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말도 안 되는 몽상에 빠지곤 한다.
구름 위로 날아다니거나,
물 위를 걷는 기적 같은 상상은 기본이고,
현재 사는 곳에서 벗어나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외지에서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상상을 한다.
이런 상상 속에 나오는 인물과 물건, 풍경들은
어떻게 내 머릿속에서 나왔나 싶을 정도로 생소하고 낯선 것들인데,
분명 영화나 드라마, 혹은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나친 풍경 속에 본
정보를 두뇌에서 조합해 만들어낸 것일 테다.
그럼에도 그것이 너무 새롭게 느껴지는 탓에
신비롭고 기이하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만약 그 안에서 본 것들을 꺼내 현실에 구현해 놓을 수만 있다면
좋은 콘텐츠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런 상상들은 먼지 속 신기루 같아서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기억하려 애쓰면
이내 초점을 잃고 뿌옇게 희미해지곤 한다.
내가 이런 상상을 하는 건
그러려고 마음먹어서 하는 의도적인 일이 아니다.
그저 휴식을 취하려 늘어져 있을 때
마치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자연스레 들고 나는 일이 다반사다.
다행인 점은 이런 상상이 일상과 확실히 분리되어 인식된다는 점이다.
아무리 이런 상상을 많이 한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고
그것이 일상을 피폐하게 만들지는 않으므로 그리 걱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이런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면?
정신병이 뭐 그런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정신이상자와 정상인은 정말 한 끗 차일 수도 있겠다.
오늘 아침 8시부터 11시 50분까지, 윗집과 옆집에서 개 짖는 소리와
발로 쿵쿵대는 소리가 멈추지 않고 들리고 있다.
이러다간 나도 곧 상상과 현실을 구분 짓지 못하는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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