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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던 날

by 오제이



지난 눈보라가 휘몰아친 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카페에 가는 길, 하늘이 심상치 않았다.

파란 면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먹구름이 가득 찼다.

그리고 카페에 도착할 즈음에 하늘은 하얀색으로 바뀌었다.

하나 둘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눈송이가 두꺼운 게 아무래도 폭설이 내릴 것 같았다.


카페에 들어가 통창을 바라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오늘도 동네 카페는 만석이었는데, 운 좋게 한자리가 남아있었다.

평소처럼 커피를 주문하고 창밖을 바라봤다.

커다란 눈이 천천히 쏟아져 내렸다.

마치 스노우볼을 가만히 뒤집어 놓은 것처럼.


한참을 그렇게 내리다가 어느 순간 눈이 잠잠해졌다.

그리고 난데없이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눈은 잦아든 게 아니라 바람에 흩날리는 중이었나 보다.

온 세상이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다.

저녁이 다 되어가는 시간인데 오히려 낮보다 환해진 느낌이었다.


한 시간 정도 카페에 머물렀다.

할 일을 마치고 자리를 정리했다.

문을 나서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눈이 그쳐있었다.

눈 길을 오손도손 걷는 낭만을 기대했는데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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