '앞으로 하이라이트를 믿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나는 반대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사람의 인생도 요약해 놓으면 하이라이트가 되고 영화가 된다.
그러나 그 모든 스토리를 풀어 놓으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장편 역사서가 된다.
무엇이든 결과를 압축해 놓으면 진국이 되는 법.
결과를 만들기 위한 과정은 때로 지루할 수 있지만,
과정 없이는 결과도 없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지금의 지지부진한 시간에 너무 실망하거나 깊은 의미를 두지 말자.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 이는 인생이라는 하이라이트의 한 장면을 위한 과정이 될 테니까.
오제이의 <사는 게 기록> 블로그를 방문해 더 많은 아티클을 만나보세요.
https://blog.naver.com/abovethesurf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