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재밌는 일이 없었다. 가끔은 이렇게 별일 없이 하루가 지나가기도 한다. 매일 특별한 일이 일어나길 바라는 건 욕심일까? 내 인생은 시트콤이 아닌지라, 매일 놀라운 에피소드가 일어날 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매일 하나씩 배울 거리와 마음 깊이 생각해 볼 거리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책 속에서 놓친 문장이 있진 않았을까 뒤적여보기도 하고, 웹서핑을 하며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곁눈질한다.
그러다 보면 운이 좋은 날에는 꽤 괜찮은 생각거리를 하나쯤 발견하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어제는 그런 일이 전혀 없었다.
그렇다고 하루를 낭비하듯 허송세월을 보냈냐 하면 또 그렇지는 않다. 아침저녁으로 글을 쓰고 책을 읽었다. 나름대로 알찬 하루를 보냈으나, 이렇다 할 에피소드가 없어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드는 그런 날이었을 뿐이다.
나는 쇼핑몰이나 테마파크에서 마감을 알리는 시그널이 참 좋다. 화려한 순간이 끝나고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신호, 약간은 허탈하지만 성인이라면 그것에 마땅히 순응해야만 한다는 걸 알기에 경건한 느낌마저 들게 하는 그 순간, 마치 일요일 밤 다음 날 출근을 앞둔 마음 같은 그 느낌을 좋아한다.
이런 느낌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약간 변태 같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좋아한다고 해서 그것이 다 즐겁고 신날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해이다. 내가 그 분위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이 갖는 특별함 때문이다.
어떠한 것도 대신할 수 없는 그 순간만의 오묘한 느낌은 마치 민트 초코 같아서, 매일 맛보기는 불편하지만 가끔 먹으면 특별하기에 좋아하는 것뿐이다.
매일이 축제라면 참 좋을 것만 같지만, 막상 그런 일이 현실이 되면 더 이상 축제는 특별하지 않게 된다. 특별한 날이 제 의미를 갖는 것은 수많은 지루하고 평범한 날들 덕이리라.
오늘 내가 살아낸 이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하루도, 언젠가 마주할 특별한 하루를 위한 밑거름이 될 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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