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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를 하는 습관

by 오제이


지난주 야근을 할 때였다. 저녁 식사를 하러 들른 중식 레스토랑에서, 우리는 주문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작은 대화를 나눴다. 그날도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 주절주절 별 이야기를 다 꺼내던 나를 두고 프로젝트 매니저 퓨리오사 님이 이런 말을 했다.


"오제이 님은 매번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다른 사람들은 보통 뉴스나 연예인 이야기를 하는데 말이야."


관찰력이 좋은 퓨리오사 님이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게 좋다. 반대로 남의 이야기를 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의도든 그런 의도가 아니든 내가 어떤 사람을 평가하고 그를 내 마음대로 규정하는 느낌이 들어서 싫다.


특히 같은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더욱 경계한다. 누군가가 내가 없는 곳에서 내 이야기를 한다는 건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니까. 나부터 그러지 않기를 실천하고 싶다.


그러다 보니 연예인 이야기나 사회 가십거리 같은 이야기를 잘 꺼내지 않게 됐다. 그런 이야기도 알고 보면 이 세상 어딘가에 있는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일 테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보고 경험한 나의 이야기를 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 나의 새로운 도전이나 경험들, 그로 인해 든 생각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타고난 이야기꾼이 아니다. 게다가 내 삶이 시트콤도 아닌지라 모든 이야기가 재밌을 리 만무하다. 그렇기에 내가 말하는 사연들은 조금은 밋밋한 경우가 많고, 허무하게 끝나는 일이 허다하다.


고맙게도 내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하고 착하다. 상대 이야기가 재밌거나 말거나, 그 사람의 이야기를 빛나는 눈과 귀로 경청할 줄 아는 좋은 태도를 지닌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의 빛나는 눈앞에서 나는 내 이야기가 점점 재미없이 흘러갈 때 여간 민망한 게 아니다. 이야기가 끝을 향할수록 이걸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나 등에 땀이 난 적이 많다.


말하는 걸 좋아하는데 말이 재미가 없으면 그보다 낭패인 일이 있을까. 말 수를 줄이던가, 말을 재미있게 하던가. 둘 중 하나를 정하는 게 좋겠다.





살면서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전합니다.

오제이의 <사는 게 기록> 블로그를 방문해 더 많은 아티클을 만나보세요.

https://blog.naver.com/abovethesur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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